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세계 4위인 일본서 EV 전문 테슬라,BYD,현대차 고전하는 이유는
[분석] 세계 4위인 일본서 EV 전문 테슬라,BYD,현대차 고전하는 이유는
  • 김태현
  • 승인 2023.12.27 08:30
  • 조회수 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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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현재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이다. 연간 신차 규모가 500만대에 육박한다. 하지만 자국 브랜드가 국내 신차 판매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현대기아를 앞세운 한국이랑 상황이 매우 비슷하다. 더구나 신차의 절반 이상이 경차를 비롯한 소형차 위주라 해외 유명 브랜드가 일본 수입차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은 최근 전기차 시장이 한창 성장하고 있다. 작년 일본 내에서 PHEV와 전기차의 총 판매 대수는 9만5426대에 달했다. 올해는 1~9월 이미 전년도 기록을 넘어선 10만8271대를 기록했다.

 

이런 전동화 모델이 전체 신차 판매의 약 4%를 차지한다. 이마저도 순수 전기차 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대다수다. 아직 일본은 타 국가보다 전기차 성장률이 낮지만 아파트보다 밀집 주택이 대다수인 주거환경과 도심주행이 많은 특성상 잠재 성장 가능성이 크다.

일본에 상륙한 해외 브랜드 전기차로 BYD 돌핀의 가격 경쟁력이 가장 돋보인다. 가격은 363만엔(약 3323만원)으로 아이오닉5 일본형의 479만엔(약 4385만원)보다 1천만원 가량 저렴하다. 70kWh급 배터리를 탑재해 400Km가량을 주행할 수 있다.

 

돌핀은 도로폭이 좁은 일본 환경에 적합한 소형 해치백 세그먼트로 월 평균 100대 가량 팔리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BYD가 목표로 제시한 2025년까지 3만대 누적 판매량을 채우기에는 한참 부족한 수치다.

 

아이오닉5, 코나 일렉트릭 등 현대차 전기차 판매는 더욱 신통치 않다. 올해 1~10월까지 현대차는 1월 32대 판매를 시작으로 총 385대에 그쳤다. 글로벌 시장에서 10만대 이상 판매된 아이오닉5 같은 베스트셀러 조차 일본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고령사회다. 젊은층 대다수가 한국처럼 지방을 떠나 도심에서 거주한다. 10년 이상 지속된 엔저, 고물가로 20대 30대가 자동차를 구매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 더구나 일본은 차고지 증명을 하지 못하면 신차를 구매할 수 없는 차고지 증명제 탓에 도심에서 자동차를 소유하기 어렵다. 그나마 차고지 증명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경차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일본 도로는 평균적으로 2.75~3.5m 사이의 폭이다. 한국은 이보다 큰 2.75~3.75m다. 오래된 도시 구획을 그대로 둔채 개발하다 보니 한국 도로보다 훨씬 더 비좁게 느껴진다. 좁은 도로 사정과 함께 주택의 주차 공간 역시 매우 좁다. 일반적으로 겨우 소형차 한 대가 들어갈 정도다. 한정된 공간에 큰 차를 억지로 주차하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110V를 사용하는 일본 전력망 특성상 급속충전기 보급률이 낮은데다 완속충전기 또한 충전 속도를 낮아 대형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충전속도가 상당히 느리다. 넉넉한 배터리 용량을 갖춘 게 일본에서는 오히려 불편 요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차는 경형에 속하는 닛산 사쿠라로 20kWh 작은 배터리를 탑재하고도 180km를 주행할 수 있다. 2위인 닛산 리프는 40kWh, 60kWh급 두 가지 사양을 운영 중이다.

현대차 아이오닉5는 스펙상으로 400V, 800V의 멀티 충전 시스템으로 초고속 충전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초고속 충전기를 사용 시 72.6kWh급 배터리를 10% 잔량에서 80%까지 채우는 데 18분이 걸린다. 하지만 일본 수출 모델의 경우 DC 콤보가 아닌 차데모 방식 충전 시스템을 사용한다.

 

차데모 방식은 최대 90kWh급 까지만 대응한다. 일본에서는 이보다 빠른 충전방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형 아이오닉5는 10%에서 80%까지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2분으로 한국형 대비 약 2배 가까이 더 걸린다. 완속을 포함한 일반적인 충전환경에서는 더 오래 걸린다.

크기도 문제다. 국내에서도 꽤나 덩치가 큰 차로 분류되는 아이오닉5는 일본에서 대형차급이다. 그보다 작은 코나 일렉트릭도 소형차의 크기를 벗어났다. 일본 전기차 판매 2위 닛산 리프는 전장 4,480mm, 전고 1,545mm, 전폭 1,790mm, 휠베이스 2,700mm로 딱 준중형 해치백 사이즈다. 코나 일렉트릭은 전장 4,355mm, 전고 1,590mm, 전폭 1,825mm, 휠베이스 2,660mm로 전폭을 제외하면 리프 쪽이 크지만 문제는 1.8m를 초과하는 전폭이다.

 

코나 일렉트릭은 일본 법규상 보통 승용차에 해당한다. 하지만 리프는 전폭을 제외한 나머지 사이즈가 코나보다 크지만 소형차에 해당한다. 전폭 1.7미터 이상의 10인승 이하의 보통 승용차는 300번대 번호판이 발부된다. 500번대 번호를 부여 받는 소형 승용차와 비교하면 납부하게 되는 자동차세 차이가 꽤 큰 편이다. 과거에도 현대차는 이러한 제도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채 시장에 진입해 실패를 맛봤던 전례가 있다.

 

코나와 리프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면 큰 실용성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코나 쪽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한다. 또한 코나는 일본 도심에서의 흔히 볼수 있는 기계식 입체 주차장에도 입차가 불가능하다. 평균적인 입체 주차장 시설의 크기는 높이 1,550mm, 폭 1,850mm, 길이 5,015mm로 더 좁은 경우도 대다수다. 즉 현재 일본서 판매 중인 현대차는 이러한 주차장에 주차가 거의 불가능하다. 코나쪽이 더 높은 주행거리와 상품성을 갖췄다 한들 유지비용과 실용성에서 열세를 보인다.

판매량 1위 경형 전기차, 닛산 사쿠라

업계 전문가들은 일본 시장에서 판매를 높이려면 일본인이 선호하는 현지화 전략, 즉 더 작은 모델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당장은 현대자동차그룹에서 가장 작은 전기차인 레이 EV가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는 일본 경차 규격을 초과하는 크기로 소형차에 해당된돼 직접적인 경쟁이 어렵다.

 

내년 출시가 예상되는 캐스퍼 EV를 일본에 수출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하지만 캐스퍼 또한 일본 경차 규격보다 한참 큰 크기다. 일본 동급 소형차와 경쟁하기에는 작은 애매한 사이즈가 문제다. 그렇다고 아직 시장이 확실치 않은 일본 내수를 위한 전용 모델을 만들기도 고민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토종 브랜드들은 닛산 사쿠라의 성공에 자극 받아 경형 전기차를 연이어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올해 일본에서 1~10월 겨우 385대를 팔았지만 현지 소형차와 유사한 크기의 돌핀을 앞세운 BYD는 세 배나 많은 1071대를 판매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압도적인 전기차 1위인  테슬라 조차도 일본에서는 연간 5천여대를 판매하는데 그치고 있다. 그만큼 일본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현대차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에서 연이어 호성적을 내고 있지만 일본 만큼은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다가온다. 2000년대 초 일본 시장에 중형 급 쏘나타를 중심으로 처참한 실패를 맛봤던 현대차가 일본에서 다시 유의미한 족적을 남기려면 현지 전략차를 추가하는등 전략 수정이 불가피 해보인다.

 

 

김태현 에디터 th.ki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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