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이 덩치에 3기통 1.2 터보?..공간과 연비 다 잡은 푸조 5008
[시승기] 이 덩치에 3기통 1.2 터보?..공간과 연비 다 잡은 푸조 5008
  • 전우빈
  • 승인 2022.05.06 09:00
  • 조회수 5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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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5008 SUV

푸조는 3008, 5008 SUV에 1.2 터보 가솔린 엔진을 투입하며 라인업을 확장했다. 신규 가솔린 엔진은 3기통 퓨어 테크 1.2L로 배기량을 확 줄인 게 특징이다. 중형 SUV와 저배기량 엔진 조합이 주는 느낌은 어떨지 직접 확인해봤다.

5008은 본래 다목적차량(MPV)으로 태어났다. 2세대로 넘어오면서 SUV로 변경됐다. 현재는 2세대 부분변경 모델을 판매 중이다. 이번에 경험한 5008 SUV의 외관은 푸조 패밀리룩을 충실히 따른다. 헤드램프 아래로 가늘게 처리한 주간주행등을 세로로 달아 멀리서도 푸조 차량임을 알 수 있다. 사자의 송곳니를 형상화했다는 그들의 말처럼 강인한 이미지를 자아낸다. 헤드램프는 그릴과 하나로이었다. 일직선이 아닌 ‘V’자 형태에 가깝다. 또 그릴과 이어지는 선을 헤드램프 아래에도 넣어 입체적이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범퍼는 적당한 선을 더해 볼륨감을 더했다. 하단에는 공기흡입구를 배치했다. 양옆에도 흡입구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검은색 가니시를 덧대 좀 더 공격적인 모습을 완성했다. 보닛에는 헤드램프와 평행한 선을 넣어 마치 전면부 면적이 더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줬다.

옆모습은 전형적인 SUV다. 루프라인은 곧게 이어지다 트렁크에서 뚝 떨어진다. 최근 많이 선보이는 쿠페형과 달리 정통 SUV 느낌이다. 앞바퀴 펜더에서 시작한 캐릭터 라인은 차 문에서 약해지다 다시 진해진다. 아래에는 두툼한 크롬바를 달아 포인트를 더했다. 바퀴에는 18인치 ‘로스앤젤레스’ 다이아몬드 알로이 휠이 장착된다. GT와 GT 팩 트림에만 적용된다. 기본형인 얼루어에는 18인치 ‘디트로이트’ 알로이 휠이 달린다.

 옆에서 보면 차체 길이와 비교해 긴 휠베이스가 느껴진다. 차체 크기는 길이 4650mm, 너비 1845mm, 폭 1650mm로 현대 투싼과 비슷하다. 휠베이스는 2840mm로 싼타페(2765mm), 기아 쏘렌토(2815mm)보다 길다. 덕분에 안정적인 모습과 넉넉한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

뒷모습은 테일램프가 가장 눈에 띈다. 테일램프 속 그래픽을 세로로 배치해 발톱과 같은 느낌을 만들었다. 스모키 글라스로 마감한 덕분에 그래픽이 더 눈에 도드라진다. 방향지시등은 순차적으로 점등되는 시퀀셜 타입이다. 트렁크는 별다른 기교 없이 매끄럽게 처리했다. 범퍼는 보디컬러 대신 클래딩 파츠를 그대로 사용했다. MPV에서 SUV로 변한 만큼 험로 주행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내는 푸조답다. 육각 모양 스티어링 휠은 손에 감기는 맛이 좋다. 직경이 타 브랜드와 비교해 작아 손이 작은 사람도 부담스럽지 않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반은 조금 높게 배치했다. 푸조만의 특징으로 주행 중 계기반을 볼 때 시야를 많이 돌리지 않아도 된다. 푸조는 이를 헤드업 디지털 계기반으로 부른다. 그래서인지 HUD를 제공하지 않는다. 다이얼, 주행, 퍼스널, 최소 등 네 가지 테마를 지원하며 퍼스널의 경우 원하는 메뉴를 좌우에 각각 설정할 수 있다.

기어 레버는 길쭉하다. 누르면 중립과 후진 기어를 올리면 주행 기어로 바뀐다. 주차는 상단 버튼을 누르면 된다. 레버 아래쪽으로 수동 변속 버튼을 달았다. 버튼을 누른 후 스티어링 휠 뒤에 달린 패들 시프트로 조작하면 된다. 레버 위쪽으로는 무선 충전 패드를 넣었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8인치 터치 방식이다. 공식 홈페이지나 브로슈어에는 좀 더 큰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사진을 사용했지만 국내 사양과는 다르다. 기능도 제한적이다. 타 브랜드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결합해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유선으로 지원하며 자체 내비게이션은 없다. 아래에는 항공기 조종석에서 영감을 받은 토글 스위치를 달았다. 각 스위치를 누르면 디스플레이에서 메뉴가 바뀐다. 디스플레이 자체에서는 공조기, 시스템 설정 메뉴 정도만 선택할 수 있다.

1열 좌석은 버킷 시트다. 적당히 푹신하며 열선이 적용됐다. 아쉽게도 통풍은 지원하지 않는다. 시승차는 GT 트림으로 마사지 기능이 적용된다. 제법 강하게 눌러줘 장거리 주행에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다양한 마사지 모드 중 ‘고양이 발’은 고양이가 꾹꾹이를 하듯 사선으로 눌러줘 재미도 더했다. 2열은 넉넉하다. 신장 195cm 기자에 맞춰 1열 좌석을 맞춘 뒤 2열에 앉아도 주먹 반 개 이상 남았다. 헤드룸은 레그룸처럼 넉넉하지 않지만 평균 신장이라면 불편함이 없다. 2열 시트는 세 자리 모두 크기가 같다. 바닥도 평평해 가운데 앉아도 불편함이 없다. 또 폴딩도 각자 지원해 필요에 따라 배치를 바꿀 수 있다. 이외에도 2열 탑승자를 위한 테이블과 공조기, USB 포트, 수동 선쉐이드, 파노라마 선루프 등을 마련했다.

5008은 7인승 2+3+2 구조를 갖는다. 3열은 접이식 시트로 트렁크에서 접고 펼 수 있다. 3열은 평균 신장의 성인이 앉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2열 시트를 최대한 앞으로 밀어도 발 넣을 공간이 부족하다. 높이도 낮아 쭈그리고 앉는 형태가 된다. 또 운전석 쪽 3열은 발 공간에 소화기를 배치해 공간이 더욱 협소하다. 적재 공간은 2열까지 모두 접으면 최대 2150L까지 확장된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2열 등받이에 네모난 판을 달았다. 2, 3열을 폴딩 하면 사이 공간이 빈다. 등받이에 달린 판을 펼치면 공간을 메울 수 있다. 차박 고객을 위한 푸조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다.

엔진은 3기통 1.2L 가솔린 터보다. 최고출력 131마력, 최대토크 23.5kg.m를 발휘한다. 복합 연비는 12.1km/L. 가속 페달을 밟으면 모자람 없이 속도를 올린다. 경쾌하거나 펀치력이 있진 않지만 답답함도 없다.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저배기량의 한계가 금방 나타난다. 3기통 엔진 장착으로 진동과 소음은 디젤차 못지않다. 약 80km를 시승하는 동안 기록한 연비는 10.3km/L. 서울 시내와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등 극심한 정체를 보이는 곳을 위주로 주행했다. 날씨가 더워 공조기는 21도로 맞추고 에어컨을 작동했다. 다양한 주행을 하는 시승 특성상 연료 효율은 낮게 나온다. 이를 고려하면 중형 가솔린 SUV로서는 준수하다. 일반적인 정속 주행을 할 경우 17km/L를 넘는 연비도 확인할 수 있었다. 높은 연료 효율과 함께 저렴한 자동차 세금도 장점이다. 연간 세금은 22만8200원이다. 쏘렌토 2.2 디젤(55만9260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변속기는 8단 자동변속기(코드명 EAT8)다. 푸조는 과거 MCP라는 수동 기반 자동변속기로 장단점이 명확했다. 연료 효율에서는 강점이 있지만 변속 시 한 박자 시간 차를 두고 변속해 호불호가 강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아이신과 협업해 만든 EAT6(6단 자동변속기)를 선보였으며 현재는 8단인 EAT8을 제공한다. 5008에 장착된 EAT8은 재빠르게 기어를 오르고 내린다. 변속 충격도 없다. 다운시프트도 적극적이다. 페달을 깊게 밟으면 어느새 기어 단수를 내려 가속을 돕는다.

전체적인 승차감은 탄탄하다. 방지턱이나 요철을 넘을 때 리바운드가 적다. 잔진동을 잘 거르는 스타일은 아니다. 이 차의 성격상 예리한 몸놀림을 바라면 안 된다. 적당히 롤링도 허용하는 전형적인 SUV의 모습을 보여준다. 라이벌로 꼽는 폭스바겐 티구안이 독일의 기계적인 느낌이라면 5008 SUV는 프랑스 파리의 여유로운 모습과 닮았다.

푸조 5008 SUV는 장단점이 명확하다. 중형 가솔린 SUV와 높은 연료 효율을 원한다면 좋은 선택지다. 널찍한 실내 공간과 평탄화가 쉽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또 경쟁 모델 대비 빠른 출고도 하나의 장점이다. 아울러 상당한 프로모션도 기대할 부분이다. 5천만원을 넘어가는 소비자가격은 장바구니에 넣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한 줄 평

장점: 중형 가솔린 SUV로는 준수한 연비, 넉넉한 실내 공간과 차박 용이성

단점: 디젤 못지않은 3기통 엔진의 소음과 진동, 넘사벽 가격

전우빈 에디터 wb.jeon@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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