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영하 10도서 오픈에어링을 즐기다..지프 랭글러 사하라 파워탑
[최초시승] 영하 10도서 오픈에어링을 즐기다..지프 랭글러 사하라 파워탑
  • 김태진 편집장
  • 승인 2024.01.30 08:30
  • 조회수 2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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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랭글러는 꽁꽁 숨겨 놓은 동반자 1순위다. 온로드에선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아이코닉한 랭글러를 마주하면 모든 불편을 참고 넘어갈 수 있다. 게다가 오픈 에어링까지 즐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지프 랭글러 JL 부분변경 사하라 파워탑이다. 기존 오버랜드 이름으로 판매하다 사하라 명칭으로 다시 원복했다.

매력적인 얼 색상의 지프 랭글러 사하라 파워탑

랭글러는 1986년 1세대 출시 이후 ‘오프로드 DNA’ 유산을 바탕으로 진화를 거듭하며 오프로드 제왕으로 군림해왔다. 무엇보다 특유의 디자인으로 ‘한 번쯤 꼭 소유하고 싶은 드림카’로 손꼽는 차다. 프리미엄 브랜드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별도의 튜닝 없이도 훌륭한 오프로드 주파 능력 덕분이다.  

 

시승한 사하라는 랭글러 루비콘에 비해 도심이나 온로드에 더 편하게 특화된 모델이다. 여기에 천장을 덮고 있는 소프트톱을 전동으로 열 수 있는 파워탑을 더했다. 사하라는 도심 출퇴근에 사용해도 크게 불편함이 없다. 어린아이 2명을 키우는 가정에서 패밀리SUV로도 손색이 없다.

 

우선 컬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얼(Earl)’ 색상이다. 그린과 블루를 제대로 버무려놨다. 지금까지 봐온 랭글러 가운데 최고로 잘 어울린다. 외관부터 살펴 보면 루비콘에 비해 한결 도시적 이미지가 강하다.

 

차체와 동일한 색으로 도장 처리한 오버 펜더와 루비콘에 달린 오프로드 전용 올 터레인이 아닌 일반 래디얼 타이어가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루비콘은 17인치 휠과 올 터레인 타이어, 사하라는 1인치 키운 18인치 휠과 래디얼 타이어 조합이다.

 

사하라 역시 지프 디자인 특징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일곱 개의 세로 그릴과 동그란 헤드램프, 툭 튀어나온 전면 범퍼 모두 그대로다. 측면은 사다리꼴 형태의 휠하우스와 각진 차체가 한 눈에 랭글러임을 드러낸다. 후면에는 스페어 타이어가 달려있다. 원래 차체와 동일한 색의 플라스틱 커버가 장착돼야 하지만 이번에는 정품으로 지급되지 않는다.

 

랭글러 부분변경 외관은 크게 바뀐 것이 없다. 가장 큰 특징은 강철 라디오 안테나를 과감히 없애고 윈드실드 통합형 스텔스 안테나를 이번에 처음 적용했다. 강철 안테나는 깃발을 다는 용도로는 좋았지만 세차할 때 탈착을 해야 하는 등 불편한 요소도 있었다.

 

아울러 북미형 범퍼를 적용하면서 투박함보다는 첨단 이미지로 변신했다. 기자는 기존 투박한 범퍼가 랭글러 이미지에 더 적합하다고 의견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7슬롯 크기를 살짝 키우고 주간주행등을 매만졌다.

 

주간주행등이 무려 6개나 달려 있지만 전면을 슬쩍 보면 기존 JL모델과 구분하기 쉽지 않다. 옆면은 타이어휠 디자인이 살짝 바뀐 것 이외에는 변한 것이 없다. 후면은 테일램프 그래픽에 일부 디테일을 손봤을 뿐이다.

가장 큰 변화는 실내다. 차체 측면에 마련된 사이드 스텝을 밟고 올라섰다. 이 역시 루비콘에는 없는 배려다. 우선 가로형 12.3인치 터치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끈다. 기존 8.4인치는 작기도 했지만 내비게이션부터 사실상 쓸만한 것이 거의 없었다. 이번에 디스플레이 크기를 키우면서 티맵을 기본 장착했다.

 

오프로드 및 차량 정보도 깔끔하게 배열했다. 무엇보다 해상도가 너무 좋다. 아울러 무선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해 두 개의 블루투스 장치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다. 지프 전용 어플리케이션 U-커넥트를 이용해 문을 여닫고, 시동을 걸거나 끌 수도 있다. 시트 가죽 질감도 루비콘 나파가죽에 비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좋다.

 

센터페시아는 레드 컬러 도장의 루비콘과 달리 가죽으로 마감했다. 좀 더 고급스럽고 차분하다. 직경이 큰 스티어링 휠의 두께와 가죽 재질도 무척 고급스럽다. 특이하게 센터 콘솔에 자물쇠를 달았다. 한국에서는 쓸 일이 없겠지만 미국 중서부에서는 랭글러 도어와 루프를 떼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잠금장치가 달려 소지품을 분실 없이 보관할 수 있겠다.

경탄일지 놀랄일일지 랭글러 처음으로 1열 운전석과 조수석에 전동시트가 장착됐다. 드디어 올 것이 온 분위기다. 랭글러에 무슨 전동 시트가! 감회가 새롭다. 북미 등에서 랭글러는 오프로드 주행을 하면 호스로 실내 물청소를 한다.

 

필자도 2005년 미국 유타주 루비콘 트레일 출장에서 이런 세차를 해봤다. 사실상 실내 호스 세차를 할 경우가 없는 한국 소비자라면 전동시트를 환영할 것으로 보인다. 앞좌석 열선 시트와 열선 스티어링 휠도 기본 장착했다.

 

2열은 여전히 방석이 경차 수준만큼 좁다. 등받이가 서 있는데다 각도 조절도 안 돼 장시간 이동은 여전히 불편하겠다. 무릎과 머리공간은 넉넉하지만 엉덩이 시트 불편은 해결돼야할 부분이다. 2열 시트에는 다이브 기능이 달려 있다. 차박이나 큰 짐을 싣기 위해 2열을 접으면 방석 부위가 아래로 내려가면서 거의 평탄화가 이뤄진다.

 

소프트톱은 전동식이다. 완전히 개방하면 엄청난 개방감을 누릴 수 있다. 기자의 개인 의견으로 하드톱 모델보다 350만원이 비싼  파워탑을 강추한다. 시속 90km 언저리에서도 개폐가 가능할 뿐 아니라 작동이 손쉽고 정말 자주 사용할만한 기능이다.

 

물론 하드탑에 비해 터널 등에서 주행소음은 심하게 들어온다. 봄여름가을 햇살을 맞으며 오픈 에어링이 가능하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897L에 60:40으로 폴딩할 수 있는 2열을 접으면 최대 2050L까지 확장할 수 있다.

파워트레인은 기존 모델과 동일하다.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한다. 8단 자동변속기와 매칭은 굿이다. 부드러운 변속부터 중후한 가속감까지 랭글러 특유의 주행 질감에 최적이다.

 

본격 주행에 나섰다. 역시나 온로드 주행질감은 루비콘에 비해 일품이다. 일명 ‘깍두기’타이어가 적용된 루비콘은 고속도로에서 시속 110km 이상 넘어가면 노면 소음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 휠을 지속적으로 보타해야 할 정도로 불안할 경우가 종종 있었다. 사하라는 중저속 뿐 아니라 고속 주행에서 루비콘에 비해 한결 탁월한 정숙성과 승차감을 안겨준다. 역시 온로드는 래디얼 타이어가 굿이다. 

 

정숙성은 랭글러를 일반 도심형 SUV와 비교할 수 없다. 랭글러로만 치면 사하라 정숙성은 상당히 좋다. 어떠한 잡소리도 허용하지 않는다. 대신 주변 환경이나 자연과 소통하는데 딱이다.  시속 60km 내외로 국도를 달리면서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게 랭글러의 매력 아닐까.

 

파워탑은 터널에 들어설 때마다 깜짝 놀라는 건 어쩔 수 없다. 소프트탑이라 주행 마찰음과 터널 공명음이 상당히 유입된다. 요철은 매우 부드럽게 처리한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하체 세팅에다 휠베이스가 3m를 넘는 3010mm라 속도 방지턱을 부드럽게 타고 넘는다.

 

사하라에는 험한 오프로드에서 시속 40km이내 속도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스웨이바’ 기능이 없다. 대신 섹렉트-트랙 4WD는 기본이다. 기어노브 왼 편에 위치한 트랜스퍼 기어 노브를 통해 2H, 4H, 4L 등을 설정할 수 있다.

영하 10도의 날씨에 랭글러 사하라 파워탑과 캠핑을 했다

 

“랭글러를 타면 인성이 좋아진다” 무슨 얘기냐고? 끼어드는 차량을 자연스럽게 양보하게 된다. 물리적으로 바짝 앞차와의 거리를 줄일 수 없어서다. 브레이크가 오프로드 특성에 맞춰져 무척 깊고 느슨하게 작동한다.출력 역시 급출발이나 급가속과는 거리가 멀다.

 

자연스럽게 인성 좋은 양보 잘하는 운전자가 될 수밖에 없다. 랭글러를 타면 운전 신사가 되는 이유다. 시속 100km를 넘나들면 주행 소음이 꽤 들어온다. 옆사람과 대화보다는 저음에서 쿵쿵 울리는 미국 스타일의 오디오 시스템을 즐기는게 최고다.

 

시속 90km에서 파워탑을 작동해 오픈 에어링을 시도했다. 개방되는 범위가 워낙 넓다 보니 열리는 데도 20초 가까이 걸린다. 외기 온도가 영하 10도를 나타내지만 별다른 저항없이 스르륵 열리면서 싸한 한겨울 냉기가 들어온다. 한겨울 오픈 에어링도 별미다. 한겨울에 에 먹는 물냉면 맛이라고 할까. 완전 개방된 천장을 통해 보는 하늘은 감동적이다. 파노라마 선루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묘미다.

 

파워탑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개방감은 상당하다. 운전자 쪽으로 바짝 붙은 앞유리와 사각형으로 잘라낸 측면 유리 덕에 사각지대가 거의 없다. 위에 다른 차를 내려다 보면 주행하면 도로의 제왕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랭글러 특유의 울컥이는 묘한 느낌을 맛볼 수 있다. 시내에서는 두둑한 토크를 바탕으로 중저속에서 부족함이 없다. 고속도로에서 고속 추월 가속은 자주 하지 않는 게 좋다. 연비 소모뿐 아니라 풍절음이 꽤 심하게 유입된다. 시속 140km 언저리까지는 상당한 풍절음과 함께 부드럽게 가속을 진행한다.

 

코너링 역시 루비콘보다 확실히 안정적이다. 래디얼 타이어 덕분이다. 루비콘과 확연히 다른 승차감과 핸들링을 보여준다. 이번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용이다. 차간 거리를 부드럽게 조절하지만 차선유지는 불가능하다. 꼭 스티어링휠을 잡아야 하고 전방을 제대로 주시해야 한다. 직진 주행성이 일반 SUV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다. 자칫 한눈을 팔면 차선을 넘어가기 일쑤다.

 

공차중량이 2톤이 넘지만 무난한 가속력을 보여준다. 200km 이상 주행한 결과 연비는 도심에서 7.0~7.5km/L가 나온다.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을 하면 10km/L를 넘길 수 있다. 단 추월 가속을 하지 않는다면 조건에서다. 랭글러 사하라 파워탑은 도심과 자연을 아우르는 최적의 사냥감이다. 나만의 개성을 찾는다면 꼭 질러보고 싶은 차다.

 

딱 한가지 단점이 보인다. 바로 가격이다. 기존 대비 700만원 이상 올라 무려 8240만원이다. 기분 같으면 7천만원대 초중반이라면 당장 계약을 하고 싶지만 가격을 보고 마음을 달래본다. 여전히 매력적인 랭글러 사하라 파워탑..언젠가는 너를 매일 마주할 것이다!

 

한 줄 평

장점 : 파워탑의 엄청난 개방감! 생각보다 자주 쓸 기능이다..디자인은 명불허전

단점 : 가격 빼고 아쉬울 게 없다..랭글러 기준으로 보면 소음도 참을 만하다

 

김태진 에디터 tj.kim@carguy.kr

 

지프 랭글러 사하라 4도어 파워탑 부분변경

엔진

2.0L 4기통 터보 가솔린

변속기

8단 자동

전장

4885mm

전폭

1895mm

전고

1850mm

축거

3010mm

최대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

복합연비

8.0km/L

시승차 가격

824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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