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토요타 잇단 부정 스캔들 왜 이러나..강압적 조직문화가 원인
[분석] 토요타 잇단 부정 스캔들 왜 이러나..강압적 조직문화가 원인
  • 김태진 편집장
  • 승인 2024.02.05 09:26
  • 조회수 16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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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자동차 회사인 토요타자동차그룹이 품질 부정 사건에 연루된 악재가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내주 조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잇단 부정 스캔들이 터지자 지난달 말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직접 사과를 했지만 강압적인 조직문제에 따른 부수적인 결과라는 일본 미디어의 지적이 더해져 눈길을 끈다. 

 

과거 ‘품질의 토요타’로 불렸을 때는 현장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전달하고 개선을 하는 조직문화였지만 지금은 문제가 발생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상명하복 조직문화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부정 스캔들의 핵심은 세 가지다. 지난달 핵심 계열사인 토요타자동직기는 디젤엔진 품질인증을 위한 성능시험 과정에서 제어장치를 조작해 실제 성능보다 높은 출력이 나오도록 속인 것이 발각됐다. 결국 문제가 된 10개 차종의 출하를 중단했다. 다이하쓰는 35년에 걸쳐 무려 174건의 품질인증 부정을 저질러 작년 말 생산을 중단했다. 히노자동차도 2022년 배출가스·연비 조작이 드러나 형식 지정이 취소됐다.

2024 북미형 토요타 랜드크루저
디젤 배출가스 조작이 불거진 토요타 랜드크루저 

일본 토요타자동차가 엔진 인증 부정행위 논란으로 생산을 멈춘 공장들의 가동 중단 기간을 5일까지 연장했다. 토요타는 4개 공장의 6개 라인 가동 중단을 5일까지 연장했다. 연장 사유로는 자회사인 토요타자동직기의 엔진 인증 부정과 관련해 공정 확인 작업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엔진 인증 부정을 직접 시인한 것이다. 

 

앞서 토요타는 지난달 29일 경유차 엔진의 배기가스 품질 인증 취득 과정에서 부정 사실이 발견됐다며 조사에 착수했다. 해당 엔진이 탑재된 차량은 전 세계 10개국에서 판매됐다.  일본에서는 하이에이스, 랜드크루저 등 6개 차종이다. 


이처럼 스캔들이 이어지자 도요다 아키오 회장은 지난달 30일 일본 나고야 토요타 본사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잇따라 터진 부정 사건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이날 아키오 회장은 부정 문제에 대한 사과와 더불어 그룹 내 17개 자회사 사장들에게 “현장이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기업문화 구축에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다”며 “주권을 현장으로 돌려주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개선책을 제시했다.

 

최근 일본 최대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토요타의 잇단 부정 문제는 끝난 게 아니라며 개발 시간 단축에 따라 현장 직원의 부담이 증가하고 이런 문제가 누적되면서 자회사의 품질 인증 조작으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경직된 조직문화가 품질 및 부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계열사 부정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토요타그룹은 지난해 토요타, 렉서스 등 그룹 전체 브랜드 판매량이 1123만대를 기록,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매출액과 순이익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사내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보면 직원들은 개발 일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압박에 상사에게 “이런 작업은 할 수 없다”고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는 상명하복 조직문화가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그룹 내 직원들 사이에서는 “신차 양산 개시일을 지키는 것은 절대적”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어 이번에 문제가 된 토요타자동직기 직원들은 개발 일정 준수에 대한 압박을 토로했다. 결국 시간이 지연되면 품질 인증 조작 같은 부정행위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토요타자동직기는 2021년에야 품질 및 인증 규제 담당 부서를 설치했다. 그전에는 전문 부서나 전문가 대신 일반 직원들이 복잡한 법과 인증을 분석하면서 문제가 있어도 상사나 경영진에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지 않고, 개발을 지연시키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경차 전문인 다이하츠도 마찬가지였다. 직원들은 실제로 문제가 생겨 상사에게 보고를 해도 묵살되기 일쑤였다. 결국 말을 해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체념이 팽배했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토요타그룹의 수직 계열화 문제도 거론했다. 토요타를 정점으로 부품업체가 모두 수직 구조로 통합된 피라미드형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자동차 판매량이 1000만대 규모를 넘어서면서 이를 달성하기 위해 부품업체에 과부하가 걸렸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매출액 50조원이 넘는 부품사인 덴소가 생산한 연료펌프 결함 리콜이 지난해부터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대상 차종이 30개가 넘어섰다. 일본 내 리콜 차량만 430만대에 달한다. 


토요타는 지난해 토요타자동직기가 생산한 지게차용 엔진 3종이 일본 배출가스 규제치 를 초과한다고 발표해 이들 엔진이 장착된 지게차 출하를 중단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이들 엔진의 배출가스 시험 시 추정치를 사용하거나 제어 프로그램을 조작해 시험한 결과를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이하쓰는 2023년 4월 품질인증 문제가 불거져 추가 조사를 받은 뒤 1989년부터 충돌·배기가스·연비 시험 등 과정에서 174건의 부정이 이뤄진 사실이 발견됐다. 문제가 된 차량은 토요타 22개 차종, 스바루 9개 차종, 마쓰다 2개 차종 등 64개 차종이다.

 

토요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일본 내 완성차 공장 가동 시간 상한을 30분 단축했다. 대량 생산에만 집중하지 않고 시간적 여유를 갖고 생산해 품질을 높이려는 의도다. 일본 토요타공장은 통상 1일 2교대제로 운영되며 8시간씩 근무 후 생산 목표에 미달하면 해달 물량을 맞출 때까지 잔업을 한다.

 

토요타는 공장 가동시간 단축으로 인기 차종을 가동률 낮은 다른 라인에서 생산하는 전환배치를 하고 신차 개발 기간을 늘리는 등 강압적인 조직문화 개선도 착수했다. 이에 따라 토요타자동차그룹의 올해 전 세계 판매량을 2023년 대비 10%가량 줄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김태진 에디터 tj.ki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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