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가격만 아쉽네! 매력 디자인에 핸들링도 넘사벽..토요타 프리우스 PHEV
[시승기] 가격만 아쉽네! 매력 디자인에 핸들링도 넘사벽..토요타 프리우스 PHEV
  • 김태진 편집장
  • 승인 2024.01.04 08:30
  • 조회수 2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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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게 토요타 프리우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연비는 좋지만 못 생기고 재미없는 차”로 요약된다. 아마도 자동차를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기자는 1997년 등장한 1세대 프리우스부터 기존 4세대까지 모두 시승을 해봤다. 일본에서 1세대를 시승했을 때 가장 실망스러웠던 점은 운전의 재미가 거의 없고 연비 셋팅으로 더딘 가속력이 답답했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굉음까지 들리면서 정숙성도 토요타와 거리가 멀었다. 

 

2세대 프리우스는 디자인과 연비에서 큰 발전을 이뤄냈지만 여전히  재미가 없는 지루한 차였다. 3세대부터 한국에 들어왔다. 적절한 가격에다 연비만큼은 최강이라 꽤나 인기를 끌었다. 상대적으로 4세대는 기대에 못 미쳤다. 지난해 초까지 한국에 판매한 4세대 프리우스는 후면 디자인이 너무 급진적으로 바뀌면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작은 차체와 고급스러움과 거리가 먼 인테리어와 편의장비도 한국 소비자 취향과는 거리가 있었다. 여기에 세계 3위권 업체로 급성장한 현대기아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비해 큰 매력을 찾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선입견 속에 지난해 12월 국내 출시한 5세대 프리우스를 시승했다. 첫 모습부터 프리우스에 대한 선입견이 단방에 깨지는 순간이었다.가격을 빼고 말하면 '이건 정말 대박' 자체였다. 디자인만 놓고 보면 '세상에 이럴수가' 감탄사가 나올 정도다. 연비와 실용성 이외에는 볼 것 없던 프리우스가 5세대로 진화하면서 잘 빠진 쿠페형으로 변신했다.

 

공기역학계수가 0.27로 “디자인 때문에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물이 매력적이다. 아울러 실내공간도 예상보다 넉넉했다. 휠베이스가 기존 모델보다 50mm 늘어난 2750mm에 달하면서 준중형급 이상의 공간을 보여줬다. 

 
트렁크도 생각보다 쓸모가 있다. 4인 가족 패밀리카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크기다. 동력 성능은 정말 프리우스 개념을 뛰어넘는다. PHEV는 시스템 총 출력이 233마력에 달한다. 주행성능은 발군이다. 고속 주행 안정성과 코너링이 무척 날렵했다.

 

2024년에는 후륜을 전기모터로 구동하는 사륜구동(e-FOUR)도 국내에 들어온다. 핸들링 만큼은 국내 토요타 라인업 가운데 최고로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5세대 프리우스는 지난해 1월 일본서 글로벌 출시했다. 워낙 인기라 일본에서 출고 대기가 1년이나 걸린다고 한다. 

 

우선 디자인이다. 전면은 우선 귀상어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보닛 끝단부터 헤드라이트로 연결되는 부분이 귀상어 머리를 닮아서다. 토요타 크라운 크로스오버에도 적용한 바 있다. DRL은 날렵함을 더한다. 헤드라이트는 보닛 아래 그릴과 직선으로 연결하며 숨겼다. 하단 라디에이터 그릴은 4세대와 비슷하게 아랫단에 장착하면서 공격적으로 디자인했다.

 

측면은 프리우스 디자인의 정점이다. 전고가 4세대(1470 mm) 대비 40mm 낮아지면서 전체적으로 날씬해졌다. 특히 A필러가 쿠페형으로 빠지면서 맵시가 좋아졌다. 차체 비율도 조화롭다. 2열 도어 핸들을 히든 타입으로 윈도우 옆에 장착한 것도 측면 디자인의 핵심 요소다. 사이트 스커트에서 과감하게 치켜 올린 캐릭터 라인은 스포츠카 느낌을 준다.

 

날렵하게 떨어진 트렁크 곡선과 볼륨감 있게 부풀린 후륜 휠하우스도 돋보인다. 후면은 요즘 유행하는 일자형 클리어 타입 테일램프를 적용했다. PHEV를 하이브리드와 차별점을 두기 위해서다. 방향지시등도 하나로 연결됐다. 패스트백 형태로 빠진 테일 게이트, 넓은 트렁크 도어와 유리는 스포츠카 느낌을 더해준다. 간결하지만 맵시를 살린 역작이다.

 

운전석에 앉았다.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A필라가 상당히 누워있는 쿠페형이라 승차할 때 머리를 부딪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유난히 신경을 써서 탑승해서인지 예상보다 불편하지 않았다. 처음 타는 조수석동승자가 있다면 한번쯤은 ‘머리 조심해’ 라고 친절히 안내해주는 것도 좋겠다.

 

실내는 4세대와 비교하면 천지개벽 수준이다. 무척 고급스럽다. 기존 프리우스는 대시보드 중앙에 위치한 디스플레이가 중심이었지만 5세대는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한 게 특징이다. 디스플레이에 터치 기능을 여럿 넣으면서 물리 버튼은 꽤 줄었다. 아울러 처음 적용된 엠비언트 라이트가 내력을 더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스포츠카를 연상 시키는 작은 스티어링휠과 흡사 모터사이클 계기판과 비슷한 작은 디지털 계기판이다. 작지만 주행에 꼭 필요한 정보를 알차게 전달한다. 재미난 점은 계기판을 보는 시선이 딱 HUD를 보는 것과 같은 지점이다. 별도의 HUD 장착이 필요 없는 셈이다. 

 

한국 사양에 특화한 12.3인치 크기의 센터 디스플레이는 내비게이션부터 엔터테인먼트, 주행정보까지 대부분을 터치로 조작한다. 디스플레이 아랫단에는 별도로 공조 물리 버튼을 달았다. 운전자 중심 설계라 주행 중에 왼팔로 각종 버튼이나 디스플레이 조작이 편리하다. 유무선으로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할 수 있다

 

시승차는 전륜구동 최고급 트림 XSE로 4990만원이다. 가죽 시트에 1열 통풍 및 열선, 스티어링휠 열선까지 달려 있다. 와이드 선루프는 열리지 않고 채광만 담당한다. 아쉬운 부분은 2열 열선과 무선충전 패드, 전동 트렁크가 빠져 있다. 

일본에서 최상위 Z트림 가격이 460만엔 정도니 한국형이 10% 정도 비싼 셈이다. 사륜구동 옵션은  22만엔을 추가해야 한다. 국내에 수입하면 200만원 이상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2열은 전 세계 자동차 업체 가운데 실내 공간을 가장 잘 뽑아내는 토요타 패키지 기술을 그대로 보여준다.

 

센터 터널이 살짝 올라와 있을 뿐 전고가 낮은 쿠페형 디자인인데 신장 178cm 기자가 앉아도 비좁지 않다. 레그룸은 주먹 2개, 헤드룸은 손바닥이 들어갈 정도다. 2열 시트를 뒤로 제칠 수 있어 장거리 주행에서 성인 2명이 편안하게 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시동을 걸면 엔진은 작동하지 않고 ‘주행이 가능하다’는 정보만 들어온다. 전자식 기어 레버를 당겨 ‘D’ 위치에 놓고 악셀을 밟으면 먼저 EV모드로 주행한다. 시속 60 km 언저리까지 풀가속을 해도 무리 없이 전기차로 달릴 수 있다. 


파워트레인은 2.0L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CVT 기본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했다. 시스템 총출력 223마력을 낸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6.7초만에 가속이 가능하다. 가장 큰 매력은 전기모드만으로 하루 평균 주행거리 이상인 64km를 주행할 수 있다. 


가속을 위해 악셀을 꾹 밞으면 엔진 시동이 부드럽게 들어온다. 기존 4세대에 비해 비해 정숙성이 상당히 좋아졌다. 순식간에 총 223마력의 출력이 전달된다. 지금까지 프리우스에서 기대할 수 없던 순간 가속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또한 성능을 향상시켜 꽤나 스포티한 주행이 가능하다. 하체는 단단하게 노면을 움켜쥐고 자신 있게 몰아붙일 만한 피드백이 인상적이다. 19인치 휠 크기에 198mm의 좁은 타이어 폭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경쾌한 코너링 감각에 도움을 준다. 

 

시내 주행에서는 기본적으로 정숙성은 좋은데 노면이 불규칙한 곳에서는 2열과 트렁크 쪽에서 바닥 소음이 유입된다. 전체적인 정숙성은 무난하다. 전체적으로 승차감은 단단하다. 요철 진동을 제대로 걸러내지만 코너링과 고속 주행 안정성을 위해서인지 서스펜션 셋팅이 단단하다. 


노면이 파인 곳이나 방지턱 같은 요철 처리는 매우 부드럽게 진행된다. 물렁거리는 승차감과는 거리가 멀지만 차체 강성이 4세대보다 단단하게 느껴지면서도 충격을 부드럽게 소화해낸다. 기대했던 코너링 실력은 발군이다. 코너에서 거세게 몰아 붙이면 살짝 언더스티어가 느껴질 뿐 일반적인 소형차급을 뛰어넘는 실력을 보여준다.

 

핸들링도 스포츠카 느낌이 나는 스타일링과 딱 맞닿아 있다. 전체적으로 차고가 낮아 노면을 물고 늘어지는 느낌이 운전석까지 전달된다. 시속 100km를 넘어가면 하이브리드 특유의 ‘위잉~’하는 CVT 구동 소리가 유입되지만 시속 140km 이상 초고속 영역에서도 안정적인 주행감각과 정숙성을 보여준다.


고속 주행에서 좋았던 부분은 넉넉한 가속력과 함께 유려한 공기역학 덕분에 상당히 안정적이라는 점이다. 기존 모델(2700mm)보다 휠베이스가 50mm길어지고 차체가 커졌지만 전고는 낮아지면서 고속 주행성능과 핸들링이 좋아졌다.

 

기존 4세대 전륜구동 프리우스의 앞뒤 무게 배분은 대략 7대3 정도였다. 앞이 무겁고 뒤가 가벼워 고속 핸들링에서 뒤가 휘청거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했다. 5세대 프리우스는 차체가 커졌지만 차고가 낮아진데다 전후 무게 배분은 6대4 정도로 좋아졌다. 급격한 핸들링을 해도 차체가 제대로 롤링을 흡수한다. 


300여km 시승을 끝냈다. 연비는 시내 구간에서는 23~25km가 나왔다. 고속도로에서는 급가속을 반복해서인지 17~19km 수준이다. 재미난 점은 주행하는 동안 전기 모드로 얼마나 주행했는지 표시된다. 시내 구간은 70% 이상 전기 모드 주행이 가능하다. 고속에서는 타력 주행 중심으로 40% 정도로 보면 된다.

그동안 토요타 하이브리드 기술을 대표하는 프리우스는 국내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연비는 우수하지만 토크가 부족해 재미없는 차’로 불리면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연비만 신경 쓴 장난감(토이)’이라는 혹평도 나왔다. 

 

5세대 프리우스는 이런 단점을 완벽히 해결한 걸작으로 운전이 즐거운 차다. 사실상 다음 세대 전기차 전환을 앞두고 토요타 하이브리드의 끝판왕이라고 할까. 전기차의 높은 가격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에게 5세대 프리우스는 정답에 가깝다. 43리터 용량의 작은 연료탱크에 가득 주유하고 전기모드까지 합치면 7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데다 매력적인 디자인과 급을 뛰어넘는 가속력과 코너링은 덤이다. 

 

디자인부터 성능, 넉넉한 실내공간과 고급스런 인테리어, 탁월한 연비까지 모두 대박 조건을 갖췄지만 가장 중요한 가격이 걸림돌이다. 시승한 PHEV 최고급 트림이 5천만원에서 딱 10만원 모자라는 4990만원이다. 

 

가격만 놓고 보면 프리우스 이외에 고민할 만한 차량이 여럿이다. 현대차 그랜저 하이블리드붜 독일 소형차도 가시권에 들어온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프리우스 PHEV의 매력을 어느 정도 가치로 인정할까 하는 문제다.


한 줄 평 

장 점 : 디자인이 확 땡긴다. 날렵한 핸들링과 연비, 고급스런 인테리어는 덤이다

단 점 : 전동 트렁크도 빠졌는데 4990만원 당황스럽다.그랜저 하브가 눈에 들어온다

 

김태진 에디터 tj.kim@carguy.kr

 

5세대 토요타 프리우스 PHEV XSE

엔진

L4 2.0 가솔린 자연흡기

변속기

E-CVT

구동방식

전륜구동

전장

4600mm

전폭

1780mm

전고

1430mm

축거

2750mm

공차중량

1460kg

총 출력

223마력

최대토크

21.2kg.m

EV 주행거리

64km

타이어

198 50R 19

복합연비(도심/고속)

엔진 :19.4km/L (20.2km/L, 18.5km/L)

전기 : 5.6km/kWh (6.2km/kWh, 5.0km/kWh)

 

시승차 가격

49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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