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용 플랫폼 전쟁 가속화..누가 잘 만들까
전기차 전용 플랫폼 전쟁 가속화..누가 잘 만들까
  • 김태원
  • 승인 2023.03.03 09:00
  • 조회수 3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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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용 프랫폼 개발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전용 플랫폼이냐 기존 내연기관 플랫폼이냐에 따라 주행거리부터 차체 강성이 천양지차로 차이가 난다. 아울러 신형 전기차 개발 역시 전용 플랫폼 적용이 대세로 자리를 잡고 있다.

 

전기차 대세는 이제 거슬를수 없는 대세다. 지난해 12월, 유럽 시장 중 가장 규모가 큰 독일에서 판매된 신차 중 절반 이상이 전기차였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전기차 전환이 가장 빠른 국가 중 하나인 노르웨이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를 철수했다. 이러한 추세와 자동차 제조사들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 열기만 보더라도 머지않은 미래에 내연기관 자동차의 시대가 끝나고 전기차의 시대가 올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자동차에 있어서 플랫폼이란 사람의 골격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사람이 뼈대를 중심으로 심장, 뇌 등이 자리를 잡는 것처럼 자동차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엔진, 변속기 등이 위치한다. 이는 차량의 중량배분, 무게중심, 연비, 승차감, 안전성, 내부 공간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잘 만든 플랫폼 하나가 자동차 회사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동차 산업에서 플랫폼이 차지하는 영역은 매우 크다.

 

포르쉐 타이칸
포르쉐 타이칸

 

전기차 전환 중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전용 전기차 플랫폼이다. 2010년대 전기차가 처음 나올 때만 해도 테슬라 이외에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없었다. 기존 메이저 자동차 업체들은 내연기관 플랫폼을 바탕으로 부분 수정을 통해 전기차를 개발했다.

 

전기차에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필수인 엔진, 변속기, 연료 탱크 등이 필요하지 않다. 대신 모터와 배터리, 경우에 따라서는 히트펌프 등이 들어갈 공간이 필요하다. 내연기관 플랫폼으로 전기차를 만들면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량배분과 효율성을 포함한 많은 부분에서 페널티를 안고 시작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미래 전기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메이저 제조사들이 거액을 들여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선두 주자인 테슬라를 비롯, 현대기아,폭스바겐-아우디 그룹, GM, 메르세데스-벤츠,토요타 등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한다. 이들의 특징을 분석해봤다. 

 

2023 현대 아이오닉6
2023 현대 아이오닉6

 

현대기아 E-GMP

현대기아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는 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의 약자다. E-GMP가 최초로 적용된 차량은 기아 EV6의 선행 모델이던 ‘Imagine by KIA’이다. 이후 첫 양산차가 2021년 나온 아이오닉5다.

E-GMP는 배터리, 모터 및 전력 전기 시스템을 포함한 섀시로 구성되어 있다. 확장 가능한 휠베이스를 통해 소형부터 대형까지 다양한 유형의 차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모듈화 및 표준화한 통합 플랫폼이다. 또한, E-GMP에는 대용량 배터리가 탑재돼 1회 충전 시 500km 정도의 주행거리를 확보한다.

현재까지 E-GMP 적용 차량으로는 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6, GV60이 있다. 올해 기아 대형 SUV EV9이 추가된다. 

 

폭스바겐 ID.4 프로
폭스바겐 ID.4 프로

폭스바겐-아우디 그룹 MEB, PPE

Modular Electric Drive Matrix의 약자인 MEB는 폭스바겐 그룹 전기차에 사용되고 있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다. 2018년 공개된 MEB는 2020년부터 폭스바겐 ID.3에 적용되어 ID.4, ID.6, 아우디 Q4 e-tron까지 라이업을 넓혔다. MEB 플랫폼은 현대기아 E-GMP와 마찬가지로 모듈형 플랫폼이다. 세단, SUV, 밴 등 여러 세그먼트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기차에 플랫폼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새 플랫폼 개발에는 많은 시간과 자본이 들어간다. 이러한 리스크를 감수하기 위해서 협력 기업도 존재한다. 폭스바겐과 포드의 관계가 그러하다. 포드는 2020년 폭스바겐 MEB 플랫폼을 사용해 자사 전기차를 개발하겠다고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점점 전용 플랫폼이 중요해지면서 포드 역시 자체 플랫폼 개발로 방향을 선회하기 시작했다. 

 

PPE(Volkswagen Premium Platform Electric) 플랫폼은 폭스바겐그룹과 포르쉐가 공동으로 개발한 플랫폼이다. 주로 럭셔리 고성능 브랜드인 아우디와 포르쉐 전기차에 적용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 산하에 있는 아우디와 포르쉐의 차량들 중 MEB 플랫폼 적용이 힘든 고성능 차량을 위해 개발되었다.

 

아우디 A6 e-트론과 포르쉐 마칸에 적용되며 향후 MEB 플랫폼과 통합돼 ‘SSP 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나올 예정이다.

 

캐딜락 리릭
캐딜락 리릭

 

GM, BEV3

GM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역사는 꽤나 깊다. 첫 시작은 BEV1 혹은 EV1으로 불리는 플랫폼으로 1996년 출시되었다. 참고로 EV1은 1996년 GM에서 대량 생산을 시도했던 전기차 이름이기도 하다.

 

BEV 플랫폼은 1996년 BEV1을 시작으로 2020년 공개된 BEV3까지 발전을 거듭했다. BEV3 플랫폼은 GM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한 얼티움셀즈에서 개발한 얼티엄 배터리가 장착된다. 

 

로베르토 렘펠 한국지엠 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BEV3가 적용된 캐딜락 리릭을 올해 국내에 출시할 것임을 언급하는 등 GM의 BEV3 플랫폼을 국내에서 조만간 만날 것으로 보인다.

 

토요타 최초의 양산 전기차 bz4X
토요타 최초의 양산 전기차 bz4X

 

토요타, E-TNGA

E-TNGA는 Electric-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의 약자다. 토요타와 스바루가 공동으로 개발한 전기차 플랫폼이다. 전용이라고는 하지만 기존 TNGA 플랫폼 개량형에 가깝다. 토요타와 스바루가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토요타에서는 E-TNGA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한다. 스바루는 e-SGP라는 이름으로 구분한다.

 

E-TNGA 플랫폼은 토요타의 내연기관 자동차 플랫폼인 TNGA를 기반이다. 토요타의 오랜 내연기관 노하우가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확장성이 장점이다. 하지만, 내연기과 자동차를 기반으로 전기차 플랫폼을 만든 것인 만큼 타 제조사들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비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올해 4월 토요타의 새로운 CEO로 취임하게 될 사토 고지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매력적인 전기차를 더 많은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구조를 간소화하고 전기차를 우선으로 하는 사업 방식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2026년까지 새로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EVA

최근 메르세데스-벤츠는 다양한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다. 이러한 벤츠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EVA(Electric Vehicle Architecture) 플랫폼이다. 벤츠는 EQA, EQB 등 기존 내연기관 모델의 엔진과 변속기를 뜯어내고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심은 초기 모델에 이어 EQS와 EQE와 같은 EVA 플랫폼 적용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EVA 플랫폼 역시 모듈러 방식을 채택했다. C클래스부터 S클래스까지 사용 중인 MRA 플랫폼과 서스펜션과 차체 기본 구조를 공유한다. 여기에 차체 바닥에 400kg 정도의 배터리를 깔아 무게 중심을 낮춘다.

 

벤츠는 EVA플랫폼을 개선해 2025년 MB.EA 플랫폼, AMG.EA 플랫폼, VAN.EA 플랫폼과 같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출시를 준비 중이다. MB.EA 플랫폼의 경우 중형부터 대형 사이즈의 차량에 적용한다. AMG.EA 플랫폼은 이름처럼 벤츠의 고성능 차량 플랫폼이다. 마지막으로 VAN.EA 플랫폼은 다인승 밴 같은 상용 플랫폼이다.

 

김태원 에디터 tw.ki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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