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혼다 CR-V 1.5 터보.. 패밀리 SUV 모범 답안
[시승기] 혼다 CR-V 1.5 터보.. 패밀리 SUV 모범 답안
  • 김태현
  • 승인 2023.05.20 09:00
  • 조회수 6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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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은 사람이나 사물을 판단할 때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인품이 훌륭한 사람이어도 첫만남이 좋지 못했다면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없는 노릇이다.

 

요즘 국내에서 대중 브랜드 일본차에 대한 첫인상은 그리 좋지 못한 것 같다. 역사, 정치적인 이슈를 제외 하고서라도 성능이나 안전, 품질 등에서 국산차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디자인은 국산차가 더 좋다는 평도 나올 정도다. 여기에 떨어지는 실내 인테리어와 비싼 가격은  감점 요소였다.

 

하지만 반전의 계기가 왔다. 지난해부터 현대기아를 필두로 국산 신차 가격이 급등했다. 수입 대중 브랜드 신차 가격과 차이가 10% 내외로 좁혀졌다. 모델에 따라 더 비싼 경우도 있다. 그래서일까. 상대적으로 가격 접근성이 좋은 일본 대중 브랜드 차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국내에 선보인 6세대 혼다 CR-V의 첫인상은 단정하고 깔끔하다. 꾸밈없이 깔끔하고 담백한 인상으로 돌아왔다. CR-V는 도심형 콤팩트 SUV다. 1990년대 기아 스포티지가 출시된 이래 콤팩트 SUV 돌풍이 일면서 개발됐다.

 

혼다는 콤팩트 세단 ‘시빅’ 플랫폼을 활용해 1995년 CR-V를 출시했다. 프레임바디 기반이던 스포티지와는 다르게 모노코크 플랫폼으로 더 승용 감각에 집중한 것이 특징이다.

미국 시장을 주 타깃으로 개발하다 보니 일본에서는 차폭이 1750mm를 초과해 5넘버(대형차)로 분류돼 세금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현 6세대는 일본에서 판매 부진으로 단종을 맞았다.

과격했던 기존 디자인은 각지고 안정적인 형태로 변모했다. 미래적이고 화려한 인상은 아니지만 유행을 타지않는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형태이다. 구형에 비해 커진 탓도 있지만 넓은 그릴과 얇은 헤드램프는 한 체급 커 보이는 인상을 준다.

MFR 타입 풀 LED 헤드램프는 야간에도 선명한 시야를 제공한다. 오토 하이빔도 지원한다.

측면은  후륜구동 차 같은 사이드 프로포션을 보여준다. A 필러가 꽤 후방으로 치우쳐서다. 뒷문이 앞문보다 길어 2열 승객을 배려한 패밀리카라는 성격을 보여준다. 북미에서 생산한 사양을 그대로 수입하다 보니 2열은 프라이버시 글라스가 적용된다. 긴 프런트 오버행은 전륜구동임을 상기시킨다.

다소 작아 보이는 휠은 18인치로 동급 경쟁 모델이 20인치까지 확대하는 점에서 다소 아쉽다. 현재 CR-V는 EX-L 트림에 한국 특화 사양을 추가한 단일 트림으로 수입된다. 이후 추가 라인업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

후면 테일램프는 볼보를 닮았다. CR-V는 전통적으로 해치를 따라 위아래로 뻗은 테일램프를 적용해왔다. 이번에는 아래쪽을 안으로 꺾어 특정 차종이 연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실내는 외관과 동일하게 안정적인 수평 디자인이다. 좌우로 넓게 뻗은 송풍구는 매시 그릴이 적용돼 독특한 느낌이다.

송풍구 상단에는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하단에는 공조기 조작부가 놓여 있다. 벌집 모양의 공조기 디자인은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편하다. 

계기판은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아날로그 계기판이 혼합된 형태이다. 속도계는 고전적인 바늘이 달린 아날로그식이다. 좌측 RPM게이지는 메뉴에 따라 다양한 정보를 띄우는 트립창을 겸한다.

9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는 크기가 요즘 신차치고는 작은 편이지만 화질도 선명하고 터치 반응도 빠르다. 무선 카플레이를 지원하는데 끊김이 없고 시동과 동시에 바로 연결돼 사용하기 편리했다.

중앙 디스플레이에서 우측 상황이 비춰지니 시야의 분산이 적다.

방향지시등 레버 끝에는 사각지대 카메라 스위치가 놓여 있다. 스위치를 누르거나 우측 방향지시등을 점멸할 때 중앙 디스플레이에 카메라 화면을 띄워준다. 오른쪽에만 붙어있는 카메라는 시야각이 넓어 운전할 때 상당히 편하다. 화질이 낮고 기능이 제한적인 부분은 아쉽다.

1열은 열선은 가능하지만 통풍 기능은 빠졌다. 좌우 모두 전동 시트로 운전석만 메모리 기능을 지원한다. 2열은 에어벤트가 달려 있다. 리클라이닝이 가능하지만 열선이 없는 점은 아쉽다.

 

상당히 넉넉한 2열 레그룸과 헤드룸이 강점이다. 키가 182cm인 기자가 운전석 포지션을 편안하게 맞추고도 2열 공간은 무릎 사이에 주먹이 두 개는 들어갈 정도로 넉넉하다. 여러명이 타고서도 장거리를 주행해도 무리없는 수준이다. 센터 터널이 살짝 올라와 있지만 3명이 타도 높이가 낮아 불편함은 없었다.

전동식 테일게이트가 적용된 트렁크는 넓게 열린다. 트렁크 바닥이 낮아 짐을 싣기 편하다. 기본 용량도 1113L로 공간도 상당히 넓어 골프백 4개는 여유롭게 실을 수 있다.  

 

2열을 폴딩하면 2,166L 라는 광활한 공간이 나온다. 중간에 턱이 져 평탄화 작업 없이는 차박 용도로 사용하기는 어렵겠다. 

혼다 커넥트가 설치된 스마트폰이 시승차와 함께 제공됐다. 시동을 걸고 공조기를 조작하며 연료량, 정비시기 등을 원격으로 확인 가능하다. 수입차로는 드물게 스마트키로도 원격 시동이 가능하다. 

 

원격제어로 시동을 걸자 조용한 엔진음이 부드럽게 들려온다. 직분사 엔진인데다 냉간임에도 상당히 조용하다.

1.5L 4기통 터보에 CVT 트랜스 미션은 190마력의 출력을 부드럽게 전달한다. CVT임에도 직결감이 좋고 늘어진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변속 충격이 없고 연료 효율이 좋은 CVT 장점이 크게 다가온다.

 

운전하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직분사에 저배기량 터보임에도 놀라울 정도로 정숙하다는 점이다. 스톱 앤 고도 부드럽게 작동한다. 항속 시에 어느 정도 노면 소음이 들려오지만 외부 소음이 상당 부분 정제되어 들어온다.

 

연비 또한 커진 덩치를 생각하면 준수하다. 350km를 시내와 고속도로를 번갈아 달리고 급가속, 초고속 영역까지 고르게 주행했음에도 평균연비는 10km/l 수준이였다. 고속도로에서는 14~15km/l를 어렵지 않게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티어링 감각은 사뭇 진지하다. 노면의 피드백을 잘 전달하고 적당한 무게감으로 운전의 즐거움을 더한다. 동급 차종들이 지나치리만큼 가벼운 조작감으로 인해 초고속에서는 불안한 느낌마저 줬던 것에 비해 성숙한 운전 감각을 제공한다.

방지턱을 넘을 때도 단단한 느낌이지만 튀지 않는다. 탄탄하고 안정적인 하체의 세팅이 돋보인다.

‘혼다 센싱’으로 불리는 주행보조 시스템도 인상적이다. 차선 중앙을 유지하는 기능도 발군인데다 차간 거리를 유지하며 끼어드는 차량에 대응하는 것도 부드럽다. 주행보조 장치가 작동 중에는 스티어링이 조금 더 무거워져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실용적인 패키징과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 완성도 높은 주행 질감에 연이어 감탄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준중형 패밀리 SUV가 갖춰야 할 모든 덕목을 갖춘 차였다. 최근 나오는 소형 SUV들이 이름과 다르게 점점 거대해져 상위 세그먼트를 위협하고 있지만 CR-V는 담백함으로 승부를 본다.


지금은 EX-L 1.5터보 단일 트림에 색상도 무채색 3가지 뿐이다. 조만간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될 예정이라 도로에서 손쉽게 CR-V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혼다 코리아는 올해 CR-V 터보를 시작으로 라인업을 대대적으로 정비할 예정이다. 상반기 CR-V 하이브리드에 이어 어코드 풀체인지 모델이 들어온다. 올해 연말에는 대형 SUV 파일럿을 출시한다.

 

한 줄 평

 

장점 : 실용적인 패키징과 안정적 주행감각..패밀리 SUV로 제격 

 

단점 : 특징 없는 디자인..단일 트림의 적은 선택권

 

김태현 에디터 th.kim@carguy.kr

혼다 CR-V 터보

엔진

1.5L V-tec 터보

변속기

CVT(무단자동)

구동방식

전륜구동

전장

4,705mm

전폭

1,865mm

전고

1,680mm

축거

2,700mm

공차중량

1,610kg

최대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24.5kg.m

복합연비

12.1km/L

시승차 가격

4,1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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