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뜨거운 감자 '온라인 직판'..수입차 1위 벤츠코리아 선택은
[현장] 뜨거운 감자 '온라인 직판'..수입차 1위 벤츠코리아 선택은
  • 김태진 편집장
  • 승인 2023.08.01 08:30
  • 조회수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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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같은 글로벌 완성체 업체가 전동화 시대에 온라인 직판 전환은 정답일까” 지난달 벤츠코리아 딜러 경영진과 저녁자리에서 온라인 직판이 화두로 떠올랐다.  

올해 2월 열린 벤츠코리아 신년 기자간담회

 

해외 자동차 미디어도 최근 국내 기사를 인용해 수입차 1위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이하 벤츠코리아)가 수 년내 딜러사를 거치지 않고 온라인 직판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보도했다. 해외에서도 벤츠의 직판이 화제인 모양이다.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8만976대를 판매, 수입차 1위에 올랐다. 매출액도 7조5천억원에 달했다. 매출로 보면 국내 완성차업체인 현대기아를 제외하고 사실상 2위다. 10여년 동안 국내 수입차 시장 1위를 질주하면서 이룬 성과다.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벤츠코리아가 딜러사를 통하지 않고 신차를 직접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미 지난달 딜러사들과 관련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진다. 온라인 판매로 전환되면 기존 딜러의 역할이 바뀔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딜러들은 당장 “매출이 급감할 뿐 아니라 손익구조에서 큰 문제가 생긴다”며 반발하고 있다.

온라인 직판제 도입을 추진 중인 벤츠코리아

 

온라인 판매가 도입되면 기존 딜러는 주 수입원인 신차 판매 마진(대략 신차 가격의 10%)이 없어지고 고객에게 신차를 딜리버리하는 역할로 전환된다. 쉽게 말해 그동안 여러 딜러사들이 판매 경쟁을 하면서 할인을 하거나 각종 프로모션을 거는 마케팅 활동이 일절 없어진다는 얘기다.

 

매출액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한 셈이다. 아울러 전시장도 주요 거점 이외에는 필요 없을 뿐더러 영업사원도 축소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사실상 기존 애프터서비스 영역만 남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선 테슬라, 폴스타가 아예 딜러 없이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전통의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업력이 짧은 이들은 처음부터 딜러사를 뽑지 않아 온라인 판매에 따른 반발이나 부작용이 전혀 없다.

 

벤츠코리아와 가장 비슷한 경우는 혼다코리아가 올해 도입한 온라인 직판제다. 혼다코리아는 올해 1월 판매부진을 타개하고 딜러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온라인 직판제를 도입한 바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부분변경
수입차 1위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혼다코리아가 단일 가격을 책정하면 기존 딜러들은 혼다코리아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해당 차량 구입 의향을 밝힌 고객과 만나 시승을 안내하고 차량 구입에 따른 각종 부대 업무를 대행해주는 게 내용이다.

 

사실상 고객 입장에서는 딜러사 여러 곳을 접촉해 가장 저렴한 할인 가격을 제시한 곳에서 구입할 수 있던 기존 딜러제 방식의 장점이 사라졌다. 상대적으로 혼다 딜러사는 기존 마케팅이나 프로모션 활동이 일절 없어져 비용을 크게 줄이고 단일 가격에 따른 고객 응대와 애프터서비스가 핵심 영역으로 남은 것이다.

 

가장 다른 점은 벤츠는 수입차 1위이고 혼다코리아는 판매 부진이 심화하면서 국내 생존이 불투명해지면서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것이 온라인 직판이다. 혼다 딜러사도 수익구조가 악화돼 더 이상 할인 같은 프로모션을 할 수 없게 돼 온라인 직판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벤츠코리아는 온라인 직판제를 향후 3,4년내 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미 독일 본사에서는 온라인 직판에 방점을 두고 있다. 독일 본사는 2,3년 전부터 유럽에서 온라인 판매를 늘리는 방식으로 딜러 개혁에 착수했다.

 

벤츠 본사는 표면적인 이유로 “딜러마다 판매 가격이 다르면 소비자가 여기저기 알아봐야 해 불편을 겪는다”는 고객 입장을 내세웠지만 속내는 다르다. 전기차 시대로 전환되면서 내연기관 차량보다 비싼 전기차를 판매하기 위해선 딜러사 마진을 줄여야 한다는 분석에 근거한 것으로 알려진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혼다코리아의 직판제 도입과 벤츠는 상황이 다르다”며 “연간 10만대 판매를 바라보는 벤츠코리아 딜러 입장에서는 먹을 파이가 크게 줄어드는 것이라 반발이 클 수밖에 없지만 결국 온라인 직판제는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관심은 벤츠코리아의 특이한 지배구조다. 국내 수입차 1위 딜러인  한성자동차가 2대 주주로 49%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성자동차는 말레이시아 화교 자본으로 레이싱홍 등 관련사를 통해 벤츠코리아 2대주주 역할을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성자동차가 벤츠코리아의 직판제 전환을 어떤 조건으로  수용할지가 키인 셈이다. 한성자동차가 직판제에 동의할 경우 나머지 딜러사들이 반발할 명분이 사실상 없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테슬라가 던진 온라인 직판제의 화살이 전통의 자동차 업체에게 태풍보다 큰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엄청난 투자가 요구되는 전동화 시대에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기존 딜러제 판매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직판제는 앞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등장할 전망이다.

 

김태진 에디터 tj.ki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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