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스포티 프리미엄 세단의 완벽한 대안..캐딜락 CT5
[시승기] 스포티 프리미엄 세단의 완벽한 대안..캐딜락 CT5
  • 김태현
  • 승인 2023.11.09 08:30
  • 조회수 2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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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중형 세단은 SUV의 인기 속에도 국내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장르다.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수입차가 포진한 세그먼트인데다 벤츠 E클래스나 BMW 5시리즈 같은 특정 모델의 월간 판매량은 국산차보다 많은 경우도 허다하다. 

 

캐딜락은 가장 먼저 한국땅을 밟은 브랜드 중 하나다. 1903년 고종의 어차로 수입된 캐딜락 모델A를 시작으로 순종의 어차로도 도입되기도 했다. 해방 이후 한동안 대통령을 비롯한 정계 인사의 의전차량으로 각광받으면서 나이 지긋한 세대에게는 일명 “높으신 분”의 차로 기억된다.

 

그러한 무게감 때문인지 “가격이 비싸고 기름을 많이 먹는 차”라는 오명을 썼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캐딜락 CT5는 그런 고정관념을 타파하기에 충분했다. CT5는 캐딜락의 중형 세단 CTS의 후속 모델로 새로운 작명법에 따라 이름을 바꿨다.

외관에서는 위풍당당한 미국 세단의 전형적인 모습이 보인다. 높은 후드와 세로형 DRL, 넓은 그릴은 한급 더 큰차로 인식되게 한다. CTS를 비롯한 전 세대 모델이 미국차다운 날카로운 직선 위주의 캐릭터 라인을 강조했다면 CT5는 한결 부드럽게 처리한 모양새다.

 

헤드램프는 새로운 캐딜락의 패밀리룩을 따라 세로형 DRL만 남기고 가로형으로 디자인했다. 최근 해외에서 공개된 페이스리프트 모델에서는 완전한 세로형으로 회귀했다.

캐딜락 특유의 극단적으로 짧은 앞뒤 오버행과 긴 프레지던트 디스턴스는 아름다운 후륜구동의 비례를 완성한다. 차체의 길이는 4925mm로 5m에 조금 모자르지만 2947mm로 긴 휠베이스로 늘씬한 프로포션을 보여준다. 

캐딜락의 특징인 세로형 테일램프는 차체 안쪽으로 살짝 침범한 형태로 변경되었다. 헤드램프와 마찬가지로 세로형 램프의 헤리티지는 이어가면서도 가로형 램프로의 디자인 변화를 시도했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화려함 보다는 평범함에 가깝다. 10인치 디스플레이 계기판과 12인치 디스플레이, HUD로 최신차 다운 구색을 갖췄다.  단지 고급 브랜드 다운 소재 마감이나 화려한 엠비언트 라이트는 다소 미흡하다. 

 

베이지톤의 화사한 시트 가죽이 그런 아쉬움을 덜어준다. 14방향으로 조절되는 전동시트는 메모리 기능을 지원하고 착좌감과 무게배분이 좋아 장시간 주행에도 편안하다. 1열은 열선과 통풍 모두를 지원하지만 2열은 열선시트를 지원하지 않는다.

15개의 보스 퍼포먼스 시리즈 오디오는 강력한 출력을 자랑한다. 특히 저음역대에 치중한 세팅이다. 전 브랜드를 통틀어 가장 완성도가 높은 디지털 룸미러는 야간에도 선명한 화질을 제공한다. 프레임수도 높아 눈이 피곤하지 않고 이질감도 적다. 

캐딜락의 진가는 운전 감각에서 드러난다. 2.0L 가솔린 터보엔진은 240마력 35.7kg.m의 최대토크를 10단 하이드라매틱 자동 변속기와 맞물려 오로지 뒷바퀴만 굴린다. CT5는 전트림에서 사륜구동을 선택할 수 없다.

 

2.0L 엔진은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사양에 탑재된바 있는 LTG 엔진이다. 오일필터, 점화플러그, 가스켓류 등 대부분의 소모품이 호환되어 추후 유지보수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연료 효율도 준수하다. 시승동안 기록한 연비는 9km/L로 시내주행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고속도로에서는 최대 14km/L가 나와 깜짝 놀랐다.

흔히 의전차, 관용차로 알려진 상식과 달리 운전의 재미가 확실하다. 시승차인 2.0 프리미엄 모델에는 캐딜락의 자랑인 MRC(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이 적용되지 않았지만 충분히 스포티한 운전감각을 선사한다.

 

일상 영역에서는 엔진의 부드러운 회전감각과 더불어 컴포트한 하체 서스펜션의 조율로 요철을 지날 때나 방지턱을 넘을 때 깔끔한 세팅이 돋보인다. 다만 너무 낮은 머드가드 탓에 종종 긁는 소리가 발생하는 점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3m에 달하는 긴 휠베이스지만 코너링을 시작하면 한급 아래의 스포츠 세단에 가까운 날렵한 거동이 인상적이다. 프론트 미드십 수준으로 차체 안쪽까지 밀어넣은 엔진 배치에서 알수 있듯이 ‘코너링에 불리한 무거운 미국차’라는 고정관념을 가볍게 부순다. 이는 고성능 슈퍼세단 라인업인 CT5-V 블랙윙을 위한 설계로 6.2L V8 슈퍼차저 엔진까지 대응이 가능하다.  

 

비교하자면 경쟁 차종 중 스포티한 주행감각으로 인기가 높은 BMW 5시리즈보다 코너링 성능이 더 좋다고 느껴질 정도로 정확한 스티어링 피드백과 안정적인 하체 감각이 인상적이다. 전자제어 장치를 해제하면 약간 오버스티어 성향이 드러나지만 긴 휠베이스 덕에 안정적으로 컨트롤을 할 수 있어 운전의 재미를 더해준다. 

시승에 오르기 전까지는 가성비 좋은 프리미엄 세단 정도로 생각했지만 4일간 시승 동안 캐딜락 브랜드 자체가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그저 크고 부드럽기만 한 미국차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던 것이 부끄러울 지경이였다.

 

캐딜락 전용 서비스센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일부 쉐보레 서비스센터에서 정비가 가능한데다 국산차와 호환되는 부품이 많아 합리적으로 수입 럭셔리 세단을 운용할 수 있다는 점도 구매에 있어 상당한 이점이다. 

 

최근 카플레이션으로 신차의 가격이 날로 높아지는 와중 CT5 2.0 프리미엄의 가격은 동급 모델대비 1천만원 이상 저렴한 5640만원부터 시작한다. 11월 프로모션을 통해 구입하면 최대 800만원을 할인해준다. 4천만원대 후반에 럭셔리 후륜구동 세단의 키를 손에 쥘 많지 않은 기회다.

 

 

한 줄 평

 

장점 : 스포티한 주행감각과 남다르게 잘 생긴 외관 디자인

 

단점 : 좁은 실내공간, 극단적으로 작은 사이드미러 

 

김태현 에디터 th.kim@carguy.kr

 

<캐딜락 CT5 2.0 프리미엄 럭셔리>

엔진 2.0L 가솔린 터보(LTG)

변속기 10단 자동

구동방식 후륜구동

전장 4925mm

전폭 1885mm

전고 1455mm

축거 2947mm

공차중량 1750kg

최대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5.7kg.m

복합연비 10.2km/L

시승차 가격 564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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