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체험기] 포르쉐 타이칸…전기차도 외계인이 만들었나
[서킷체험기] 포르쉐 타이칸…전기차도 외계인이 만들었나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22.05.23 14:30
  • 조회수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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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월드 로드쇼 2022
포르쉐 월드 로드쇼 2022

자동차 마니아라면 매년 열리는 포르쉐 월드 로드쇼에서 운전을 해보는게 작은 꿈일 것이다.  포르쉐 독일 본사에서 직접 주관하는 행사로 국내 서킷에서 열린다. 포르쉐가 판매하는 차량은 물론 국내에서 볼 수 없는 모델까지 두루 타보며 각 차량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올해는 총 25대 차량을 트랙에서 경험했다. 순수전기차 타이칸 GTS가 국내 최초로 공개됐다. 이 외에 911, 718, 카이엔, 마칸, 파나메라 등을 직접 주행했다.

오랜만에 참가한 포르쉐 월드 로드쇼는 변화가 생겼다. 2019년 등장한 포르쉐 순수전기차 타이칸을 경험하는 시간을 별도로 마련했다. 포르쉐는 2020년 타이칸 4S를 시작으로 터보와 터보S 그리고 타이칸 투리스모까지 국내에 출시했다. 판매도 순조롭다. 보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1억원을 훌쩍 넘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303대가 판매됐다. 1억원 넘는 전기차 판매 1위다. 올해 1~4월 520대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타이칸 GTS
타이칸 GTS

이번에 공개한 타이칸 GTS는 타이칸 4S와 터보 사이에 위치하는 스포츠 모델이다. 이미 사전 계약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런치 컨트롤과 급제동을 경험했다. 두 개의 전기모터가 각각 앞과 뒤에 배치돼 오버부스트가 동작하면 최대 598마력의 힘을 네 바퀴로 뿜어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은 단 3.7초. 최고속도는 250km/h로 제한된다. WLTP 기준 1회 완전 충전시 주행거리는 504km로 짧지 않은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타이칸 GTS
타이칸 GTS

런치 컨트롤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바꿔야 한다. 왼발로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고, 오른발로 가속 페달을 한 번에 끝까지 짓이기면 활성화된다. 이 상태에서 왼발을 떼면 1G가 넘는 가속력을 경험할 수 있다. 순식간에 속도를 올리고 곧바로 브레이킹이다. 브레이크 페달을 강하게 밟으면 안정적으로 차를 세운다. 일명 PCCB로 불리는 대구경 세라믹 브레이크의 역할이다. 가속력과 브레이크 성능보다 더 놀라운 건 지속성. 연속으로 런치컨트롤과 풀 브레이크를 반복해도 동일한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런치 컨트롤은 횟수와 시간 상관없이 무한대로 즐길 수 있다.

스포츠성을 강조한 GTS 모델답게 외관도 기본 모델과 남다르다. 블랙 색상의 포인트를 차체 곳곳에 심었다. 가장 눈에 띄는 차별점은 선샤인 컨트롤을 포함하는 파노라마 루프. 타이칸 GTS에 추가된 새로운 사양이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프로토 타입으로 해당 옵션이 제외됐다. 선샤인 컨트롤은 햇빛을 막아주는 가림막으로 9개의 구역으로 나눠진 전자식 액정 필름이 루프의 각 구역을 개별적으로 투명 혹은 불투명 상태로 전환한다. 일반적인 선쉐이드를 적용하면 생기는 공간적 손해를 최소화하면서 햇빛은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다.

포르쉐의 4도어 차량들
포르쉐의 4도어 차량들

다음으로 이어서 포르쉐 4도어와 2도어 차량을 연이어 시승했다. 카이엔 터보 GT, 카이엔 GTS, 마칸 GTS, 파나메라 GTS로 이어진 4도어 모델들은 포르쉐의 캐시카우다. 포르쉐를 위기에서 구해낸 난세의 영웅들. 저마다 육중한 덩치를 자랑하지만 폭발적인 가속력과 강한 브레이크 성능 그리고 맛깔 나는 핸들링까지 갖췄다. 이 중 가장 마음이 동한 모델은 마칸 GTS. 다른 모델들보다 작은 덩치에 엔진도 6기통이다. 타 보지 않았다면 카이엔이나 파나메라를 선택했겠지만 연이어 갖가지 모델을 타보니 마칸의 매력이 도드라진다. 앙칼진 엔진음과 배기음 그리고 작은 차체에서 나오는 경쾌한 움직임이 매력이다. 포르쉐가 만든 4도어 모델들을 트랙에서 경험하고 나면 포르쉐가 만들면 뭔가 다르긴 다르다라는 생각에 수긍할 수 밖에 없다.

포르쉐의 2도어 차량들
포르쉐의 2도어 차량들

2도어 모델은 911 GT3, 911 타르가 4 GTS, 911 카레라 GTS, 718 박스터 GTS 4.0 모델로 준비됐다. 개인적으로 타르가의 디자인을 제일로 꼽지만 이 날 심장을 가장 뛰게 한 모델은 단연 911 GT3. 4.0L 6기통 자연흡기 박서 엔진의 음색을 듣고 있노라면 나만의 세계의 빠진 듯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9천RPM까지 치솟으며 변속을 할 때마다 들리는 특유의 음색은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도 부럽지 않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은 단 3.4초, 최고속도는 무려 318km/h다. GT3의 한계치를 경험하기에는 부족한 운전 실력이지만 포르쉐의 차체 제어 장치인 PSM(포르쉐 스태빌리티 매니지먼트)이 매 코너마다 든든한 지원군이다. 우스갯소리로 플리즈 세이브 미(Pleases Save Me)의 앞 글자를 따 왔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똑똑한 코드라이버다.

포르쉐 911 터보S
포르쉐 911 터보S

마지막 체험 순서는 가속과 브레이킹 그리고 슬라럼이다. 가속과 브레이킹은 포르쉐 모델 중 가장 강력한 911 터보S 카브리올레. 두 개의 터보가 적용된 3.8L 박서 엔진의 최고출력은 662마력, 최대토크는 무려 81.6kg.m다. 터보 모델 전용으로 제작된 8단 듀얼 클러치는 순식간에 기어를 바꿔낸다. 브레이크 페달을 끝까지 밟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강하게 누르면 런치 컨트롤이 활성화되고 브레이크 떼면 시공을 초월할 기세로 몰아 부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은 단 2.8초(쿠페 버전 2.7초). 브레이크 구간에서 페달을 부러트릴 기세로 페달을 강하게 누름과 동시에 바닥에 꽂힌다. 노즈 다운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타이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강력한 엔진음과 배기음까지 더해지니 심장이 쿵쾅거린다. 타이칸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내구성에 한 번 더 놀란다. 런치 컨트롤의 횟수와 시간 제한이 없다. 무한대로 가속력을 체험할 수 있다.

포르쉐 718 박스터 GTS 4.0
포르쉐 718 박스터 GTS 4.0

이어서 슬라럼이다. 알정한 가격으로 세워진 콘 사이를 주행하며 초를 재는 테스트다. 718 박스터 4.0이 준비됐다. 4.0L 6기통 자연흡기 박서 엔진이 장착된다. 자연흡기 엔진이 단종돼 아쉬움이 컸던 마니아들을 정조준하는 모델이다. 자연흡기 엔진은 7800rpm까지 회전하며 극한의 희열을 준다. 최고출력은 407마력,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는 4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후륜구동이지만 50:50이라는 완벽한 무게 배분을 바탕으로 날렵한 움직임을 자랑한다. 초가 빠르면 시상을 한다는 말에 욕심이 생긴다. 과한 핸들링에도 운전자의 생각대로 움직인다. 결과적으로 조에서 1등을 했다. 운전 실력이 그리 대단하지 않다는 걸 알기에 자랑할만한 기록은 아니다.

포르쉐 월드 로드쇼 2022
포르쉐 월드 로드쇼 2022

행사가 마무리되고 포르쉐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손 끝과 발 끝에 아직까지 여운이 남아있다. 강력한 엔진 사운드와 핸들링의 맛이 잊혀지지 않는다. 내연기관 시대의 우상이었던 포르쉐는 전동화 시대에 성곡적으로 안착했다. 포르쉐가 만들면 다르긴 다르다. 포르쉐는 뭐든 잘하는 엄친아다.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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