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개정안 논란...테슬라 잡으려다 KGM, 캐스퍼 타격
전기차 보조금 개정안 논란...테슬라 잡으려다 KGM, 캐스퍼 타격
  • 김태현
  • 승인 2024.02.10 09:00
  • 조회수 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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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6일 2024년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보조금 전액 지급 기준을 신차 가격 57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삭감했다. 국고 보조금은 최대 650만원으로 40만원 낮아졌다.

 

그외에 가장 큰 차이점은 국산 전기차와 수입 전기차를 살 때 정부에서 받을 수 있는 보조금 차이가 커진다. 전기차 배터리의 에너지밀도, 폐기된 이후 배터리의 재활용 가치, 배터리 충전 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전기차 보조금을 다르게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일부 국산차를 배려하고 중국산 테슬라를 견제하기 위한 정책이다. 

 

가볍고 성능이 좋고, 재활용이 쉬운 배터리인 NCM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에게 더 많은 보조금을 주겠다는 의미다. 상대적으로 성능이 떨어지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전기차는 혜택이 대폭 줄어든다. 상세하게 들여다보면 폐배터리에서 나오는 1㎏당 유가금속의 가격을 합쳐 값이 낮을수록 보조금을 줄이는 방식이다.

 

이 역시 상대적으로 비싼 니켈, 코발트 등을 쓰는 NCM 배터리를 탑재한 국산차가 상대적으로 보조금을 더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에너지밀도가 높은 NCM 배터리를 단 아이오닉5와 LFP 배터리를 단 수입차의 보조금이 최대 170만원 차이가 날 수 있다.

이번 전기차 보조금 개편으로 가장 불리해진건 테슬라와 KGM이다. 테슬라는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Y를 필두로 작년 단 4개월 동안 모델Y RWD 한 종류로 1만여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수입 전기차 1위를 차지했다. 

 

이렇다보니 테슬라가 세금으로 만들어진 국고보조금 상당액을 가져간다는 지적도 존재했다. 특히 한국 배터리 업계를 위협하는 중국 CATL이 보조금 최대 수혜주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모델Y가 지원받은 전기차 보조금 규모만 최소 3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저렴한 모델로 국산차와 가격 경쟁을 하면서 가격 우위를 보이고 있다"며 "국내 유입이 계속 늘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나 중국산 배터리 장착 차량이 국고 보조금을 휩쓰는 현상을 제어하기 위한 개선안으로 보인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이번 보조금 지원대상이 550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현재 5699만원인 모델Y는 가격을 인하하지 않는 이상 올해부터 국고보조금의 50%만 지원받게 된다. 또 LFP 배터리의 탑재로 보조금은 더욱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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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력을 외부에 공급할 수 있는 V2L 기술이 적용된 전기차와 최근 3년 내 급속충전기 100기 이상 설치한 자동차 제작사 전기차에 혁신기술 보조금과 충전인프라 보조금을 각각 20만원씩 지급한다.

 

현재 V2L 기술이 탑재된 승용 전기차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차량뿐이다. 충전인프라 보조금도 소수의 자동차 제작사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 전기차 제조사의 직영 서비스센터 유무 등에 따라 사후관리 역량을 3단계로 평가해 보조금을 최대 20% 차등 지급한다. 직영 서비스센터를 1곳만 운영해도 됐던 것이 올해 전국 8개 광역 지자체에 한개씩 운영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가장 논란인 것은 ‘이행 보조금’이다. 해당 보조금은 저공해차 보급목표제 대상 자동차 제작사가 보급목표 달성 시 받게 되는 정부 지원금이다. 지난해 70만원에서 올해 140만원으로 2배 증액됐다. 저공해차 보급목표제는 국내 자동차 제작∙수입 업체에 판매량의 일정 비중을 친환경차로 보급하기 위해 지난 2020년 개정된 바 있다. 적용 대상은 현대차, 기아, KGM, 르노코리아, GM, 벤츠, BMW∙폭스바겐, 토요타, 혼다 등이다.

 

하지만 테슬라와 전기차 전문 메이커 폴스타는 저공해차 보급목표제 적용 대상 기준에 미달해 대상에서 제외됐다. ‘2009년 기준 판매량 4500대 이상인 자동차 제조업체’ 에게만 지급하는 규정 탓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매년 수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는 테슬라도 이행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이에 테슬라는 지난 2021년 한미 FTA 내국민 대우 원칙을 어겼다고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일각에서는 ‘의도적으로 테슬라 죽이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볼보는 저가형 모델로의 전환이 신의 한수가 됐다. 올해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EX30은 가장 기본 모델인 코어가 4945만원으로 보조금 100% 대상에 해당해 전액 보조금을 받을수 있다. XC40과 C40 리차지 전기차는 듀얼모터 사양이라 올해 바뀐 5500만원 상한선을 넘겨 저렴한 2륜구동 도입이 필요해보인다.

 

국산차 업체들도 저가차량을 중심으로 LFP 배터리의 탑재를 늘리고 있어 타격이 갈 전망이다. 그 중 KG모빌리티가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KG모빌리티는 토레스 EVX를 포함해 출시를 앞둔 코란도 EV 전기차, 토레스 기반 전기 픽업트럭 등 다양한 모델에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한다.

 

현대차그룹 역시 신형 레이 EV에 LFP 배터리를 탑재해 시장의 호응을 얻었지만 동일한 파워트레인이 적용돼 올해 출시될 캐스퍼 일렉트릭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4년 이전에 인증을 마친 모델의 경우에는 기존과 동일하게 보조금을 지급하지만 신규 모델은 개정안 대로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LFP 배터리를 자체 생산해 자사의 저가형 모델들에 투입할 계획이라 더욱 고심이 깊다. 기아는 EV5를 포함한 저가형 전기차 3종을 2025년까지 내놓을 계획이였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운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철완 대통령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 민간위원은 “이미 LFP 사용이 세계적 추세가 된 시점과는 맞지 않는 구시대적 정책을 들고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가격을 낮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게 문턱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아온 LFP 배터리는 밀도가 낮은 구조적 특성을 기술로 보완해 NCM 배터리와 성능 차이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한국 정부의 뒷북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자칫하면 무역마찰을 불러 오거나 효율 좋은 전기차를 비싸게 사야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친환경차 보급 정책의 진정성을 의심 받을만 하다.

 

 

김태현 에디터 th.ki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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