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대표 모델인 해치백 골프(8세대)가 출시 4년 만에 부분변경을 준비하고 있다. 부분변경과 함께 2024년형부터는 수동변속기 옵션이 단종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유럽의 수동변속기 사랑은 유별났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수동변속기 판매 비중은 유럽만 유독 높았다. 현대자동차가 밝힌 2016년 자동·수동 변속기 판매 비율은 한국과 미국의 경우 99%가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1%만 수동변속기였다. 유럽은 19.4%가 자동변속기, 80.6%가 수동변속기를 선택했다.
수동변속기는 저렴한 가격, 뛰어난 효율성, 유지·보수의 용이성이 장점이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인의 기호에 딱 맞는다.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오랜 시간 수동변속기가 사랑받아온 이유다.
자동변속기 기술이 날이 갈수록 진보하면서 수동변속기와 가격 차이를 크게 줄였다. 효율 면에서 상당 부문 수동변속기를 따라잡았다. 여기에 수동변속기는 가질 수 없는 무기도 갖췄다. 자동변속기는 자율주행 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다.
최근 자동차 업계의 핫이슈인 자율주행 기술 적용에 수동변속기는 걸림돌이다. 수동변속기 탑재 차량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과 같은 최신 운전자 보조 시스템의 적용 범위가 자동변속기에 비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영국 자동차산업협회가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영국에서 판매된 신차 중 수동변속기 탑재 비율은 46%에 그쳤다. 2018년에는 57%, 2019년에는 51%로 수동변속기 탑재 차량의 판매가 줄어온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메르세데스 벤츠는 2021년부터 수동변속기 신규 개발 중단에 이어 2022년 6월부터는 수동변속기 생산을 줄이고 있다. 폭스바겐 역시 “2030년부터 수동변속기를 완전히 단종시키겠다”고 발표했고 이미 2023년형 티구안, 파사트부터 수동변속기 옵션을 단종했다.
2024년형 폭스바겐 골프에서 수동변속기 단종 가능성이 제기된 이유는 강화된 유로 7 배출가스 규제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핫 해치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골프 GTI에 해당되는 사항이다.
수동변속기를 탑재한 골프 GTI와 자동변속기 장착 골프 GTI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비교하면 각각 162g/km, 160g/km이다. 단 2g 차이다. 아주 미세한 차이지만 자동차 제조사의 입장에서는 배출가스 할당량에 큰 영향을 미친다.
두 차종의 가격 차는 약 1500유로(한화 약 209만원)이다. 가격 차가 크지는 않지만 수동변속기를 탑재한 핫 해치의 멸종이라는 점에서 자동차 마니아 사이에서는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현재 판매 중인 폭스바겐 골프(8세대)는 전동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내연기관을 탑재한 최종 모델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상품성을 강화한 부분변경 모델은 2024년 출시 예정이다.
서동민 에디터 dm.seo@cargu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