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4세대 골프 GTI 수동의 추억..8세대도 배신을 허용치 않다
[시승기] 4세대 골프 GTI 수동의 추억..8세대도 배신을 허용치 않다
  • 김태진 편집장
  • 승인 2023.02.04 09:00
  • 조회수 3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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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역시 골프 GTI는 배신하지 않는구만..빵빵 터지는 배기음과 단단한 하체 몸놀림이 환상적이네..”

7세대 외관과 큰 차이가 없는 8세대 GTI

폭스바겐 골프 GTI 8세대 모델을 시승하면서 느낀 감회다. 기자에게 GTI는 꽤 깊은 인연이 있는 모델이다.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마도 2001년 봄이었을 게다. 자동차 기자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당시 햇병아리 자동차 담당이던 기자에게 폭스바겐에서 4세대 골프 GTI 시승 연락이 왔다.

4세대 골프 GTI의 추억..지금 봐도 넘 귀요미
4세대 골프 GTI 수동변속기

익히 GTI 명성을 알고 있던지라 망설임없이 OK를 했다. 전화 통화 중에 폭스바겐 담당자가 혹시나 하며 물어본다며 “수동 변속기 운전 가능하시죠”라고 말한다. ‘오랜만에 수동변속기를 해보는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당근 할 줄 안다”고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당시GTI는 수동 변속기만 달았다.

 

기자의 첫 차는 현대차 엑셀 수동이다. 대학 졸업 직전이던 1990년대초 취업과 함께 첫 월급을 타고 망설임 없이 뽑았던 차다. 수동5단 기어봉을 손에 착착 감아 변속을 하면서 전국을 쏘다녔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친구는 4단 자동변속기로 뽑았다. 기자는 수동을 선택하면서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을 옵션으로 선택했다. 당시 정체가 극심하지 않던 때라 수동 변속기가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다.

 

대신 좁은 주차장에서 한 손으로 돌리던 파워 스티어링의 편안함이 자랑거리였다. 운전 초보였던 친구는 파워 스티어링을 선택하지 않아 주차할 때마다 끙끙거리면서 팔꿈치에 파스를 붙이곤 했다.

해치백의 교과서 같은 사이드 프로포션

 

각설하고 다시 골프 GTI 로 돌아가자. 4세대 GTI 수동을 시승하면서 기자는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차가 있구나”하며 연신 탄식을 내뿜었다. 정말 악셀을 밟은 만큼, 스티어링휠을 돌린 만큼 GTI 가 반응을 했다.

 

거세게 코너에서 몰아붙이면 전륜구동의 한계인 언더스티어는 어쩔 수 없이 발생했지만 그것도 슬쩍 미끄러짐을 즐기는 즐거운 요소였다. 당시 자유로 임진각 부근에서 고속 와인딩을 즐기던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더구나 수동변속기 운전을 할 줄 아는 기자도 드물어 시승차를 보름 내내 타고 다니기도 했다. GTI 시승을 계기로 자동차 전문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당시만해도 포르쉐 911은커녕 M3도 희귀하던 시절이다.

 

이처럼 골프 GTI는 1976년 첫 출시된 이래 컴팩트 스포츠카의 대중화를 이뤄낸 모델이자 ‘핫해치(Hot Hatch)’라는 세그먼트를 개척한 모델로 유명하다.

 

폭스바겐의 명차 계보를 잇는 8세대 골프 GTI는 지난해말 국내에 나왔다. 약 6년 만이다. 7세대 모델을 판매 중에 2016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가 터지면서 그 여파로 다음해 판매가 중단됐다. 8세대 골프 글로벌 출시는 2019년 10월이다.

전면 레드컬러 GTI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승차는 레드 컬러다. 단일 트림으로 가격은 4509만3000원이다(개소세 3.5% 기준). 차체 크기는 전장 4290mm, 전폭 1790mm, 전고 1455mm, 휠베이스 2636mm로 이전 7세대와 거의 차이가 없다.

 

파워트레인은 2.0 TSI 터보 차저 직분사 가솔린이다.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37.8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여기에 빠른 변속이 특징인 7단 DSG 변속기가 맞물린다. 요즘 2.0 터보 직분사 245마력은 놀라운 수치는 아니다.

 

디자인은 ‘해치백의 교과서’로 불리는 만큼 작은 차체에 넓은 실내공간, 다부진 모습이 특징이다.  8세대는 큰 변화를 거치지 않고 살짝 미래 이미지를 더했다. 통상 골프는 홀수 세대에 변화를 많이 주고 짝수 세대에서는 살짝 다듬는 식으로 모델 체인지를 단행한다.

온갖 정보로 가득 찬 운전석와 대시보드..D컷 휠은 여전히 매력 
다소 쌩뚱맞게 운전석 왼쪽 가장자리에 이런 스위치를 모아 놨다

 

우선 전면부는 가로로 길게 이은 LED 헤드 라이트 눈매가 날카롭다. 귀여운 이미지와 강인함을 모두 담아냈다. 헤드라이트에서 라디에이터 그릴을 거쳐 VW뱃지 사이에 GTI만의 상징성을 드러내는 GTI 레드 크롬 레터링이 더해진다. 시퀀셜 방향지시등은 고급차 느낌을 준다.

 

측면은 기존 GTI의 DNA 계승한 스포티한 감성이 돋보인다. 캐릭터 라인은 뒤로 갈수록 올라가면서 고성능 이미지를 더한다. GTI 전용 레드 브레이크 캘리퍼와 어우러진 19인치 휠은 스포티한 감성을 돋보이게 한다.

 

후면부는 간결하다. 다소 어색한 골프 레터링을 폭스바겐 로고 위에 크게 박았다. 하단에는 블랙 리어 디퓨저와 좌우로 배치된 크롬 트윈 테일 파이프가 강인함을 더한다.

8세대 골프 GTI 트렁크 공간..해치백의 실용성이 돋보인다

 

실내는 버튼을 최소화하고 공조조작을 포함한 대부분의 기능을 센터 디스플레이에 통합했다. 센터 콘솔 앞에 중앙에 비상등, 시동 버튼, ‘P’버튼, 오토홀드 버튼만 남겼다.

 

GTI 개성을 더한 시트가 눈길을 끈다. 레드 라인 포인트가 더해진 프리미엄 스포츠 시트다.  두툼한 스티어링 휠에 적용된 GTI 엠블럼과 심장이 뛰는 듯 붉은 색이 점멸하는 엔진 스타트 버튼이 스포티한 매력을 발산한다. 운전석은 전동 조절이 가능하고 조수석은 수동 다이얼식이다.

 

10.25 인치 디지털 계기반은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주행 속도, 연료 게이지 등 기본 정보와 함께 GTI 전용 그래픽을 구현했다. 스포츠 주행에 필요한 차량의 순간 출력, 엔진의 부스트 압력 등의 성능 정보와 랩 타이머를 제공한다.

뜯어서 집에 보관하고 싶은 스티어링휠

 

10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에는 한국형 내비게이션과 보이스 컨트롤이 적용됐다. 가장 큰 장점은 무선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가 가능하다는 점. 스마트폰 무선 충전도 지원한다. 여기에 헤드업 디스플레이까지 달아 주행 편의성을 높였다.

 

앞유리 김서림 방지와 뒷유리 열선버튼은 운전석 왼쪽 라이트 조작 버튼과 같이 배열했다. 다소 생소한 구성이다. 오디오 볼륨과 온도조절은 터치 방식이다. 센터 디스플레이 바로 앞에 위치한다. 가끔 디스플레이를 조작하면 간섭이 발생한다. 기어 노브는 딱 포르쉐 느낌이다. 하단에는 휴대폰 무선충전 기능과 USB C타입 단자를 2개 마련했다.

 

붉은 색이 점멸하는 엔진 스타트 버튼을 꾹 눌렀다. 특유의 기분 좋은 터보 음이 귓가를 맴돈다. 악셀을 발을 올리자 즉각 반응한다. 7단DCT는 변속 충격이 거의 없다. 기분 좋게 차고 나간다. 급가속이나 감속에서 스티어링휠 뒤에 달린 패들로 가감속을 진행하면 배기음이 빵빵 터진다.

포르쉐 기어 레브와 너무 흡사하다

 

승차감은 GTI답게 단단하다. 그렇다고 거칠지는 않다. 짧은 휠베이스에도 탑승자에게 어느 정도 편안함을 준다. 가장 큰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자로 잰듯한 들링이다. 즉각적인 반응으로 운전에 재미를 더한다.

 

고속에서 코너를 몰아붙여도 언더 스티어가 상당히 줄었다. 8세대 골프 GTI에는 어댑티브 섀시 컨트롤(DCC), 전자제어 유압식 프론트 디퍼렌셜 락(VAQ) 등이 더해졌다.

 

빠른 속도로 코너에 진입할 때 언더스티어가 발생, 그립을 잃는 전륜 구동 차량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하다. 접지력을 잃지 않고 커브를 빠져나갈 수 있다.

레드 컬러로 수를 놓은 헤드레스트 일체형 스포츠 시트
184cm 신장의 동승자가 2열에 앉았을 때 주먹 반개 정도 들어간다
2열 공간은 장거리 주행에 성인 2명이 타도 불편하지 않다

 

아울러 가변 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 기어와 전동모터가 결합된 ‘프로그레시브 스티어링’은 정밀한 차량 제어가 가능한 숨은 병기다.

 

편의장비는 차고 넘친다. 앞좌석 통풍 시트, 앞뒤 열선 시트, 열선 및 패들 쉬프트 기능이 포함된 스포츠 스티어링 휠, 3존 클리마트로닉 자동 에어컨, 뒷좌석 온도 조절 패널, 30가지 컬러의 앰비언트 라이트가 달렸다.

 

이번에는 반자율주행 기능 체크다.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GTI에는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IQ.드라이브’가 적용됐다. 출발부터 시속210km까지 스티어링휠 버튼 조작만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이 외에 안전장비로 ‘전방추돌경고 어시스트 및 긴급제동, 프로액티브 탑승자 보호 및 보행자 보호 시스템, 후방 트래픽 경고 시스템 및 하차 경보, 후방카메라, 주차 보조 시스템이 탑재됐다.

보기만 해도 악셀 페달을 꾹꾹 밟고 싶다
2열에 엉뜨 뿐 아니라 3존 공조기도 달려 있다

 

‘IQ.라이트-LED 매트릭스 헤드램프’는 밤길 운전에 요긴한 장비다. 전방 카메라, GPS 신호, 조향 각도, 차량 속도 등을 종합해 주행 상황에 최적화된 빛으로 도로를 비춰준다. 후방 ‘다이내믹 턴 시그널’은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킨다.

 

시승하는 동안 연비는 시내에서 9 km/l 수준이 나온다. 고속도로 정속 주행을 하면  14 km/l 이상 도 나온다. 공인연비는 11.5 km/l(도심 10.1 km/l, 고속 13.9 km/l)이다.

 

전체적으로 8세대 골프 GTI는 4500만원 단일 트림 가성비가 돋보인다. 디자인은 크게 바뀐 것이 없지만 탄탄한 기본기와 날렵한 주행감은 5천만원 이하 가격대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수준이다. ‘5년/15만 km 보증 연장도 매력 포인트다.  

 

한 줄 평

 

장점: 여전한 핫해치의 매력..날렵한 핸들링과 배기음, 고속주행 안정감은 탄성이 나온다

 

단점:  2.0 터보 245마력은 이젠 아쉽다. 조금 더 출력을 높였으면...

 

김태진 편집장 tj.kim@carguy.kr

 

 

폭스바겐 골프 2.0L GTI

엔진

2.0직분사 터보

변속기

7단 DCT

구동방식

FWD

전장

4290mm

전폭

1790mm

전고

1445mm

축거

2636mm

최고출력

245마력

공차중량

1,493kg

최대토크

37.8kg.m

복합연비

11.5km/L

시승차 가격

4509만3,000원(개소세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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