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이후 코로나19 여파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 대란이 터지면서 신차 출고 대기기간이 통상 6개월 이상 걸린다. 인기 차종은 2년까지 기다려야 할 정도다. 제네시스 GV80과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은 차량 가격이 7000만원 전후인데도 무려 30개월의 대기기간이 필요하다. 내년에는 신차 대기가 대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반도체 수급에 대한 문제는 해결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고금리 여파로 신차 구입에 비용이 급등해서다. 아울러 인플레이션 여파로 구매자의 주머니가 가벼워졌다.
고금리는 대출뿐만 아니라 자동차 할부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인터넷상에서는 “신차 구매 이후 할부 이율이 너무 올라 당초 예상했던 것 보다 부담이 더 커졌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오너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11월 신차 할부 이율의 평균 6%대다. 현대캐피탈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대차를 구매하기 위해 표준형 할부를 선택할 경우 금리는 36개월은 5.9%, 48개월은 6.0%, 60개월 상품은 6.1%까지 올라간다. 일부 비인기 차종(쏘나타, 넥쏘)을 대상으로만 소폭 낮은 할부 금리를 제공한다. 기아 역시 동일하다.
통상 10%가 넘는 신차 가격 상승도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망설이게 만든다. 제조사들은 올해 초부터 부분변경 및 풀체인지 차량을 내놓으면서 10% 가격 인상은 기본이다. 제조사 측은 “원자재 가격과 부품 가격이 상승해 차량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한다. 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신차가 아닌 연식변경 모델도 가격을 인상하는 추세다. 제네시스는 지난 10월 2023년형 G80을 출시하면서 시작 가격을 196만원 올렸다. 선택 옵션도 소폭 인상했다.
국산차뿐만 아니다. 수입차는 오히려 인상을 더 과감하게 단행한다. 대표적으로 지프의 파격적인 가격 인상 행보다. 지프의 대표 차종인 랭글러 루비콘 4도어는 2019년 첫 출시 당시 5740만원이었지만 현재 7730만원이다. 무려 1990만원이나 올랐다. 지프 모델 대부분 20~30% 인상됐다. 그랜드 체로키L, 글래디에이터, 랭글러 등 인기 모델은 2023 연식 모델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다시 한 번 인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차 대기가 길어지면서 통상 2,3대 차량을 계약한 뒤 대기하던 소비자들이 높은 금리와 인상된 차량 가격 여파로 계약을 취소하면서 대기기간도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미 상당 부분 대기 고객의 취소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발등에 불 떨어진 상황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최근 프리미엄 차량이나 중대형 SUV 같은 고부가가치 상품 생산 비중을 늘리면서 판매 대수는 줄었지만 영업 이익이 늘어나는 특수 효과를 누리고 있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 침체가 이어지면서 내년 실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판매가 급증하는 전기차도 배터리 가격 인상으로 덩달아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출고난 속에 판매가 부진한 일부 모델은 파격적인 할인 판매로 등장한다. 쉐보레는 트레일블레이저 72개월 무이자 할부를 내놨다. 올해 초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가격을 대폭 인상한 대형 SUV 트래버스도 무이자 할부를 선택할 수 있다. 법정관리를 졸업한 쌍용차 역시 고가 차량을 판매하기 위해서 렉스턴 구매 고객에게 1.9% 할부 이율을 제공한다. 프로모션에 소극적인 현대차도 비인기 차종(쏘나타, 넥쏘)를 대상으로 타 차종보다 1%p 낮은 할부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내년 자동차 업계에는 전반적으로 찬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유호빈 에디터 hb.yoo@cargu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