[시승기]전통 지킨 지프 랭글러 4xe...온로드서 승차감 발군
[시승기]전통 지킨 지프 랭글러 4xe...온로드서 승차감 발군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21.12.21 09:00
  • 조회수 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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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도 못했다. 지프가 만든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거친 야생마 같은 랭글러가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입었다.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부분도 꽤나 있지만 높은 연료효율로 만회한다. 조용하게 전기차로 오프로드를 즐길수 있다니..상상이 잘 안된다.

지프 랭글러 4xe 오버랜드 파워탑
지프 랭글러 4xe 오버랜드 파워탑

4xe는 오버랜드 트림만 판매한다. 오프로드보다 온로드에 최적화된 녀석이다. 외관에서도 루비콘과 차이를 뒀다. 바디와 동일한 색상으로 칠한 펜더나 스페어 타이어 커버, 온로드와 어울리는 타이어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시원한 개방감을 선사하는 파워탑까지 얹었다.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4xe 만의 스타일링은 소소하다. 파란색 테두리를 칠한 로고 정도가 전부다.

실내 역시 내연기관 랭글러와 차이가 없다. 버튼의 구성 몇 개만 바꿨을 뿐이다. 공간도 마찬가지 큰 차이를 찾기 어렵다. 2열 시트 아래에 위치한 배터리팩 때문에 2열 시트를 폴딩하면 높은 턱이 생긴다. 부피가 큰 짐을 적재하거나 차박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아쉬운 구성이다.

외관만 보면 영락없는 랭글러지만 심장이 남다르다. 운전석 도어 앞 쪽에 위치한 충전포트를 통해 완속 충전을 할 수 있다. 보닛을 열면 기존 랭글러와 동일한 구성이다. 2.0L 가솔린 터보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엮었다. 엔진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한다. 여기에 두 개의 전기모터를 달았다. 최고출력 45마력, 최대토크 2.3kg.m의 첫번째 모터는 배터리만 충전한다. 15.23kWh 용량의 배터리는 최대 11kW 속도로 충전할 수 있다. 두번째 전기모터의 역할은 구동 담당.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5.4kg.m다. 엔진의 시동을 걸지 않고 배터리로만 최대 32km를 주행 할 수 있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모든 힘을 발휘하는 시스템 합산 출력은 375마력, 토크는 무려 65.0kg.m다. 이 덕분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를 단 6초 만에 끊어낸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역시 연료효율. 리터당 12.7km를 주행할 수 있다. 일반 랭글러의 복합연비가 8.2km/L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연료효율이다.

랭글러 4xe에는 3가지 주행모드가 있다. 하이브리드, 일렉트릭, E-SAVE 모드다.

하이브리드 모드는 전기모터와 엔진을 오가며 최대의 효율을 찾는다. 전기 모터와 엔진이 어우러져 내는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하이브리드 모드에서는 배터리를 먼저 소모한다. 이후 제동 등의 상황에서 배터리를 충전하며 효율을 높인다.

일렉트릭 모드는 배터리가 단 1%만 남아있더라도 사용이 가능하다. 온전히 전기모터로만 차량을 구동할 수 있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엔진이 개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E-SAVE다. 엔진을 우선적으로 구동해 배터리를 충전하고, 높은 출력이 필요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전기모터를 이용한다.

시승차를 받자마자 정체가 심한 서울 도심에서 운전을 했다. 목표는 엔진의 시동을 걸지 않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만의 매력을 느끼는 것. 목적지까지 거리는 20.4km. 출발시 배터리는 92% 충전되어 있었고, 주행 가능거리는 39km로 표시됐다. 드라이브 모드는 일렉트릭 모드로 고정했다. 엔진을 사용하지 않기 위함이다.

시동버튼을 눌러도 고요하다. 주차장을 출발하니 요상한 전자음이 울린다. 고요한 전기모드에서 보행자들에게 차량이 주행한다는 것을 알리는 장치다. 시속 30km를 넘거나 엔진 시동이 걸리면 전자음은 자동으로 꺼진다. 도로로 나오니 지옥이 따로 없다. 좌회전 한 번 하려면 신호를 4~5번 받는 건 예사다. 서울 한복판 정체가 이어진다. 그래도 마음은 든든하다. 기름을 한 방울도 쓰지 않으니 급할 건 없다. 정체가 조금 풀린 구간에서 가속 페달을 꾹 밟으니 엔진이 ‘부앙’하며 깨어난다. ‘아차’ 싶어 가속 페달을 밟은 발에 힘을 빼니 금새 엔진은 자취를 감춘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총 주행시간이 1시간 32분, 주행거리는 20.4km다. 이 중 전기모터 만으로 20.3km를 주행했다. 0.1km를 엔진을 가동했다. 연비는 13.5km/L. 남은 배터리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12km다. 출퇴근 거리가 짧다면 매일 배터리를 충전해 전기차처럼 사용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를 타면 차량 소음이 극도로 적어 외부 소음이나 잡소리가 부각되기 마련이다. 랭글러 4xe 역시 마찬가지. 캔버스 재질로 된 파워탑으로 새어 들어오는 외부 소음이 상당하다. 랭글러라 감안할 수는 있지만 전기차 특유의 고요함을 상상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마치 창문을 열어 놓은 듯 생생하게 외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일렉트릭 모드의 진가를 확인했으니, 이번에는 풍부한 출력을 경험해 볼 차례다. 모드는 하이브리드. 효율과 성능 모두를 확인 할 수 있다. 0-100km/h의 가속력이 6초다. 웬만한 스포츠 세단 부럽지 않다. 가속 페달을 힘껏 밟으니 무섭게 치고 나간다. 높은 전고, 헐렁하게 세팅된 스티어링휠, 가감없이 유입되는 외부 소음까지 속도감을 배가 시킨다.

4xe 오버랜드 파워탑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장착된다. 앞 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달리도록 설정도 가능하다. 작동이 유연하진 않다. 앞 차와의 거리가 멀어지면 급격히 속도를 올리고, 앞 차와 거리가 가까워지면 브레이크 답력을 강하게 조작한다. 물렁하게 세팅된 서스펜션 탓에 앞뒤 피칭이 더 부각된다. 차선 이탈 방지나 차선 중앙유지는 없다.

랭글러 4xe는 친환경을 강조하지만 지프 전통을 살린 구성이다. 가령,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적용했지만 핸드브레이크 방식의 사이드 브레이크를 그대로 유지한 점이나, 기계식 사륜구동을 위한 기어 노브나 유압식 스티어링휠도 변화하지 않았다.

친환경 모델이라고 해서 모두가 첨단이 될 필요는 없다. 지프는 변화 대신 전통을 유지하는 길을 택했다. 소비자가 지프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납득할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문제는 8690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이다. 동일한 구성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만 빠진 랭글러 오버랜드 파워탑(6940만원)보다 1750만원이 비싸다. 그래서일까. 딜러에서 상당 수준의 할인을 진행중이다. 

한 줄 평

장점 : 높은 연료 효율과 지프 스타일링 그대로

단점 : 비싼 가격에 차박 불가능한 2열 시트

지프 랭글러 4xe 오버랜드 파워탑

엔진

2.0L 가솔린 터보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4WD

전장

4880mm

전폭

1895mm

전고

1850mm

축거

3010mm

공차중량

2345kg

엔진최고출력

272마력

전기모터최고출력

136마력

시스템총출력

375마력

엔진최대토크

40.8kg.m

전기모터최대토크

5.4kg.m

복합연비

12.7km/L

전기 모드 주행가능거리

32km

시승차 가격

8690만원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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