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공기저항계수는 기술의 상징..Cd 낮은 최고 효율차 톱5
[분석] 공기저항계수는 기술의 상징..Cd 낮은 최고 효율차 톱5
  • 전우빈
  • 승인 2022.04.19 09:00
  • 조회수 1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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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제조사가 잘 빠진 디자인의 유선형 신차를 출시할 때마다 꼭 강조하는 단어가있다. 바로 공기저항계수(Cd:Coefficient of Drag)다. 모든 차에 이를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있을 때만 부연 설명을 한다. 예를 들어 ‘양산차 중 가장 낮은 공기저항계수로 0.23Cd에 불과하다" 는 소리는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요즘 전기차 광고에도 많이 등장한다. 전기차는 유난히 Cd가 중요해서다. 자동차는 에너지를 사용해 움직이는 순간부터 공기 저항과 싸운다. 이때 생기는 저항은 생각보다 에너지 효율에 큰 영향을 준다. 특히 고속에서는 더 그렇다. 어렸을 적 과학 시간에 저항이 클수록 에너지 소모가 많다고 배웠다. 자동차도 공기저항이 크면 연료가 더 많이 소모된다.

공기저항을 수치로 나타낸 것이 공기저항계수다. 정확하게 말하면 항력 계수(drag coefficient)다. 공기저항계수는 Cd(Coefficient of Drag)로 표현한다. 공기저항계수는 0~1 범위에서 소수점 단위로 기록한다. 0에 가까울수록 공기 저항을 덜 받는다. 보통 자동차 공기저항계수를 이야기할 때 평균으로 승용차(세단) 0.30Cd, SUV 0.35Cd를 말한다. 공기역학 기술 발달로 최근 0.20에 가까운 차들이 속손 선보인다. 아우디 e-트론의 경우 SUV지만 0.27이라는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자동차 공기저항계수는 이론상 0.10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이런 경우는 극단적으로 공기역학을 고려한 디자인이라 양산차에 적용하기는 힘들다. 제작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다. 

공기저항은 물방울 모양(유선형)일 때 가장 낮다. 동그란 모양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낮다. 직사각형과는 20배 이상 차이 난다. 공기저항계수값을 0.01 낮추면 차 무게 40kg을 줄였을 때와 같은 연료 효율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전기차의 경우 공기저항계수가 10% 낮아지면 통상 주행거리가 5% 증가한다고 본다. 공기저항은 속도가 빨라질수록 제곱으로 커진다. 속도가 두 배 늘어나면 공기저항은 4배가 늘어난다. 많은 제조사가 공기역학 디자인을 고민하는 이유다.

자동차에서 공기저항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앞쪽 휠하우스다. 주행할 때 앞바퀴로 여러 방향에서 공기가 유입돼 난기류를 형성한다. 이때 형성된 난기류는 공기저항을 높이며 옆으로 빠져나간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휠을 보면 구멍을 최대한 메꾼 이유가 난기류를 줄이기 위해서다. 처음부터 공기가 잘 흐르도록 앞바퀴 쪽에 흡입구(에어 덕트)를 뚫어 난기류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두 번째는 사이드미러와 A필러다. 옆으로 툭 튀어나온 사이드미러는 공기저항을 크게 받는다. 최근 아우디나 현대차에서 사이드미러를 얇은 카메라로 대신해 후방 시야 확보는 물론 공기저항계수를 낮추기도 했다. A필러도 전면에서 오는 공기저항을 많이 받는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풍절음, 즉 공기저항에 의한 소음 대부분이 사이드미러와 A필러에서 발생한다. A필러가 누울수록 유선형에 가까와져 저항을 덜 받는다. 

마지막으로 후면 트렁크 쪽도 문제다. 전면, 측면, 하부를 타고 흐르는 공기가 트렁크 쪽에서 합쳐진다. 이때 각 방향에서 흘러오는 공기의 속도가 달라 와류가 발생하면서 공기저항이 커진다. SUV와 같이 뒤쪽이 급하게 떨어지는 차일수록 와류가 심해진다. 그래서 SUV는 뒷유리 와류로 빗물이 잘 흐르지 않아 와이퍼를 달아 제거한다. 현대 아이오닉 5가 뒷유리 와이퍼가 없어 고속에서 후방 시야 이슈를 겪은 이유가 이 때문이다. 

출처: 현대자동차

공기저항계수를 낮추기 위해 자동차 제조사는 수 백억 원이 들어가는 풍동(Wind Tunnel)을 지어 연구한다. 풍동은 공기저항계수를 측정할 수 있는 실험실이다. 눈에 보이는 기류를 이용해 차량에 흐르는 공기의 방향, 표면 압력 분포, 바람 속도 등을 확인한다. 바람을 이용하기 때문에 풍동에는 보통 거대한 송풍기가 있다. 국내 유일의 풍동 실험실을 가진 현대차 남양연구소에는 높이 8.4m짜리 송풍기가 설치돼있다. 이를 이용해 200km/h의 바람도 내보낼 수 있다. 거대한 송풍기와 다양한 장비를 사용해 공기저항을 측정하기 때문에 비용도 만만치 않게 소요된다. 실제로 F1에 참여 중인 알파로메오는 풍동 실험 비용이 많이 들어 머신 테스트를 진행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

자동차 효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기저항계수. 앞서 말했듯 낮을수록 저항이 낮고 자동차 연료 효율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공기저항계수가 낮은 차는 무엇일까? 국내 판매 중인 차량 중 공기저항계수가 낮은 자동차 톱5를 뽑아봤다. 참고로 공기저항계수는 각 제조사에서 실험 후 발표하는 수치로 공식 인증받은 것이 아니다. 실험 진행과 방식에 따라 수치는 제조사마다 조금씩 다르다. 랭킹에 표시된 수치는 최대한 검증된 자료를 토대로 작성했다.  

 

TOP 5. 0.24Cd

BMW i4, 기아 EV6, 아우디 e-트론 GT,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BMW i4

이들의 공기저항계수는 무려 0.24Cd다. 세단 평균(0.30Cd)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평균 수치와는 0.06Cd 차이로 단순 비교 시 무게 240kg을 줄인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톱 5에는 BMW i4, 기아 EV6, 아우디 e-트론 GT,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가 올랐다. C클래스를 제외하면 모두 전기차다. i4는 BMW가 최근에 선보인 전기차로 4시리즈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아우디 e-트론 GT
기아 EV6

아우디 e-트론 GT와 기아 EV6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차량이다. 전용 플랫폼을 사용하면 배터리 배치, 실내 공간 등에서 이점을 보인다. EV6는 같은 플랫폼을 사용한 아이오닉 5(0.288Cd)보다 공기저항계수가 낮다. 아이오닉 5는 최근 배터리 증량 모델을 선보였다. EV6와 같은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하지만 주행거리가 짧은 이유 중 하나가 공기저항계수 차이에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벤츠 C클래스는 0.24Cd라는 낮은 공기저항계수로 유명하다.  ‘벤비아’로 불리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중 가장 낮은 수치다. 라이벌인 BMW 3시리즈와 아우디 A4는 C클래스보다 더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가졌다.

TOP 4. 0.23Cd

테슬라 모델3, 메르세데스-벤츠 CLA, BMW 3시리즈(세단), 아우디 A4(세단)

테슬라 모델 3
메르세데스-벤츠 CLA

5위와 반대로 테슬라 모델 3를 제외하면 모두 내연기관차다. 테슬라가 선보인 승용차 라인업은 낮은 공기저항계수로 유명하다. 특유의 둥글둥글한 유선형 디자인은 바로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디자인이다. 테슬라 모델이 다른 전기차보다 주행거리가 긴 이유 중 하나다. 벤츠 CLA는 태생이 쿠페형 세단이다. C클래스보다 낮은 공기저항계수가 가능하다.

아우디 A4
BMW 3시리즈

BMW 3시리즈와 아우디 A4는 벤츠 C클래스와 함께 수입 D세그먼트를 대표하는 모델이다. 3시리즈는 이전부터 스포츠 세단으로 유명했다. A4는 지난 2015년 0.23Cd라는 수치를 기록하며 당시 양산차 중 가장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기록했다. 현재까지도 아우디 내에서는 콘셉트카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치다.

TOP 3. 0.22Cd

포르쉐 타이칸,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세단)

포르쉐 타이칸

포르쉐 타이칸과 벤츠 A클래스는 0.22Cd라는 낮은 수치에도 중간 순위를 차지했다. 타이칸은 포르쉐 첫 번째 전기차다. 브랜드 특유의 디자인을 계승하면서도 둥그런 모양 대신 직사각형의 헤드램프를 사용하는 등 포르쉐 만의 디자인 특징을 완성했다. 출시 당시 테슬라 모델 S의 대항마로 뽑히기도 했다. 운전의 재미에만 모든 것을 집중한 듯 주행거리는 겨우 200km 후반을 인증받았다. 벤츠 A클래스는 국내에 시판되는 내연기관 중 가장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자랑한다.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

저항계수가 낮은 내연기관차를 보면 대부분 중형 이하의 크기다. 공기저항계수를 측정할 때 전면 투영면적도 계산한다. 전면투영면적은 차를 앞에서 봤을 때 보이는 면적이다. 전면투영면적이 넓을수록 공기저항은 커지기 때문에 작은 차가 좀 더 유리하다.

 

TOP 2. 0.208Cd

테슬라 모델 S

테슬라 모델 S

테슬라 모델 S가 2위를 차지했다. 1위와는 불과 0.008Cd 차이다. 모델 S는 부분변경을 두 번 거치며 공기저항계수가 낮아졌다. 출시 초기 모델 S는 0.24Cd였다. 지금과는 거의 0.03Cd 차이로 120kg을 감량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었다. 모델 S는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뛰어난 주행거리를 보여준다. 두 번째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600km(EPA 기준) 이상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PA 기준보다 좀 더 엄격한 국내 인증을 적용하더라도 500km 중반이 가능할 수준이다.

 

TOP 1. 0.20Cd

메르세데스-EQ EQS

메르세데스-EQ EQS

대망의 1위는 메르세데스-EQ(벤츠 전기차 서브 브랜드)의 플래그십 전기차 EQS가 0.20Cd로 1위를 차지했다. 0.20Cd는 자동차 업계가 예상하는 양산차 공기저항계수 마지노선이다. 가장 낮은 공기저항계수 덕분에 주행거리에서도 이점을 보인다. 국내 판매 중인 EQS 450+ AMG 라인은 107.8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최대 478km를 주행할 수 있다. 길이 5.2m, 무게 2.5톤이 넘는 대형 전기 세단으로서는 꽤 높은 수치다. 벤츠는 Cd를 낮추는 디자인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다.

EQS의 낮은 공기저항계수는 ‘원-보우(One-bow)’ 디자인에 있다. 보닛부터 트렁크까지 하나의 활과 같은 디자인을 보여준다. A필러를 보닛 쪽으로 밀고 C필러를 최대한 뒤로 배치하는 캡 포워드 패스트백 스타일을 적용해 공기역학과 디자인,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Cd를 줄이기 위해 보닛을 열고 닫을 수 없게 디자인했다.  

페라리 F50

공기저항계수 데이터를 살펴보면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날카로운 외관과 높은 출력을 자랑하는 슈퍼카의 경우 Cd값이 생각 외로 높은 차량이 많았다.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페라리 모델 중 F50은 공기저항계수가 0.37Cd다. 제네시스 G80은 0.27Cd다. 무려 0.1Cd 차이다. F50이 G80보다 높은 이유는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출력 슈퍼카의 경우 공기저항을 이용해 다운포스를 키운다. 이를 이용해 고속 주행이나 코너에서 안정성을 높인다. G80과 같은 차량은 공기저항을 줄여 연비 향상과 소음 억제 등 부드러운 주행을 목표로 한다. 공기저항계수가 낮게 디자인하는 것은 양산차에 적용하는 룰인 셈이다. 

전우빈 에디터 wb.jeon@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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