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km시승기] V8 자연흡기, 대체불가능의 가치..렉서스 LC
[500km시승기] V8 자연흡기, 대체불가능의 가치..렉서스 LC
  • 김태현
  • 승인 2023.07.19 08:30
  • 조회수 3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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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기적이다”

 

렉서스가 처음 LC 양산 모델을 공개했을 때 들었던 생각이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기자는 이차의 디자인을 보고 탄성을 내질렀다. 디자인을 실물로 실현한 모든 엔지니어와 디자이너에게 경외심이 들었다.

 

 렉서스는 1980년대 이후 합류한 대중차 브랜드에서 내놓은 프리미엄 브랜드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토요타 특유의 품질과 내구성, 그리고 누구도 쫓아올 수 없던 정숙성을 내세워 10여년만에 프리미엄 브랜드에 안착했다. 

대중차는 생산 원가에 민감하다. 브랜드 가치가 낮아 고가 차종을 내놓기 어렵다. 한계가 명확하다 보니 프리미엄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새로 출시해 시장을 키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가티, 포르쉐,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을 인수한 폭스바겐 그룹이 대표적이다.



렉서스는 후발주자였기에 준비를 철저히 했다. 고소득층, 상류층의 삶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그들의 니즈에 명확히 부합하는 차들을 만들어냈다. 타깃 연령층이 높다 보니 어디 하나 모자랄 것 없이 훌륭한 차지만 지루하고 심심한 아재의 차라는 인식이 한동안 자리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이미지를 타파하고자 2010년 이후 파격적인 형태의 스핀들 그릴을 도입하고 DRL과 분할된 헤드램프 같은 파괴적 디자인을 시작했다. 조용하고 안락하기만 했던 렉서스가 날카로운 인상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LC는 렉서스가 추구하던 L-피네스 디자인의 진수를 보여주는 모델이다. 2012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LF-LC 콘셉트카 디자인을 완벽하게 적용해 양산에 성공했다. 오히려 더욱 진보적인 디자인 디테일이 첨가됐다.

시승차는 노란색 페인트를 입은 컨버터블이다. 첫 눈에 매혹적이다. 대형 쿠페라 자칫하면 유치해 보일 수 있는 색상인데도 날렵한 디자인 탓에 그다지 이질감이 크지 않았다. 어두운 곳에서 밝은 조명을 받은 네이플스 옐로우 컬러의 메탈릭한 색감 덕에 황금 동상을 보는 듯하다.

 

헤드램프와 분리된 DRL 램프는 날카롭게 그릴 쪽으로 찢어졌다. 다른 모델에서 엉성해 보이던 스핀들 그릴은 넓은 차체 덕에 비율이 좋다. 하단에 크롬 몰딩을 넓게 둘러 고급감을 살렸다. 그릴 속의 패턴은 디테일이 높다.



3개의 프로젝션은 LC만의 로봇 같은 독특한 인상을 자랑한다. 램프를 휘감은 무광 그레이 몰딩이 범퍼 하단까지 이어진다. 몰딩 옆에는 방향지시등 램프가 자리한다.

풍만한 볼륨과 휘몰아치는 캐릭터 라인은 컨버터블이라도 지나쳐 보이지 않는다. 디자인 자체가 컨버터블을 충분히 고려하고 제작해 소프트톱을 닫아도 아름다운 바디라인을 자랑한다.

소프트톱은 마그네슘, 알루미늄을 복합적으로 사용한 뼈대에 4중으로 이루어진 특수 소재 패브릭으로 구성했다. 그 덕에 소프트톱이지만 NVH에서 확실한 강점이 있다. 루프는 서예에서 영감을 받은 동작에 따라 3단계로 부드럽게 열리고 닫힌다.

 

센터 콘솔에 위치한 스위치로 15초 만에 열고 닫을 수 있다. 50km 속도 이하에서 주행 중에도 작동이 가능하다. 깊게 파여 들어간 사이드 스커트 라인 덕에 리어 휀더 볼륨감이 더욱 돋보인다. 실제 기능을 하는 에어가이드가 달려 스포츠카 감성을 제대로 풍긴다.

자극적인 전면과 측면에 비하면 후면은 다소 절제된 느낌이다. LED 램프 안쪽에 거울을 달아 수없이 반사되어 깊은 공간처럼 보이는 테일램프 그래픽은 빨려 들어갈 듯하다.

 

스핀들 그릴과 유사한 캐릭터 라인이 엉덩이를 한껏 치켜든 것처럼 보인다. 범퍼 하단 양 끝에 매립형으로 자리한 배기 파이프에서는 황홀한 배기 소리가 연신 터져 나온다.

하늘을 맞이해야 진정한 가치가 느껴지는 컨버터블이지만 아쉽게도 장대비가 불규칙하게 쏟아지던 날 시승을 진행했다. 실내의 모든 부분이 가죽이라 "타고 내릴때 비를 맞아 변형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만큼 실내는 고급 소재로 휘감아져 있다. 브라운 톤의 가죽이 아늑한 분위기를 낸다. 실내만큼은 과거 렉서스를 그대로 이어온 듯하다.

부드러운 가죽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지만 계기판만큼은 전설적인 선대 슈퍼카 LFA의 그래픽을 담았다. 중앙에 위치한 RPM 게이지는 스포츠카 감성을 배가시킨다. 각 모드에 따라 다양한 그래픽을 선보일 뿐만 아니라 계기판의 물리 링이 좌우로 움직이며 화면을 연출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한세대 전의 렉서스 그대로다. 아틀란 내비게이션을 기본으로 탑재한 10.3 인치 디스플레이는 터치가 불가능하고 오로지 기어노브 옆에 위치한 트랙 패드로 조작해야 한다. 다행히 유선으로라도 카플레이를 지원해 아쉬움을 덜어낸다.

고급스러운 가죽으로 치장한 시트는 오랜시간 운전을 해도 편안하다. 스포츠카 답게 단단하게 몸을 고정시킬 뿐만 아니라 3개의 포지션 메모리, 에어스카프 등 기능도 출중하다.

아름다운 내외관 디자인은 미래에서 온듯한 분위기를 내지만 정작 속에는 고전적인 고회전형 V8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이 탑재되어 있다. 471마력, 55kgfm의 토크는 경쟁 차종에 비하면 수치적으로 확연한 열세지만 7100rpm까지 허용하는 고회전의 질감은 여느 스포츠카에 뒤지지 않는다.

 

LC에는 LS600h에 적용되었던 V8 2UR 엔진에 하이브리드 유닛을 제거하고 고회전형으로 개량한 2UR-GSE 엔진을 장착했다. 렉서스의 고성능 디비전 F 모델에 다수 탑재된 파워트레인이다. 2007년 최초로 적용된 IS F의 416마력 사양에서 압축비를 높여 471마력까지 끌어올렸다.



500km를 타는 내내 호쾌한 하이톤의 배기 사운드에 감탄하면서도 더 놀랐던 것은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달려 있었다는 점이다. 시승차를 돌려보내고 나서야 알아챘지만 운전 내내 배기 사운드의 이질감이 전혀 없었다.

10단 다이렉트 시프트 자동변속기가 탑재돼 빠른 변속 반응과 적절한 변속 충격은 운전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다단화를 통한 뛰어난 고속연비는 덤이다. 시승 동안 고속도로 항속주행시 최대로 기록한 연비는 무려 11.5Km/L가 나왔다. 5L가 넘는 대배기량 엔진이지만 충분히 데일리로 사용할 수 있는 준수한 연비다.

 

스포츠카지만 과격한 운전을 계속 하기보다 럭셔리한 크루징 주행을 타깃으로 하다 보니 최신 주행보조장치도 갖췄다. 차선이탈 보조에 차간거리도 잘 유지해 준다. 여유만 있다면 장거리 여행을 자주 다니기에 적절한 셈이다.

옛 선비는 비가 와도 뛰지 않는다고 했던가. 2톤이 살짝 넘는 공차중량 탓에 와인딩 도로에서는 아쉬운 움직임을 보인다. 1920mm의 넓은 전폭과 뒷바퀴에 폭이 275mm나 되는 넓은 신발을 신었지만 한계 그립은 낮은 편이다. 코너에 진입해 악셀을 과감히 밟으면 살랑살랑 꼬리를 흔든다. 시승차에 컴포트 성향의 런플랫 타이어가 장착된 탓도 있겠다.

 

여담으로 미국 유명 매체 모터트렌드에서 12대의 스포츠카를 모아 서킷 테스트를 진행했을 때 랩타임 최하위권을 기록한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1억7천만 원을 호가하는 높은 가격은 선뜻 구매하기가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렉서스지만 스포츠 브랜드의 엔트리카 가격에 필적하는 가격대라는 점이다. 눈을 낮춰도 프리미엄 브랜드의 제대로 된 고성능 디비전 모델을 사고도 남을 가격이다.



1억원이 훌쩍 넘는 가격은 브랜드의 상징성과 헤리티지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효율이나 출력 같이 수치상으로 보여지는 것보다도 감성을 자극하는 대체 불가능성이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해야한다. 

 

시선이 끌릴 수밖에 없는 외장 디자인, 세상에 얼마 남지 않을 고회전 V8 자연흡기 엔진의 하이톤 사운드와 회전 질감, 그럼에도 편안한 승차감과 고급스러운 실내 소재와 유려한 디자인은 대체재가 없다. LC500 컨버터블은 구입한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잘 샀구나'하는 감회가 들 모델이다.

 

한 줄 평

 

장점 : 매력적인 외관에 극강의 하차감, 유일무이 하이톤 V8 배기 사운드

 

단점 : 낮은 운동성능에 1억원대 중반 가격은 높은 진입 장벽이다

 

김태현 에디터 th.kim@carguy.kr

 

 

렉서스 LC500 컨버터블

 

엔진

V8 5.0L 자연흡기

변속기

10단 자동변속기

구동방식

후륜구동

전장

4760mm

전폭

1920mm

전고

1345mm

축거

2870mm

공차중량

2060kg

최대출력

471마력

최대토크

55.1kg.m

복합연비

7.5km/L

시승차 가격

1억 78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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