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부족함 없는 고성능 사륜구동 하이브리드..크라운 크로스오버
[시승기] 부족함 없는 고성능 사륜구동 하이브리드..크라운 크로스오버
  • 김태진 편집장
  • 승인 2023.06.11 07:00
  • 조회수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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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게 토요타 플래그십 '크라운'은 색다른 경험을 안겨준 모델이다. 2003년 토요타 본고장인 일본 나고야시 나고야대학에서 객원연구원으로 토요타생산방식(TPS)을 연구할 때다. 한 달에 한 두 번은 나고야에서 400km 정도 떨어진 토쿄 토요타 본사에서 시승차를 빌려 1주일간 시승을 하곤 했다. 

 

당시 크라운은 일본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타는 차로 유명했다. 주로 중장년이 선호하는 정통 세단이었다. 기자가 시승했던 크라운은 최고급 사양인 마제스티 트림에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적용됐다. 풀옵션이라 가격도 500만엔(약 5천만원)이 넘었다. 


나고야까지 시승을 마치고 학교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데 주변 일본 지인들의 시선이 예전과 같지 않았다. “젊은 친구가 무언가 횡재를 해서 크라운을 몰고 나타났군”하는 느낌이었다.


시승하는 동안 크라운 마제스티는 그다지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차였다. 차체가 길어 코너에서는 뒤뚱거리고 부드럽게 세팅된 서스펜션으로 고속에서는 약간 어지럽기도 했다. 정숙성과 직진 가속성능만큼은 탁월했다. 이 때만해도 크라운은 운전기사를 두고 뒷좌석에 타는 소퍼드리븐 차량이라 운동성능보다는 안락함이 강조됐다.

 


일주일 동안 크라운을 시승하는 내내 주변에서 비슷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인에게 크라운 세단은 현대차 그랜저 이상의 무게로 느껴지는 듯 했다. 적어도 일본은 크고 비싼 차를 타는 것으로 사람의 행색을 판단하는 하류 문화와는 거리가 먼 선진 사회였는데도 말이다.


서론이 길어졌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이름만 크라운일 뿐 기존 크라운이 간직했던 이미지와 전혀 차원이 다른 젊고 스포티한 냄새가 풀풀 풍기는 ‘크라운 크로스오버’다.

왕관 엠블럼이 상징인 크라운은 1955년 토요타 최초의 양산형 고급 승용차로 출시됐다. 토요타 라인업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모델이다. 

 

세단 시장이 침몰하면서 크라운은 대대적인 변화를 추구했다. 올해 16세대로 진화한 크라운은 기존 세단 이외에 크로스오버, 스포츠(SUV),에스테이트(왜건)까지 네 가지 타입으로 순차적으로 나온다.  

 

크라운 크로스오버 디자인은 천지개벽 수준이다. 우선 전통적인 3박스 구조의 세단 디자인과는 거리가 멀다. 후면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실루엣은 후면에서 볼 때 두툼한 덩어리에 머리를 올려 놓은 듯한 모습이다. 


전면 디자인은 압권이다. 날렵한 주간주행등뿐 아니라 범퍼부터 망치의 머리를 형상화한 ‘헤머 헤드’ 컨셉은 기존 ‘점잖음’과는 거리가 먼 공격적인 디자인이다. 여기에 21인치 대구경 휠로 방점을 찍었다. 

 

후면은 어색하면서도 섹시한 느낌이 난다. 일자형 LED 리어램프는 강렬하다. 특히 제동등은 딱 하나의 점처럼 발광하지만 광량이 좋아 선명하다. 렉서스 초기 NX모델에도 이런 방식의 제동등이 적용됐었다.


시승코스는 강원도 정선의 아름다운 국도를 만끽하면서 강릉까지 다녀오는 100km 구간이다. 먼저 기본형인 2.5리터 하이브리드를 타고 중간 기착지에서 파워풀한 2.4리터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Dual Boost HEV)로 교체한다.  


2.5 하이브리드 모델은 2.5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e-CVT 조합이다. 배터리는 토요타 하이브리드에 주로 사용하는 니켈메탈 배터리다. 캠리 하이브리드에 사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동일하다. 

2.4 듀얼 부스트 모델에는 JBL 오디오 시스템이 달려 있다
2.4 듀얼 부스트 모델에는 JBL 오디오 시스템이 달려 있다

운전석 12.3인치 디지털 계기반은 꼭 필요한 정보만 전달한다. 하이브리드라 그런지 엔진회전수가 나오지 않는 게 아쉬울 뿐이다. 12.3인지 센터 디스플레이는 해상도가 상당히 좋다. 다행히 터치식을 적용해 사용하기 편리하다.


콕 찝어 낼 특별한 기능은 없지만 전체적인 UI는 한 눈에 이해하기 쉽게 배치됐다. 일단 거의 사용하지 않을 필요 없는 기능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디스플레이 하단에 자리한 물리 버튼 역시 시인성이나 조작감이 괜찮다. 앞좌석 열선/통풍 시트, 뒷좌석 열선시트, 열리지 않는 고정식 파노라마 선루프가 기본 장착됐다. 상대적으로 공조 덕트 디자인은 너무 평범하다. 

 

전체적으로 인테리어 소재는 고급스럽지만 눈길을 끌 만한 포인트가 없는 게 단점이다. 플래그십 크라운 브랜드에 걸맞지 않게 사치스러운 건 하나도 없고 오로지 담백할 뿐이다.  


2열 공간은 예상외로 넉넉하다. 183cm 후배 기자가 탑승했지만 레그룸은 주먹 2개 이상 여유가 있고 머리공간도 머리카락이 살짝 닿을 정도에 그친다. 현대 그랜저 세단보다 전고가 9cm 높은 효과다. 


트렁크 공간은 준수하다. 골프 캐디백 3개는 넉넉하게 실을 수 있겠다. 쓸모 없는 공간이 별로 없는 게 특징이다. 특이한 부분은 트렁크 천정을 부직포 흡음재로 제대로 가려 놓았다. 벤츠 C,E클래스 같은 고급차도 트렁크 천장을 도금한 상태 그대로 둬 가끔 손을 다칠 수도 있다.

 

시동을 걸고 악셀을 부드럽게 밟아주면 전기 모드로 주행하다가 엔진 시동이 걸린다. 이어 ‘꾹’하고 악셀을 밟으면 가속이 꾸준하게 진행된다. 차체가 크지 않고 중량이 상대적으로 가벼워서인지 체감 가속은 훨씬 좋다. 합산 출력 239마력이 제대로 차체에 전달된다.


고속에서는 역시나 카랑카랑한 CVT회전음이 유입된다. 이외에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은 상당히 잘 잡아냈다. 상당히 놀라웠던 점은 고속 주행 안정성이다. 후륜을 모터로 구동해 출력을 보강하는 E-Four 시스템 덕분이다. 고속 주행에서 조향 안정성이 탁월하다.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라고 부르는 ADAS 기능을 작동해봤다. 토요타 ADAS는 현대기아 차량에 비해 카메라로 차선을 읽는 수준이 조금 더 좋은 듯 하다. 급격한 코너에서도 차선을 제대로 유지한다. 


특히 20여초 이상 스티어링휠을 잡지 않아도 차선 중앙을 유지하면서 주행이 가능하다. 장거리 주행에 무척 편리하다. 공인 복합연비는 17.2km/L지만 일반 도로 주행에서는 손쉽게 20 km/L를 넘길 수 있었다. 고속주행에서는 16~17km/L가 나왔다. 

이번에는 2.4 터보 듀얼 부스트로 갈아탔다. 가격은 2.5 하이브리드에 비해 810만원 비싸다. 외관 디자인은 2.5모델과 똑같다. 21인치 휠 디자인이 다를 뿐이다. 실내에 들어서면 HUD와 JBL 오디오 시스템, 운전석 메모리 시트 기능이 달려있다.  


파워트레인은 가격 차이를 훌쩍 넘어선다. 듀얼 부스트는 2.4 터보 가솔린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다. 엔진 출력만 272마력이 나온다. 모터와 합산하면 무려 348마력에 달한다. 아울러 전자식 가변제어 서스펜션이 탁월한 역할을 해낸다. 


시동을 걸고 악셀을 꾹 밟았다. 웅크렸던 맹수가 사냥감을 만난 듯 튀어나간다. 제로백이 5초대가 나올 정도로 가속력은 일품이다. ‘와우’하는 감탄사가 나오는 건 출력만이 아니다.

 

노면을 물고 늘어지는 접지력 또한 상당한 수준이다. 사륜구동 덕분이다. 퍼포먼스 주행에 특화된 E-Four Advanced 시스템은 고출력의 수냉식 리어모터와 쿨러가 탑재돼 2.5 모델보다 더 강력한 구동력을 후륜에 전달한다. 


주행상황에 따라 프론트와 리어 구동력을 100:0에서 20:80까지 조절한다. 중저속에서 악셀을 꾹 밟으면 후륜에서 쭈욱 밀어주는 느낌이 온 몸에 전해진다. 후륜구동 같은 주행감각을 느끼게 하는 첨단 기술이다. 


이번에는 고속 주행과 코너링이다. 제한 속도를 훌쩍 넘겨도 차체의 요동이나 부정확한 움직임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차에 대한 믿음이 더해진다. 계기반 속도계를 본 순간 스포츠카 수준의 가속력에 속도계 바늘이 믿을 수 없는 곳까지 가버려 또 한번 ‘와우’ 소리가 나온다.

6단 자동변속기는 348마력 출력을 제대로 받아낸다. 빠른 변속뿐 아니라 변속감이 무척 부드럽다. 현대 그랜저에 달린 8단 자동변속기가 오로지 부드러운 주행 셋팅이라면 크라운 크로스오버 듀얼 부스트는 상황에 따라 괴물로 변신하는 두 얼굴의 사나이 역할을 한다. 

 

강원도 정선의 구불구불한 도로에서 고속 코너링을 해본 결과 뒷바퀴가 제대로 노면을 물고 움켜쥔다. 마치 후륜구동 차량을 운전하는 느낌이었다.


고속 영역에서도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을 제대로 잡아낸다. 2.5 하이브리드 CVT에서 나던 굉음까지 사라져 JBL 오디오의 음악만 들릴 뿐 잡소리를 들을 수 없다.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에 비해 가속력과 정숙성만큼은 한 수 우위다.

 

듀얼 부스트 공인 복합연비는 11km/L다. 시승 구간에서 국도 일반 주행에서는 14~15km/L, 고속으로 몰아붙이면 9~10 km/L 이 나왔다. 토요타 하이브리드는 공인 연비보다 실주행 연비가 더 좋다는 것을 이번에도 체감한 셈이다. 

 

듀얼 부스트에 적용된 가변제어 서스펜션(AVS : Adaptive Variable Suspension)은 꽤 쏠쏠한 역할을 한다. 요철이나 방지턱 충격 완화를 넘어서 코너링에서 고속으로 몰아 붙여도 차체 균형을 제대로 잡아낸다.


결론적으로 크라운 크로스오버는 4인 가족 패밀리카로 충분한 성능과 공간을 보여준다. 넉넉한 2열공간과 한국 소비자가 좋아하는 편의장비를 제대로 갖췄다. 정숙성과 훌륭한 연비는 덤이다. 연비 같은 경제성에 우위를 둔다면 2.5 하이브리드, 때로는 야수로 변신하는 크라운을 타고 싶다면 듀얼 부스트를 추천하고 싶다. 810만원 비싼 가격을 충분히 한다. 

 

캠리 하이브리드가 4천만원대 중반인 것을 감안하면 크라운 크로스오버 가격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2.5 하이브리드가 5670만원, 2.4 듀얼 부스트는 6480만원이다. 보증기간을 늘려 총 5년 또는 10만Km를 지원하는 것은 덤이다. 

 

한 줄 평

 

장 점 : 성인 4명이 타도 충분한 실내..놀라운 가속력과 좋은 연비는 덤

 

단 점 : 플래그십 크라운인데 인테리어에 눈길을 끌 한방이 없다

 

정선=김태진 에디터 tj.kim@carguy.kr

 

제원

2.5L HEV AWD

2.4L Dual Boost HEV AWD

전장 X 전폭 X 전고(mm)

4,980 x 1,840 x 1,540

축거(mm)

2,850

공차중량(kg)

1,845

1,980

정부공인표준연비(복합/도심/고속) (km/L)

17.2 / 17.6 / 16.6

11.0 / 10.0 / 12.5

연비등급

1등급

4등급

CO2배출량(g/km)

92

151

엔진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

배기량(cc)

2,487

2,393

최고출력(ps/rpm)

186/6,000

272/6,000

최대토크(kg.m/rpm)

22.5/3,600-5,200

46.9/2,000-3,000

시스템 총출력(ps)

239

348

변속기

e-CVT

다이렉트 시프트 자동 6단 변속기

브레이크

앞/뒤: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서스펜션

앞: 맥퍼슨 스트럿 / 뒤: 멀티링크

구동방식

e-Four

E-Four Advanced

드라이브모드 셀렉터

에코, 노멀, 스포츠

에코, 노멀, 스포츠 S,

스포츠 S+, 커스텀

휠 & 타이어

앞, 뒤: 225 45R 21 타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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