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뒤질게 없는 독일맛 영국차..애스턴마틴 SUV DBX707
[시승기] 뒤질게 없는 독일맛 영국차..애스턴마틴 SUV DBX707
  • 임정환
  • 승인 2023.02.23 09:00
  • 조회수 3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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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 유행이 결국 콧대 높은 슈퍼카 업체도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10년 전만 해도 슈퍼카는 시속 300km 이상 고속으로 질주하는 세단형 스포츠카 뿐이었다. 요즘은 가장 잘 팔리는 슈퍼카도 역시 SUV다. 

 

통상 국내에서 세계 3대 슈퍼카 업체로 '페라리,람보르기니,애스턴마틴'을 꼽는다. 판매 대수로도 앞에 나열한 순서다. 그동안 SUV 슈퍼카가 없어 서운했던 애스턴마틴이 지난해 9월 SUV DBX를 출시하면서 판매에 날개를 달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문이 쇄도한다. 국내에서 그간 애스턴마틴은 영화 '007카' 이미지 뿐이었다. 

 

애스턴마틴은 영국 특유의 디자인과 럭셔리한 소재가 매력이다. 이번에는 경쟁자보다 더 높은 출력으로 무장한 DBX 707으로 공략에 나섰다. ‘707’은 707마력을 의미한다. 기존 DBX보다 157마력이 늘어난 것이다.

 

서울과 일본 후지스피드웨이에서 애스턴마틴 DBX를 시승했다. 한 맏디로  707마력에 거센 출력에 입이 제대로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후지스피드웨이 시승은 때마침 내린 폭설로 주변 도로가 폐쇄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전문 드라이버가 스노타이어로 교체한 DBX로 택시 드라이빙을 하면서 SUV 슈퍼카의 매력을 제대로 전달해줬다. 

 

처음 DBX 707을 보자마자 ‘SUV 슈퍼카’라는 다소 어색한 단어가 제대로 각인된다. 전체적으로 DBS를 위로 늘려놓은 디자인이다. 전면부는 기존 DBX대비 더 공격적이다. 기존 대비 더 커진 그릴과 프론트 스플리터 변화가 강렬하다. 전면부 인상은 한 번 보면 잔상이 오래 남을 정도로 강인하다. 

측면은 슈퍼카라는 존재감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다. 길게 범퍼까지 이어지는 보닛 라인과 완만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이 이를 뒷받침한다. 숨겨진 문 손잡이와 프레임리스 도어 덕분에 더 매끈해보인다. 손잡이는 수동으로 눌러 사용한다.

압도적인 덩치에 23인치 휠이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기존보다 40kg이나 가벼운 6피스톤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는 DBX707의 특징이다. 심미적으로도, 성능으로도 만족스럽다.

 

후지스피드웨이에서 출격을 기다리고 있는 DBX

후면부는 DBX 707에서만 볼 수 있는 빵빵한 뒷 휀다와 4발의 배기구, 공격적인 디퓨저와 ‘오리꼬리’가 연상되는 스포일러가 최강의 성능을 발휘하는 애스턴마틴의 직관적 디자인으로 손색이 없다. 뒷면이 가장 아름다운 SUV 슈퍼카로 DBX를 꼽을만 하다.

 

실내로 들어오면 카본과 가죽의 조화로 스포티함과 럭셔리를 잡았다. 노란색 컬러로 치장한 운전석 시트는 좌우로 쏠리는 상황에서도 몸을 제대로 잘 잡아준다. 장거리를 고속으로 질주하는 GT 성향답게 적당히 푹신하다.

 

메모리와 전동식 볼스터를 적용해 16방향으로 움직이는 시트는 운전자 체형에 맞게 디테일한 설정과 저장을 지원한다. 전체적으로 슈퍼카 수준에 걸맞는 인테리어 재질과 마무리를 보여준다.

센터페시아는 직관적이다. 조작법이 한눈에 들어온다. 터치가 안 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아쉽다. 벤츠 인포테인먼트를 개량한 것인데 최신 MBUX 시스템이 아니라 NTG 5세대 정도로 보인다. 2020년 이전 벤츠 차량에 사용된 것과 비슷하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는 유선으로 지원하지만 터치 방식이 아니라서 운전 중 조작이 불편하다.

 

애스턴마틴 측은 이런 고객의 불만을 파악하고 현재 새로운 엔포테인먼트 개발에 들어갔다. 이르면 내년 쯤이면 개선된 엔포테인먼트를 만날 수도 있겠다. 오디오는 볼륨을 올려도 소리가 뭉개지지 않고 깔끔하다. 

2열은 충분히 넓다. 183cm 신장의 에디터가 앞 뒤로 앉아도 충분히 넉넉했다. 3m가 넘는 휠 베이스 덕분이다. 우르스나 벤틀리 벤테이가 보다 길다. 헤드룸은 루프라인 대비 넉넉했다. 가운데 좌석은 센터터널이 높고 폭이 좁아 사실상 4인승이다. 팔걸이는 3억원이 넘어가는 가격을 감안하면 아쉬웠다. 상당히 짧고 가운데에 컵홀더가 있을 뿐이다.  

트렁크는 날렵한 쿠페 스타일 루프라인 때문에 손해를 봤다. 그래도 골프백 2개와 보스턴백 2개는 넉넉히 들어갈 크기다. 공간이 모자르면 2열 시트를 6:4로 폴딩해 더 넓은 공간을 사용할 수도 있다. 638리터 용량이다. 트렁크 좌측엔 에어서스를 이용해 차고를 조절할 수 있다. 우측에는 폴딩을 할 수 있는 버튼을 마련했다. 

시동을 걸자 AMG와 뿌리를 같이하는 4.0L V8 트윈터보 엔진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름과 같이 707마력, 91kg.m 토크의 엄청난 출력을 자랑하는 엔진이다. 회전수가 낮은 시내 주행보다는 시프트업다운을 통한 고속 회전수를 사용하면서 고속 주행에 장점이 큰 엔진이다. DBX 707의 91kg.m 토크는 경쟁자 페라리 프로산게, 람보르기니 우루스 보다 높은 수치를 보여준다. 

 

이런 엔진 특성 때문에 저회전에서는 다소 반응이 굼뜬다. 그러나 3000rpm을 넘는 순간 엄청난 토크가 전자식 사륜구동과 전자식 리어 디퍼런셜을 이용해 땅으로 뿜어낸다. 제로백은 3.3초, 최고속도는 310km다. 시승차는 영하에 날씨에 전륜 285, 후륜 325의 피렐리 P제로 섬머타이어가 끼워져 있지만 직진 중에도 악셀을 조금만 깊게 가져가면 차량이 슬립하는 괴력을 운전자에게 제대로 실감 시켜주었다.

9단 습식 클러치 자동변속기는 707마력을 제대로 받아낸다. 이미 AMG에서 입증된 변속기다. 반응도 빠른 편이다. 초기 가속 1,2단에서 약간의 충격이 전달된다. 

3챔버 에어 서스펜션은 차량을 꽤나 높게 들어올리고 낮춰 준다. 진행 속도도 빠르다. 예상대로 고속 셋팅에 걸맞게 승차감은 다소 딱딱한 편이다. 방지턱을 넘거나 고속주행시 요철을 만나면 에어 서스펜션이 제 기능을 발휘한다. 부드럽게 노면을 걸러줘 마음껏 악셀을 밟을 수 있다.

전자식 능동형 롤 컨트롤 시스템과 전자식 디퍼런셜을 포함한 사륜구동 덕분에 핸들링은 민첩하다. 웬만해서는 차체 균형이 무너지지 않는다. 서킷뿐 아니라 장거리 고속 주행의 GT 성향을 제대로 대변한다. 슈퍼카 명성의 애스턴마틴답게 속도를 제법 올려도 체감이 잘 되지 않는다. 속도계를 보면 깜짝 놀랄 뿐이다. 

ADAS는 앞뒤 차간거리를 조절해주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이탈경보만 지원한다. 차선중앙유지보조는 없다. 차간 거리 유지는 부드럽게 주행된다. 장거리 고속 주행에 편리한 기능이다. 

 

이번에는 눈으로 덮힌 후지스피드웨이를 스노타이로 갈아 끼운뒤 전문 드라이버와 함께 택시 주행에 나섰다. "707마력이 눈에서 슬립하면.." 하는 걱정도 들지만 슈퍼카 SUV의 실력을 제대로 느껴볼 몇 안되는 기회다. 후지 서킷에 진입한 DBX는 가속 페달을 밟자 굉음을 쏟아내며 눈길을 헤치고 나아간다.

눈 쌓인 후지스피드웨이에서 전문 드라이버가 애스턴마틴 DBX를 운전하고 있다

스노타이어 덕분에 시속 150km 이상에서 고속 코너링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직진 가속이 진행되면 온 몸이 시트에 파묻힐 정도의 가속력이 전해진다. 후지서킷 한 쪽에 마련된 넓은 공터에서는 슈퍼카의 급가속 괴력과 동시에 놀라운 제동력, 아울러 에어 서스펜션의 재빠른 회복력을 제대로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지금도 눈 쌓인 서킷에서 질주하는 DBX가 눈에 선하다.

 

눈 쌓인 후지스피드웨이에서 애스턴마틴 DBX로 고속 질주하는 장면

애스턴마틴 DBX 707의 가격은 3억 1700만원부터 시작한다. 3억원 초반에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경쟁자보다 DBX707은 더 고성능이다. 고성능과 럭셔리를 동시에 잡고 싶다면 DBX 707의 스티어링휠을 잡아보라. 그래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한 줄 평

장점: 컴포트와 슈퍼카를 아우루는 고성능 SUV, 넓은 실내를 포괄하는 멀티플레이어


단점: 터치 방식이 안 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후지스피드웨이(일본)=김태진 tj.kim@carguy.kr, 서울=임정환 에디터  jwh.lim@carguy.kr

애스턴마틴 DBX 707

엔진

4.0l V8 트윈터보

변속기

9단 자동 습식 클러치 변속기

구동방식

4륜구동

전장

5040mm

전폭

19950mm

전고

1680mm

축거

3060mm

공차중량

2245kg

최대출력

707 마력

최대토크

91.7kg.m

복합연비

7.0km/L

시승차 가격

3억 17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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