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수동변속기 왜 필요해..현대차 vs 토요타 다른 접근법
전기차에 수동변속기 왜 필요해..현대차 vs 토요타 다른 접근법
  • 김태현
  • 승인 2023.11.27 08:30
  • 조회수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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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UX 300e 수동변속기 테스트카

수 십년간 여느 자동차 브랜드를 막론하고 변속기 다단화에 열을 올리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가 오면서 이런 변속기 다단화 의미가 사라졌다. 모터 구동 파워트레인 구조가 단순화 됨에 따라 트랜스미션 존재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포르쉐가 전기 스포츠 세단 ‘타이칸’에 2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하면서 잠시 화제가 됐다. 이후 전기차에도 다단 변속기 장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효율성으로 보면 오히려 손실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의 중론이다.

 

하지만 효율성과 반대로 전기차는 다단 변속기가 없어 운전의 재미가 떨어진다는 것이 마니아들의 평가다. 직접 수동변속기의 쉬프터를 손에 쥐고 클러치를 걷어차면서 기계와 한몸이 되는 듯한 감각을 전기차에서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전기차를 서킷에서 탈 경우 속도 체감이 잘 되지 않아 한계주행 시 브레이크 포인트를 정확히 잡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 점에서 가상 변속과 가상 사운드는 운전자로 하여금 최대한 빠르게 기존 고성능 내연기관 차량처럼 적응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가짜 변속과 가짜 엔진사운드가 차량의 성능이나 속도를 더 빠르게 해준다는 말은 아니다. 실제로 현대차 N 디비전 기술 고문인 알베르트 비어만(Albert Biermann)은 "가짜 변속으로 인해 현대차의 테스트 드라이버가 뉘르부르크링에서 약 3초 정도 느려진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가짜 변속하는 순간 가속력이 순간적으로 손실되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토요타는 전동화 시대에도 과거 내연기관 변속기 감성을 그대로 느낄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현대차가 최근 출시한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에 내연기관의 8단 DCT와 유사한 감각을 느낄수 있는 N e-Shift 기능을 탑재했다.

가상의 기어비를 설정하고 엔진 사운드를 액티브 사운드로 구현하면서 마치 내연기관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듯한 감각을 제공한다. 또한 자동 변속 모드도 설정이 가능하다. 아이오닉 5 N이 스스로 변속하는 것처럼 설정할 수 있다.

 

아이오닉 5 N은 의도적으로 출력을 살짝 줄여 변속시에 출력을 순간적으로 높혀 변속충격을 구현한다. 가상 RPM이 레드존에 다다랐을 때 연료량이 제한되는 ‘퓨얼컷’ 사운드까지 재현했다는 점에서 마니아들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아이오닉 5 N에서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패들이 본래 전기차 기능으로 되돌아간다. 즉 이 기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비활성화 하고 전기차만의 감각을 온전히 느낄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토요타는 한술 더 떠 전기차용 수동변속기의 클러치 페달과 쉬프트 레버를 개발하고 있다. 이 컨트롤러들이 기계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는 않지만 센서가 컴퓨터와 연동돼 마치 진짜 수동변속기 차량을 운전하는 듯한 감각을 제공한다.

 

클러치로 동력을 잠시 끊고 기어를 바꾼 뒤 다시 연결되는 과정도 재현된다. 클러치나 쉬프터의 조작을 실수하면 울컥거리는 특유의 반응도 구현했다. 아직 양산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토요타는 다양한 테스트카를 통해 실제와 유사한 전기차용 액티브 사운드와 가상 변속기를 개발중에 있다.

토요타는 전기차에 쉬프터와 클러치가 완비된 가짜 6단 수동 변속기를 장착하다 보니 외형적으로 완전한 전기차 디자인을 하지 못한다. 다만 현대차는 스티어링 휠 뒤쪽에 장착된 패들 시프터에 의존하는 가짜 8단 DCT를 적용했다. 대부분 현대 EV에는 이미 회생제동을 조절하는 용도의 패들이 장착되어 있어 이 방법이 훨씬 저렴하고 적용하기 쉽다.

 

토요타는 이러한 시스템을 발전시켜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MR2 전기차인 FT-se 양산형 모델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적용한다. 자동차 브랜드는 전동화 시대에서도 모터스포츠에서 발전시켜 온 운전의 재미를 지속적으로 느끼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김태현 에디터 th.ki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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