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스피디움 소유한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10년 적자 처분할까
인제스피디움 소유한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10년 적자 처분할까
  • 김태현
  • 승인 2023.12.28 18:30
  • 조회수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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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16위 대형 건설사인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갚지 못해 28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금융사들이 워크아웃을 받아들이면 2013년 쌍용건설 이후 10년 만에 시공순위 30위권 이내 대형 건설사가 워크아웃에 돌입하게 된다. 태영건설은 방송사 SBS, 인제스피디움, 블루원 리조트, 에코비트 등을 소유하고있다.

 

현재 태영건설의 PF 대출은 약 3조2000억원에 이른다. 태영건설은 28일 만기가 돌아온 480억원의 서울 성수동 오피스 빌딩 PF 대출을 상환하지 못했다.

 

태영그룹은 자회사 에코비트를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자구책을 확정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제출할 예정이다. 채권단이 이를 수용하면 채권단 주도로 에코비트 매각 절차가 시작된다. 태영 측은 에코비트 지분 50%를 보유 중인 합작 상대인 글로벌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과도 매각 동의를 끌어내기 위한 논의를 진행해왔다.

 

태영그룹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근 주요 계열사인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전량을 이미 KKR에 매각하고 평택싸이로 일부 지분도 팔았다. SBS를 제외한 나머지 주요 계열사는 모두 정리해 유동성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태영건설이 소유중인 인제스피디움 매각 가능성도 점쳐진다. 인제스피디움은 영암과 태백 대비 접근성이 용이한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해있다. 용인 AMG 스피드웨이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서킷을 개방하기는 했지만 고가의 연간 이용권으로 인해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인제스피디움은 FIA 그레이드 2에 해당하며 4성급 호텔을 보유해 국내에서 가장 시설이 좋은 서킷으로도 꼽힌다. 2013~14년에는 아시안 르망 시리즈를 개최하기도 했다. 현재 현대 N 페스티벌과 CJ 슈퍼레이스 나이트레이스 등 국내 주요 경기가 모두 여기서 열린다. 올해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컵을 유치하는데 성공하면서 국내 레이스 팬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문제는 인제스피디움 역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2013년 공식 개장한 이후 투자자들 간 분쟁을 겪으면서 잡음이 일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인제스피디움은 2014년과 2015년 각각 228억원, 26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5년 말 기준 인제스피디움의 자본총액은 마이너스 459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이에 태영건설은 2016년 3월 윤세영 태영그룹 명예회장의 차녀 윤재연씨를 인제스피디움 대표로 취임시키며 경영 정상화에 나섰다. 태영건설은 인제스피디움 재무 정상화를 위해 수차례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2017년 53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작으로 2018년 5월, 2019년 2월, 2020년 2월, 2020년 12월, 2021년 3월까지 다섯 차례나 6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가로 실시했다. 모두 태영건설 단독 진행이다.

 

태영건설이 수차례 자금을 투입했지만 매년 이어진 적자로 인해 인제스피디움 재무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태영건설은 또다시 21년 인제스피디움에 64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가로 진행했다. 태영건설은 증자 외에도 인제스피디움에 수십억 원을 대출하는 등의 금전적인 지원을 해왔다. 최근에는 경영난이 악화하면서 서킷 이용료를 10% 가량 인상하기도 했다.

 

2008년 당시 인제군은 태영건설 등 민간투자자들과 ‘인제 오토테마파크 관광지조성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투자자들이 설립한 법인 인제스피디움이 30년(이후 48년으로 변경) 동안 인제스피디움 시설을 운영한 후 인제군에 기부 채납하는 것이었다.

 

태영건설과 인제군이 맺은 협약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2062년 4월까지 인제스피디움을 운영해야한다. 적어도 40년 동안은 태영건설이 인제스피디움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워크아웃을 통해 몸집 줄이기에 나선 태영그룹의 손에 한국 모터스포츠의 미래가 달린 셈이다.

 

 

김태현 에디터 th.ki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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