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고스트처럼 다가온 슈퍼카 하이브리드..맥라렌 아투라
[시승기] 고스트처럼 다가온 슈퍼카 하이브리드..맥라렌 아투라
  • 김태진 편집장
  • 승인 2023.08.24 08:30
  • 조회수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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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마력이 넘는 슈퍼카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추가하면 어떤 느낌일까” 

맥라렌 아투라를 시승하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다. 영국 슈퍼카 메이커인 맥라렌이 재미있는 모델을 내놨다. 전기모터로도 구동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슈퍼카 맥라렌 아투라다.

 

외관부터 구동까지 전형적인 미드십(MR) 슈퍼카지만 EV 모드로 최대 31km 주행이 가능하다. 하이브리드 차량이지만 슈퍼카 위용은 여전하다. 최고속도 330km/h에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3초가 걸릴 뿐이다.

 

아투라는 맥라렌의 슈퍼카 2세대에 해당하는 모델이다. 가벼운 중량에 놀라운 출력을 보여줬던 570S 후속이다. 경량 슈퍼카를 만드는 맥라렌 전통을 이어받아 경량 아키텍쳐인 MCLA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공차중량 1395kg에 불과하다. 

 

맥라렌 디자인은 디테일까지 포함해 소위 ‘페이크’가 없다. 독일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철학으로 유명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실용 디자인을 통해 슈퍼카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사실상 모든 디자인 요소가 공기역학뿐 아니라 고속에서 차량의 접지력을 높여주는 다운포스가 제대로 발생하도록 설계한다.

 

아투라 전면은 첫 눈에 살아 움직일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낮고 넓은 슈퍼카 위용을 그대로 갖췄다. 전폭(1976mm)은 무려 2m에 육박한다. 맥라렌 로고를 형상화한 헤드램프 디자인을 비롯해 상어의 코를 닮은 프론트 범퍼가 상당히 공격적이다. 

헤드램프와 하나로 연결된 하단 인테이크는 화룡점정이다. 리어 인테이크까지 공기의 흐름을 유도하는 기능을 한다. 

 

사이드프로포션 역시 슈퍼카의 전형이다. 지면에 거의 닿을 듯한 낮은 지상고와 흡사 로켓이 날아가는 듯한 실루엣이 매력이다. 측면 커다란 인테이크도 인상적이다. 

 

후면은 번호판 위로 자리잡은 배기구가 엄청난 괴력을 느끼게 한다. 쌍꺼풀이 없는 얇은 눈처럼 처리된 날렵한 테일램프, 비행기 날개 형상의 리어 디퓨저가 예사롭지 않다. 

 

문이 위쪽으로 열리는 시저 도어 역시 맥라렌의 특징이다.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으면 모던한 실내가 반긴다. 아투라 역시 슈퍼카인지라 몸을 살짝 구겨 넣어야 한다. 낮은 차체와 타이트한 시트 포지션 때문이다.

 

컴포트 엔트리 기능을 달려 있어 좌석을 뒤로 움직일 수 있지만 그래도 불편하긴 매 한가지다. 문을 닫을 때는 안쪽 손잡이로 위에서 아래도 당겨주면 된다.  

 

운전석에 앉으면 작은 디지털 계기판이 눈에 들어온다. 스티어링 휠과 하나로 연결됐다. 운전자의 시트 포지션에 따라 움직이면서 정말 주행에 꼭 필요한 정보만 제공한다.

 
중앙에는 아이패드 미니 크기만한 엔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달려 있다. 다행히 유선으로 카플레이를 지원한다. 음악과 더불어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수 있다.
 


트렁크 공간은 엔진이 중앙에 달리는 미드십 차량이라 전면 보닛 아래에 있다. 정말 작은 가방을 넣을 수 있는 크기다.

 

파워트레인은 슈퍼카에서 보기 드문 3.0리터 V6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이 핵심이다. 여기에 모터 출력을 더한다. 엔진 출력만 585마력에 달한다. 변속기에 연결된 E-모터 출력은 95마력이 나온다. 

 

모터 합산 시스템 총 출력은 680마력, 최대토크 73.4kg.m에 달한다. 변속기는 8단 DCT로 후륜구동이다. 특이한 점은 후진 기어 없이 EV 모드로 후진한다. 

 

시동을 걸면 ‘위이잉’ 하는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릴 뿐이다. 엄청난 배기음과 함께 주변을 놀라게 하는 일번적인 슈퍼카 시동과는 거리가 멀다. 맞다! 하이브리드 아닌가. 

 

악셀을 밟으면 전기 모드로 구동하다 꾹 밟으면 그제서야 엔진 시동이 걸린다. 아울러 거센 배기음도 동반한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기모드로 도로까지 나오면 매너 운전이 될 듯하다. 


엔진 개입없이 EV모드만으로 시속 13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악셀을 꾹 밟으면 엔진이 곧바로 개입한다. 

초반 전기모터 가속 느낌이 다소 생소하다. 모터가 회전하는 위이잉 소리가 특이하게 귓전을 강타한다. 일기 예보에 소나기 소식이 나온다. 특히 빗길에서 그립이 좋지 않는 슈퍼카라 소나기가 걱정된다.

 

서울을 빠져나와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높여봤다. 엔진과 모터의 유연한 동작이 슈퍼카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파워트레인으로 다온다. 하이브리드 전환 충격은 거의 느껴지지 않으며 매끄럽다.

 

스티어링 휠은 기분 좋은 가죽과 함께 카본으로 마무리를 했다. 버튼이 하나도 없는 게 특이하다. 

승차감은 예상과 다르게 무척 부드럽다. 여기에 맥라렌 특유의 경량화를 통해 몸과 차체가 하나로 연결된 느낌이다. 방지턱이나 노면이 좋지 않은 곳에서 어느 정도 충격을 흡수해준다. 

 

예상보다 매끄러운 승차감에 감탄이 나온다. 맥라렌은 새로운 리어 서스펜션 설계로 승차감을 좋게 했다고 강조한다. 

 

고속에서 주행모드를 변환하면 서스펜션과 변속비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서스펜션을 트랙모드로 변환하면 그제서야 슈퍼카 승차감이 나온다. 노면 요철을 제대로 운전석 시트에 전달한다. 차체가 통통 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번에는 수동모드로 바꿨다. 슈퍼카는 자동모드보다는 스티어링 휠 뒤에 달린 패들 시프트로 변속해야 변속 충격부터 배기음까지 제 맛을 즐길 수 있다. V8 엔진이 아니라 다소 배기음이 아쉽지만 수동 변속의 재미는 여전하다. 


차간거리를 조절해주는 ADAS 시스템도 달려 있다. 중앙차선 유지 이런 것까지는 기대할 수 없지만 장거리 운전에서는 꼭 필요한 요소다. 

 

맥라렌 같은 경량 스포츠카를 탈 때 가장 큰 난관은 턱이 높은 방지턱을 만날 때다. 충격도 심하지만 잘못하면 차체 바닥이 닿아 배가 걸릴 수 있다.

이를 조금이라도 방지하기 위해 전자식으로 차체 앞부분을 들어 올리는 ‘전면 리프트 기능’을 달아놨다. 방지턱 직전에 사용해봤지만 16mm 정도를 올려 줄 뿐이다. 


아뿔사!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일단 주행을 멈추고 비를 피하기로 했다. 윈도 와이퍼를 작동했다. 이게 왠걸~.하나의 와이퍼가 엄청난 속도로 비를 닦아낸다. 닦는 부위도 꽤나 넓다. 


통상 슈퍼카는 비가 오는 날 타지 않는 게 좋다. 그래서인지 윈도 와이퍼 성능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아투라 윈도 와이퍼는 슈퍼카를 떠나 일반 승용차에 적용해도 좋을 만큼 조용하고 빠르게 작동했다. 슈퍼카를 타면서 와이퍼에 감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거세게 퍼붓던 소나기가 30여분만에 그쳤다. 다시 폭염이 작열하면서 아스팔트 노면은 금세 피부를 드러낸다. 조심스럽게 코너링에 도전해봤다. 

 

전자식 리어 디퍼렌셜이 노면을 감지해 매끄럽게 선회를 해준다. 아직 곳곳에 물웅덩이가 보여 아쉽게도 본격적인 코너링 테스트는 다음 번으로 미뤄야겠다. 


잘 달리는 만큼 잘 서야 한다.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의 제동력은 일품이다. 고속에서 뒷부분에 패러슈트를 편 듯, 무언가 뒤에서 강하게 잡아당기면서 안정적으로 정지한다. 

맥라렌 아투라는 V8 특유의 배기음이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경량화 섀시와 하이브리드 모터의 조합은 상상을 뛰어 넘을 정도로 완성도가 좋았다. 

 

새벽에 전기모드로 조용히 아파트 주차장을 빠져나와 도로에서 냅다 질러본다면 당장 아투라만한 슈퍼카를 찾기 어렵다. 디자인이야 말할 것도 없다. 맥라렌 아닌가. 가격은 2억9900만원부터다.

 


김태진 에디터 tj.kim@carguy.kr

 

 

맥라렌 아투라 제원

엔진 : V6 트윈터보 2,993cc  585hp, 59.7kg.m

  시스템 총 출력 : 680hp: 73.4kg.m

변속기 : DCT 8단

전장 : 4,539mm 전고 : 1,193mm

전폭 : 1,976mm 축거 : 2,640mm

가격 : 29,9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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