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순간 당황했다..깜빡이,변속 레버 없앤 테슬라 모델X
[시승기] 순간 당황했다..깜빡이,변속 레버 없앤 테슬라 모델X
  • 김태진 편집장
  • 승인 2023.05.19 08:00
  • 조회수 6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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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X와 인연은 코로나 직전인 2019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에서 2주일을 보내기 위해 모델X를 몰고 서울에서 전남 완도항까지 내려가는 날이다. 전기차 주행에 불리한 영하 15도의 강추위가 몰아닥쳤다.​

영하의 날씨에 제주발 페리 시간을 맞추기 위해 고속도로에서 급가속을 반복했더니 450km에 달하던 주행 가능거리가 300km 초반으로 금세 줄어든다. 강추위에 배터리 성능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제대로 경험했다. 


결국 광주 부근 휴게소에서 잠시 충전을 했다. 충전시간이 부족했던 탓에 운행 중에 배터리 잔량, '0'를 기록했다. 폭풍 검색 결과 테슬라 전기차는 배터리 잔량 ‘0’에서도 50km 정도 주행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찾았고 ‘0' 상태에서 20km를 더 주행해 완도항에 도착했다. 

당시 주행거리 때문에 조마조마하던 걸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주행하는 내내 테슬라의 엉성한 조립 품질도 제대로 느꼈다. 주행거리를 늘리려고 히터를 약하게 켰지만 1열 도어 사이로 찬 바람이 얼마나 심하게 들어왔는지 무릎이 시려웠다. 


모델X는 2015년 미국에 처음 등장했다. 국내에는 2018년에 들어왔다. 당시만 해도 제주에는 모델X가 딱 한 대 있었기에 가는 곳마다 시선이 뜨거웠다.


2주일 동안 제주에서 유명 차박지를 찾아 서 너 번 차박도 해봤다. 그러면서 모델X의 매력과 광활한 공간을 제대로 만끽했다. 특히 폭설이 내린 1100도로에서 보여준 놀라운 접지력과 유리로 덮은 천장, 팔콘 윙 도어의 추억은 지금도 가슴을 뛰게 만든다.

올해 테슬라 모델X가 부분변경으로 돌아왔다. 테슬라코리아는 올해 3월 신형 모델 S와 모델 X를 출시했다. 신형 모델X는 2021년 미국에 먼저 나왔지만 코로나19와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 여파로 국내 도입이 2년 늦어졌다. 


모델X 외관은 지금도 호불호가 엇갈린다. 공기역학을 최대한 고려한 디자인으로  각지고 단단해 보이는 일반적인 SUV와 거리가 멀다. ‘민첩한 돼지 같다’고 혹평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렇지만 갈매기 날개처럼 열리는 팔콘 윙 도어를 접하면 생각이 바뀐다. 사람 많은 곳에서 팔콘 윙을 열면 주변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한때 강남 학원가 등하교 때 가장 눈길을 끄는 차량으로 벤츠 G바겐이 꼽혔다고 한다. 하지만 모델X 등장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팔콘 윙을 작동하면 'G바겐보다 하차감이 역대급'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들린다. 하차감이라는 용어를 쓰는 나라는 한국말고 또 있을까. 중국 정도일까!


그렇다면 “좁은 아파트 주차장에서 열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설 수 있다. 팔콘 도어는 한 번 접히면서 열린다. 차량 곳곳에 숨겨진 센서가 주변을 살피고 장애물에 닿으면 즉시 동작을 멈춘다. 

상대방 차량과 30cm 정도만 떨어지면 문제없이 도어를 여닫을 수 있다. 차를 받고 나서 ‘혹시나’ 하는 의심에 주차장에서 여러 번 2열 도어를 테스트했지만 공간이 부족해 문을 열 수 없는 상황은 경험할 수 없었다.


신형 모델X는 두 가지 트림이다. 기본형(1억4306만원부터)과 고급형 플래드(1억5706만원부터)다. 1500만원 차이가 나는 이유는 파워트레인이 다르다. 기본형은 듀얼 모터지만 플래드는 모터가 3개(트라이)다.


성능은 SUV의 탈을 쓴 슈퍼카다. 기본형 최대출력은 670마력, 플래드는 1020마력이다. 최고속력은 각각 250km/h, 262km/h, 제로백(0→100km/h)은 3.9초, 2.6초다. 

대형 SUV가 페라리 같은 슈퍼카보다 더 빠른 2.6초 제로백이 나온다. ‘헉’ 소리가 절로 나온다. 시승차는 듀얼 모터 기본형이다. 여기에 904만원짜리 FSD(Full Self Driving) 옵션이 들어갔다. 공차중량이 2360kg에 달한다.


우선 디자인이다. 모델X의 차체는 세단인 모델 S 기반이다. 모델S를 고무풍선 불듯이 바람을 넣어 덩치를 불린 모습이다. 신형은 전면 범퍼 디자인이 심플하게 바뀌었을 뿐 달라진 게 없다.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한 유선형 스타일이라 공기저항 계수는 SUV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인 0.24 Cd다. 후면은 뒤로 한껏 눕힌 리어 글라스가 특징이다. 최근 유행하는 쿠페형 SUV 스타일이다. 시속 250km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고성능차답게 자그마한 스포일러가 달려 있다. 

전장은 5057mm로 기아 EV9(5010mm)보다 조금 더 길다. 전고는 에어 서스펜션을 최고로 높였을 때 1740mm가 된다. 가장 낮았을 때(1680mm)와 60mm 차이가 난다.  EV9의 전고는 1755mm이다.


시승차는 7인승이다. 휠베이스가 3m(2965mm)에 달해 3열이 예상보다 넉넉하다. 178cm 신장의 기자가 3열에 앉았을 때 괜찮은 공간을 보여줬다. 정자세로 앉을 경우 머리카락이 천장에 닿는다. 

 

3열 시트를 접으면 완벽한 풀플랫 공간이 만들어진다. 차박 최고의 차로 모델X가 꼽히는 이유다. 여느 대형 SUV와 달리 트렁크 수납공간은 테슬라만의 매력이 넘쳐난다. 3열 시트를 사용하고도 트렁크 공간에 여유가 있다.

실내 디자인은 대변혁이다. 인테리어는 심플함 그 자체다. 군더더기를 덜어낸 정도가 아니다. 비상등 이외에 가로형으로 바뀐 17인치 센터 모니터로 변속기까지 모든 기능을 통합했다. 모니터는 보는 사람이 편하게 좌우 각도 조절이 가능하다. 


처음 차량을 접하면 디스플레이 여기저기를 터치해야 한다. 아이폰과 비슷한 직관적 UI라 이내 익숙해진다. 도어를 열고 닫는 것은 물론 공조부터 후석시트 열선까지 모두 터치로 작동한다.


깜짝 놀란 건 스티어링 휠 아래 달려 있던 칼럼식 기어 노브가 사라졌다는 것. 기존 모델은 벤츠와 부품을 공유하던 때 개발돼 벤츠에 사용하던 칼럼식 기어 노브가 달려 있었다.

그렇다면 기어 변속은 어떻게 할까. 모니터 맨 좌측면에 나타난 P/N/D/R을 보고 위로 밀어주면 주행모드 D, 아래로 밀면 후진 R로 바뀐다. 중립은 N을 눌러주면 된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금방 익숙해진다.


스티어링 휠 아래 왼쪽에 달린 방향지시기(깜빡이)도 사라졌다. 스티어링 휠에 왼손 엄지가 닿는 부위로 옮겼다. 마찬가지로 오른쪽에 달려 있어야 할 와이퍼 레버는 스티어링 휠 오른쪽 버튼으로 대신한다. 아무래도 방향지시등은 어색하다. 주행 중에 헛손질을 여러 번 하게 된다. 

 

또 다른 특징은 송풍구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작은 여유 공간을 만들어 해결했다. 36W 급속 충전이 가능한 C타입 포트는 컵홀더 아래 깊숙한 곳에 숨겨 놓았다. 2대 동시에 충전이 가능한 무선 충전기는 대시보드 아래에 달려 있다. 

 

2열에도 디스플레이를 추가했다. 후석 온도 조절과 넷플릭스 등을 볼 수 있다. C타입 포트도 2개를 마련했다. 

테슬라 차량을 탈 때마다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디스플레이 UI가 너무 편하다. 아이콘이나 각종 기능을 나타낸 디자인 요소가 너무 이해하기 쉽다. 테슬라 UI를 이겨낼 자동차 회사가 당분간 보이지 않을 것 같다. 

 

센터 디스플레이의 테슬라 로고를 누르면 여러 가지 게임부터 유튜브 등 OTT를 이용한 볼거리가 풍부하다. 적재공간은 100점 만점이다. 전기차 특유의 공간 활용성이 더해진다. 제법 큰 룩색도 넣을 수 있는 앞쪽 프렁크, 뒷면 트렁크 아래에는 골프 캐디백도 넣을 만한 숨겨진 화물 공간이 달려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우선 어떤 차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광활한 시야각이 충격으로 다가온다.  마치 영화관의 파노라마 화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앞 유리가 운전자의 정수리까지 길게 늘어진다. 


사실 이 정도 개방감은 어떤 차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열 차단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유리 상단부분에 자외선 차단 색을 넣었지만 한여름 태양의 뜨거움을 피하기에는 역부족이다. 2,3열 승객석 머리 위도 모두 유리다. 덕분에 모두 사이좋게 뜨거워진다.


960W의 출력을 내는 오디오 시스템은 22개의 스피커로 프리미엄 오디오 이상의 음감을 보여준다. 중저음은 풍부하게 고음은 디테일하게 재생한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도 달려 있다.

테슬라 신형 모델X 2열

몇 가지 추가됐으면 하는 기능도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차량 배터리를 이용해 전자기기를 이용하는 V2L 장치다. 외부업체에서 차량 충전구에 연결해 V2L을 사용할 수 있는 어댑터를 팔고 있지만 신뢰성이 떨어진다.  


시동은 신용카드 같은 얇은 키를 소유한 채 브레이크 페달을 꾹 밟으면 된다. 운전석 도어를 닫는 것도 손을 뻗을 필요가 없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음과 동시에 문이 닫히면서 출발 준비가 끝난다. 악셀을 밟으면 폭발적인 가속력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를 3.9초 만에 끊는다.

테슬라 신형 모델X 3열 중앙에 C타입 포트 2개가 달려 있다

2.4톤에 육박하는 중량을 이겨내듯 2개의 모터가 네 바퀴에 670마력의 힘을 퍼붓는다. 완충 시 주행 가능거리도 478km(환경부 측정 기준)로 늘어났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번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차체 바닥에 1천 개가 넘는 2170 배터리가 깔려 있다. 이 덕분에 무게 중심이 낮아져 고속에서 주행 안전성은 스포츠카 이상이다.


신형 모델 X의 오토파일럿은 기존 사용하던 초음파와 레이더를 모두 떼어냈다. 대신 카메라만 의지해 사물과 거리를 인식하는 ‘테슬라 비전’이 처음 적용됐다. 카메라는 총 9개다. 앞 쪽에 3개, 사이드에 4개, 후면에 1개 그리고 실내에 1개다. 

테슬라 신형 모델X의 커다란 프렁크

오토파일럿 작동은 스티어링휠 오른쪽에 달린 작은 스크롤 버튼을 누르면 된다. 서울 도심에서 모델 X는 카메라 만으로도 중앙분리대뿐 아니라 라바콘, 작은 주변 사물을 제대로 인식해 계기반 클러스터에 착실하게 보여준다.


횡단보도를 지나가는 보행자 모습이나 좌우로 달리는 트럭이나 오토바이뿐 아니라 자전거 움직임도 빠짐없이 잡아냈다. 오토파일럿 사용 중에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의도적으로 움직이면 즉각 해제된다. 아울러 휠에서 5초 정도 양손을 떼면 바로 경고가 들어온다. 


시승차에는 FSD 기능이 달려 있다. 자동 차선 변경이 가능하다. 한층 더 자연스럽게 진화했다. 스티어링 휠 왼쪽에 달린 방향지시기 버튼만 살짝 누르면 안전하게 차선을 변경한다. 

구형 모델과 달리 회생제동 강도 선택 기능이 사라졌다. 대신 원페달 한 가지만 가능하다. 이 부분은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금세 익숙해진다. 급브레이크를 밟을 상황이 아니면 사실상 브레이크를 작동할 일이 없다. 


이번에는 가속력 테스트다. 인세인(insane) 모드를 선택하고 악셀을 꾹 밟으면 가속력이 온몸에 전해져 시트에 파묻힌다. 동승자가 비명을 지른다. 웬만한 슈퍼카도 쫓아오기 어려울 폭발적인 가속을 보여준다. 1억원대 중반 가격의 모델X로 3억원이 넘어가는 슈퍼카 코를 납작하게 하는 데 그만이다. 


승차감도 안락한 수준이다. 테슬라 차량 중에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3, Y의 가장 큰 단점으로 딱딱한 승차감이 꼽힌다. 한 마디로 안락함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모델X는 에어 서스펜션이 달려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광활함이 절로 느껴진다..아 개방감 너무 좋아

서스펜션 숙성이 무르익어 무거운 중량에도 불구하고 일반 주행에서 요철을 제대로 흡수할 뿐 아니라 상당히 나긋나긋하다. 특히 방지턱을 넘을 때 충격 흡수를 놀라울 정도로 매끈하게 처리한다. 단, 도로의 포트홀을 지나면 서스펜션이 무언가에 닿는 듯한 조금은 불쾌한 느낌이 살짝 전달된다.


이번에는 와인딩 차례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한계치가 높아 깜짝 놀랐다. 제법 운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코너 진입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급격히 컨트롤이 어려워진다. 무거운 중량의 물리학을 무시할 순 없다. 

시승 전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조립 품질이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테슬라 차량은 비가 새지 않으면 다행'이라며 조립 품질에 대한 악평으로 유명했다.


꼼꼼히 모델X를 살펴본 결과 기우에 불과했다. 창문 끝단에 조금 틈이 보이는 것을 빼면 흠잡을 곳이 없다. 특히 실내 마무리가 럭셔리카 수준으로 좋아졌다. 작업자의 숙련도가 아니라 로봇 공정을 개선한 완성도라는 점에서 단지 서먹할 뿐이다.

현시점에서 신형 모델X의 가장 큰 단점은 ‘테슬라 비전’ 적용으로 초음파 주차 센서가 빠진 점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말 "주차를 할 때 9개의 카메라로 주변 물체를 입체적으로 인식해 초음파 기능을 대신한다"라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모델X에 달린 테슬라 비전은 개선을 거듭하는 중이다. 후방 카메라만 나올 뿐 주변 물체 거리감을 경고해 주는 센서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1990년대 주차를 할 때처럼 머리를 창문에 내밀고 조심해야 한다. 

 

테슬라 코리아 측은 “모델3, Y는 지난달 업데이트를 통해 주차 센서 문제를 해결했지만 모델X 업뎃은 아직 미정”이라고 답한다. 모델X 고객 인도를 곧 시작하지만 주차 센서 부재는 치명적이다. 
 


한 줄 평

장 점 : 슈퍼카 가속력..팔콘 윙 속에 감춰진 IT혁신을 매일 경험한다


단 점 : 깜빡이,주차 센서 부재는 너무 불편..얼른 업뎃해주삼

 

글=김태진, 사진=임정환 에디터 tj.kim@carguy.kr

 

 

테슬라 모델X 듀얼 모터

공차중량

2360kg

배터리

리튬이온 100kWh

전장

5050mm

전폭

2000mm

전고

최고1740mm 최저 1680mm

축거

2965mm

제로백

3.9

최대출력

670마력

최대토크

90.0kg.m

완충 시 최대주행거리

478km(환경부 기준)

적재용량

최대 2,614L

시승차 가격

1억4306만원(FSD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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