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km시승기] 짧다는 선입견을 깨다..짜릿짜릿 미니 일렉트릭
[500km시승기] 짧다는 선입견을 깨다..짜릿짜릿 미니 일렉트릭
  • 김태현
  • 승인 2023.07.25 08:30
  • 조회수 1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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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은 100% 당연히 되어 있죠?”

 

주행 가능 거리가 200km가 채 안되는 미니 일렉트릭에 오르기 전에 시승 담당자에게 마지막으로 한 질문이었다. 어떤 평가를 내리던 짧은 주행거리는 아킬레스건이다. 누구나 주행 중에 심적으로 부담이 들 수밖에 없다. 기자는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다 보니 서울에서 왕복하려면 그 부담이 더 컸던 부분도 있다.


그런 걱정 속에 2024년형부터 새롭게 적용된 아일랜드 블루에 형광 그린의 팬시한 컬러 조합으로 보기만 해도 청량감을 주는 미니에 올랐다. 여름에 딱 어울리는 색상 조합이다. 미니만의 아이코닉 한 디자인을 한층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미니는 소형차계의 확실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마니아층을 양산한 브랜드다. 경쟁 모델인 폭스바겐 비틀, 피아트 500처럼 유럽에서 태어나 똘망똘망한 눈망울에 작은 차체, 비비드한 컬러 칩들은 여심을 홀리는 요소다. 하지만 남자의 마음에도 불을 지필만큼 짜릿한 운동성능과 운전의 재미로 반전 매력이 돋보이는 브랜드다.

전륜구동이지만 극단적으로 짧은 앞뒤 오버행으로 인해 경차만큼 작은 사이즈라 좁은 도심에서 요리조리 다니기에 딱이다. 그런 미니에 순간적인 가속력이 장점인 전기 파워 트레인을 얹었다.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우선 디자인은 내연기관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내연기관 모델에서 냉각을 위해 달려있던 후드 스쿱도 그대로다. 전기차 전용 파란색 번호판과 형광색 S 엠블럼이 거의 유일한 차이점이다.

 

선루프가 적용되지 않은 루프는 투톤 블랙으로 차체와 대비를 이룬다. 어린아이가 모자를 뒤집어 쓴 것처럼 귀여운 인상이다. 투톤 루프 또한 미니의 오랜 아이덴티티다. 이 요소가 가장 잘 어울리는 차가 미니라는 생각이 든다.

휠 디자인은 상당히 독특하다. 4스포크 형상의 에어로 휠이 적용됐다. 스포크 중 한 개를 막아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디자인을 보여준다. 영국의 가정용 플러그 포트를 닮아 해외에서는 '파워 스포크'라고 불린다.

유니언잭 국기의 그래픽을 형상화한 테일램프와 머플러 팁이 없는 후면은 전기차다운 모습이다. 소형차들이 종종 머플러 팁이 없는 디자인을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별다른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

실내도 동글동글 그대로다. 거대한 원형 LED 링은 이퀄라이저의 그래프를 형상화한 그래픽이 적용됐다. 앰비언트 라이트뿐만 아니라 음량, 속도, 배터리 등의 잔량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중앙에는 무선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는 8.8인치 터치 디스플레이가 자리를 잡고 있다. BMW idrive를 포함한 시스템을 그대로 담아 화질과 사용성이 좋다. 연식변경을 하면서 BMW의 내비게이션이 기본이다.

계기판은 원형을 두 개 겹친듯한 형태에 좌측에 파워 게이지, 우측에 배터리 잔량을 표기한다. 중앙의 5인치 디스플레이에서 속도를 포함한 다양한 정보를 보여준다. 파워 게이지는 독특하게도 아날로그 바늘 방식이다.

 

주행보조 장치는 최소한으로 적용됐다. 24년형이 되면서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기본인데 차간 거리를 유지해 주는 정도에 그친다. 차선이탈은 경보만을 울린다. 차의 성격과 주행거리를 생각하면 그다지 쓸 일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별로 아쉬움이 없다.

미니의 고카트 필링을 3세대 모델에서 느끼기는 어려웠다. 무겁고 커진 차체 탓에 눈에 띄게 둔해진 운동성능이 아쉬웠다. 3세대에 이르러 BMW가 미니와 플랫폼을 공유하고 다양한 차종에 활용하면서 타협을 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니 일렉트릭은 제원표를 읽을 게 아니라 운전을 해야 그 진가가 드러난다. 작은 차체에 180마력에 이르는 전기모터 출력은 차고 넘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은 7초 정도다. 내연기관 쿠퍼 S에 비하면 약간 느리지만 순간적인 반응속도와 높은 토크로 수긍이 가능하다.

출력이 비슷한 해치백 S 내연기관 대비 100kg가량 무게가 늘어나고 전고도 15cm가량 커졌다. 다른 전기차들처럼 배터리를 차체 하단에 스케이트보드 방식으로 깐 것이 아닌 기존 미니의 레이아웃을 그대로 가져와 연료탱크 위치에 배터리를 얹어 더욱 무게 배분이 좋아졌다.

 

소형 해치백의 특성상 프런트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구조적 단점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와인딩 로드에 들어서자 옛날 우리가 알던 미니의 그 움직임이 그대로 드러난다.

 

동일한 차체지만 엔진 대비 무게중심이 낮아진 탓일까 코너에 앞머리를 빠르게 집어넣고 뒤는 정말 빠르게 따라온다. 높은 토크와 반응속도로 악셀의 전개량에 따라 언더스티어를 조절하면서 달리는 재미는 다른 차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미니만의 신선함이다.

"정말 재미있다"고 환호성이 나오는 순간 불청객이 찾아왔다. 다름 아닌 출력 제한이 걸리는 것. 약 2~3km의 짧은 굽잇길이었지만 30% 이하로 파워 게이지가 떨어지며 가속력이 뚝 떨어졌다. 고속 환경에서는 제한속도인 150km/h까지 빠른 가속과 안정적인 주행감은 돋보였지만 와인딩 로드에서 가감속이 자주 이뤄지면서 열관리에 불리한 모습을 보였다.



짜릿한 운동성능에 비해 유지력이 약해 아쉬웠다. 짐카나나 오토 크로스처럼 짧은 다이내믹한 주행을 하기에는 적합할지라도 서킷에서의 주행은 짧은 주행거리보다도 출력 제한 탓에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짧은 주행거리와 떨어지는 지구력은 작은 배터리 사이즈에서 기인한다. 32.6kWh 급 배터리는 확실히 작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전비가 평균적으로 8km/kWh, 고속도로에서는 10km/Kwh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상당히 좋다. 살살 달래서 타면 실주행거리는 200km를 가볍게 넘어선다.

 

유럽시장에서 경쟁 모델인 르노 조에, 푸조 e-208가 50kWh 이상을 탑재한 것보다도 작은 사이즈라 장거리 부담은 당연하다. 그래서 좋은 점도 있다. 바로 충전이 굉장히 빠르다는 것. 완속 충전기로 충전을 해도 4~5시간이면 80% 충전이 가능하다. kWh 당 200원대 초반이라 완충까지 1만 원이 채 안 되는 비용에 충전을 마칠 수 있었다.

미니 일렉트릭만의 그린모드와 그린+ 모드를 활용하면 주행거리를 대폭 늘릴수 있다는 점도 아쉬움을 덜어낸다. 그린 모드를 활성화하면 최고속도가 120km/h, 가속력도 제한된다. 그린+에서는 공조기의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주행거리가 늘어난다. 대략 10~20% 주행가능거리가 늘어난다.

미니 일렉트릭과 함께한 뒤로 짧은 주행거리의 전기차도 충분히 탈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해진 주행 루틴과 충전 환경만 갖춰졌다면 말이다. 2019년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1대의 일평균 하루 주행거리가 38.5km 수준이었다. 미니 일렉트릭의 짧은 주행거리로도 통근용으로 전혀 무리가 없다는 의미이다.



아이코닉 한 외관과 작은 차체를 십분 활용한 짜릿한 주행감각은 주행거리를 떠나서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내연기관 시절의 단점을 모조리 개선한 NVH와 전기차 특유의 주행 감각이 돋보였다.



미니는 4세대 모델부터 전기차 모델을 대폭 개선해 전기차 브랜드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세대보다 작아진 차체지만 주행거리를 300Km대로 늘린다. 현세대의 아쉬운 점을 개선한 완성형 모델이 기다려진다.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이는 건 기자뿐일까!

 

 

한 줄 평

 

장점 : 아이코닉한 외관 디자인에 걸맞는 짜릿한 주행감각

 

단점 : 짧은 주행거리의 아쉬움보다 딱 재밌어지려 할 때 출력제한..

 

 

김태현 에디터 th.kim@carguy.kr

 

미니 일렉트릭 SE 2024

 

모터방식

싱글모터 전륜구동

배터리

32.6kWh

전장

3850mm

전폭

1725mm

전고

1430mm

축거

2495mm

공차중량

1390kg

최대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27.5kg.m

완충 최대주행거리

159km

시승차 가격

52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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