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5000명 감축..전기차 시대 체질 개선 신호탄
폭스바겐 5000명 감축..전기차 시대 체질 개선 신호탄
  • 김태현
  • 승인 2023.08.04 05:30
  • 조회수 58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폭스바겐 CEO 토마스 셰퍼

지난달말 폭스바겐그룹은 임직원 간부 2천여명이 참석한 연석 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토마스 셰퍼 CEO는 “현재 자동차 산업은 전혀 낙관적이지 않다”며 "앞으로 몇 주, 몇 달동안 아주 힘든 시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시에 이날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3년간 110억 달러(약 14조원) 절감 목표도 세웠다. 폭스바겐그룹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8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이러한 천문학적인 절감 계획을 세운것은 급상승한 생산비용 대비 매출 감소 여파다.

 

설상가상으로 전체 매출액 40%가 발생하는 중국 시장에서도 판매가 둔화세로 돌아서자 “지붕에 불이 붙었다”는 표현까지 나온 상황이다. 중국에서 전기차 트렌드에 느리게 합류한 폭스바겐과 아우디 브랜드는 시장을 선점하지 못한 채 쫓아가기만 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폭스바겐은 전기차 전문 업체인 중국 샤오펑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중국형 전기차 화에 나선다.

 

그룹 전체로 연간 1000만대에 근접하는 판매 대수를 지닌 초거대 기업이 순식간에 기업의 체질을 바꾼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사무직 직원 뿐만 아니라 생산, 판매 등 수많은 관련 종사자와 기존 내연기관 위주의 부품 공급사와의 계약이 원인이다.

이런 위기 의식에 따라 폭스바겐그룹은 올해 약 5천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고령 생산직부터 사무직까지 명예퇴직을 권고하는 등 대대적인 감축에 나선다. 대규모 감원 이면에는 전기차 전환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일례로 중형세단 파사트와 아테온은 ID.7에게 포지션을 넘기고 단종 수순을 밟는다. 차량 1대당 약 3만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1만9000개가 탑재된다. 조립 공정도 내연기관차보다 단순해 훨씬 적은 인력으로 생산이 가능하다. 그마저도 로봇이 조립하는 경우가 많다.

 

폭스바겐은 지난 6월 장기적인 수익성과 성과를 견인하기 위해 "엑셀러레이트 포워드(Accelerate Forward)"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발표한 바 있다. 영업이익율을 현재 약 3%에서 6.5%로 두 배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효율성을 최적화하기 위해 모델 수를 줄이고 생산 자체도 간소화한다.

폭스바겐 뿐만 아니라 포드도 대규모 인원 감축을 예고한 상황이다.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완성차 기업 포드는 "향후 3년간 유럽에서 직원 3800명을 감원하고 일부 제품 개발 인원을 미국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유럽포드는 약 3만4000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 중 11%가 구조조정 대상이다. 대부분 자동차 생산과 개발, 관리를 맡은 직군이다. 독일에서 2300명, 영국에서 1300명, 다른 유럽 국가에서 200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르노그룹도 2천여명을 정리해고할 계획이다. 스탈란티스 또한 지난해 일리노이주 공장을 영구 폐쇄하고 브랜드를 재정립 하는 등 1350명을 감축했다.

전기차 전환을 위한 구조조정이 추진되면서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독일 최대 노동단체인 IG메탈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포드가 구조조정에 돌입할 경우 대대적인 단체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독일 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포드를 혼란에 빠뜨릴 행동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의 경우 기아가 국내 전기차 공장 신설을 놓고 노사 갈등을 빚었다. 기아 노사는 지난해 임금·단체협약에서 2025년까지 연간 15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미래차 전환에 따른 고용 안전을 강하게 요구했다. 사측이 노조의 뜻을 일부 수용하면서 가까스로 불이 꺼진 모양새다.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지면서 전기차가 자리를 잡자 전통적인 자동차의 생산, 판매, 마케팅의 방식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조사들이 새로운 강호들에게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조정, 원가절감이라는 태풍이 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강타할 가능성이 크다.

 

 

김태현 에디터 th.kim@carguy.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