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오금이 저린다! 독보적 1000마력 SUV..테슬라 모델X 플래드
[시승기] 오금이 저린다! 독보적 1000마력 SUV..테슬라 모델X 플래드
  • 김태현
  • 승인 2023.08.28 09:00
  • 조회수 2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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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마력이라고?" 이런 차를 타려면 두려움보다는 살짝 경외심마저 든다. 

 

면허를 처음 딴 열아홉살 때부터 수백 마력대의 고출력 슈퍼카와 내구성을 보장할 수 없는 과급기 튜닝카를 경험해 고출력에 대한 적응은 완벽하다고 생각했지만 1000마력을 내는 거대한 야수와 주말 시승을 해야 한다는 불행한(?) 사실에 지레 겁을 먹은 것이 사실이다.

시승차는 5미터가 살짝 넘는 전장과 넓은 전폭, 뒷문은 위로 열리는 테슬라 플래그십 SUV 모델 X 플래드다. 최고 출력이 1000마력이 넘지만 3열이 장착돼 대형 SUV로 분류된다. 

 

흔히 고성능 차를 마주하면 과격한 공기흡입구나 거대한 머플러 팁, 스포일러, 커다란 휠과 브레이크에 압도 당한다. 모델 X 플레이드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일반 모델과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모델 X의 아이덴티티인 팔콘윙 도어는 플래드 이미지에 잘 어울린다. 고성능 슈퍼카들이 채택하는 걸윙 도어는 탑승객의 편의를 위함이라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건 ‘하차감’을 극대화해준다는 것.

플래드(Plaid)를 의미하는 격자무늬 엠블럼이 후면에 달려 있다

약 790만 원 정도를 지불해면 22인치 터빈 휠을 달 수 있다. 트렁크 리드 한끝에 자리한 엠블럼 역시 포인트다. 플래드(Plaid)를 의미하는 격자무늬 엠블럼으로 시공간을 파고들며 4차원 공간으로 비행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넓은 공간에는 6명이 탑승할 수 있는 화사한 흰색 시트가 반긴다. 이 또한 옵션 사항으로 287만 원을 추가해야 한다. 블랙과 화이트 가죽과 직물이 배합돼 리얼 카본 트림이 곳곳에 둘러진다. 플래드는 6인승 단일 트림이다. 2+2+2 조합으로 실질적으로는 성인 4명이 타는 것이 가장 편안한 구성이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37만 원을 지불하면 장착되는 요크 스티어링이다. 확실히 미래적인 분위기와 테슬라만의 독창적인 이미지를 제공하지만 실 운전에서는 불편한 게 사실이다.

 

미국처럼 신호등을 인식하고 교차로까지 스스로 주행하는 수준의 FSD 오토파일럿 기능을 지원한다면 모를까. 모든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한국에서 좁은 주차장이나 골목을 지날 때에 요크 스티어링을 놓치는 일이 종종 일어났다.

별개로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방향지시등과 경적마저 터치 방식으로 변경돼 조작에 익숙해지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방향지시등은 페라리나 람보르기니에서도 쓰이는 방식이라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문제는 시승 마지막 날까지도 경적 버튼 대신 중앙 에어백 커버를 누르고 있었다.

칼럼식 기어노브를 대신하는 터치스크린 조작 방식이라 아이콘을 위로 스와이프 하면 그만이다. 악셀을 살짝 밟자 주행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컴포트 모드에서 페달을 지그시 누르자 기분 좋은 수준에서 적당한 가속력으로 차를 이끈다.

 

내연기관 고출력 모델들이 일상적인 주행에서 필요 이상의 출력이 수시로 뿜어져 나오는 것을 고려하면 일상 주행에서 문제가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에서서스펜션까지 컴포트 모드로 두면 적당히 출렁거리는 승차감까지 더해져 안락한 장거리 주행에 적합하다.

스포츠 모드를 건너뛰고 플래드 모드로 손이 간다. 최고 성능을 이끌려면 드래그 스트립 모드에서 배터리 예열이 필요하지만 플래드 모드만으로도 동승자들의 정신을 쏙 빼놓기에는 충분하다.

악셀을 걷어차듯이 밟자 2.4톤에 달하는 덩치가 성인 남성 4명을 태우고 순식간에 튀어나간다. 타이어는 비명조차 내지 않고 안정적으로 그립을 잡고 튀어나간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가속력에 장기가 짓눌리는 느낌마저 든다.

 

테슬라 주장 대로라면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단 2.6초가 걸린다. 슈퍼 SUV로 불리는 람보르기니 우루스나 포르쉐 카이엔 터보 GT보다도 0.5초 이상 빠른 기록이다. 단 이 수치는 롤아웃(rollout), 즉 바퀴가 한 바퀴 구른 뒤 측정하는 방식이라 실질적으로는 2.8~2.9초 수준이다.

 

전기차는 흔히 후반부의 가속력이 더디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모델 X 플래드는 그런 편견을 네 자리수 출력으로 가볍게 부순다. 눈 깜짝하면 순식간에 220km/h까지 속도계가 치솟는다. 넓은 유리창을 가졌음에도 눈앞의 시야는 콩알만 해진다.

그 순간 이차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 느껴졌다. 가속 시 전륜이 들리면서 핸들의 피드백이 희미해져 고속 안정감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처참한(?) 수준의 브레이크 성능 탓에 즐거운 가속력이 공포로 뒤바뀐다. 



4피스톤에 390mm의 작지 않은 사이즈의 브레이크를 달았지만 이는 롱 레인지 사양과 다르지 않은 일반 브레이크일 뿐이다. 브레이크액이 dot3(끓는점 205도)라는 사실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일반 승용차조차 dot4, 끓는점 230도를 사용한다. 이렇게 빠른 차에 이렇게 빈약한 제동성능이라니 공포가 따로 없었다.

 

잘 나간다면 당연히 잘 서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SUV의 특성상 제동력이 약한 것은 물리적 한계라고 변호할 수 있겠지만 슈퍼 SUV들이 400mm가 넘는 세라믹 로터와 10피스톤의 대형 캘리퍼를 이유 없이 달지 않는다.

 

고속에서 단 한 번의 강한 브레이크에 페이드가 올 정도로 약한 브레이크는 추가 옵션을 넣더라도 개선해야할 부분이다. 혹자는 이차로 누가 그렇게 고속주행을 하겠냐고 묻겠지만 1% 케이스라도 존재한다면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고성능 차의 관점에서 바라봤다면 이제 전기차의 관점으로 돌아오자. 매력적인 부분들이 꽤나 존재한다.

 

넓은 실내 공간과 테슬라의 강점인 대형 스크린을 통한 엔터테인먼트 기능, FSD를 포함한 세계 최고 수준의 주행보조 장치 등 오직 테슬라에서만 누릴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은 대체 불가능한 요소다.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통한 급속충전도 상당한 메리트다. 100kWh 수준의 대형 배터리를 가졌음에도 한 시간 내로 4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도록 충전이 가능하다. 슈퍼차저 특유의 간단한 충전, 결제 방식도 매력적이다. 참고로 모델 X를 구매하면 3년간 슈퍼차저 이용이 무료다.

다만 전비는 높은 출력에 맞게 좋지 않은 편이다. 급가속을 자제하고 흐름에 맞춰 막히는 길을 계속해서 다녀도 전비는 4km/kWh 중반대를 유지했다. 장거리를 주행하면서 계산치보다 빠른 배터리 소모에 슈퍼차저를 급하게 찾아야 했다.

테슬라 모델 X 플래드는 자극적인 가속력과 독자적인 팔콘윙 도어로 분명한 매력과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느껴왔던 매력과 장점이 굳이 플레이드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장점들이라는 것이다.

 

1천 마력의 출력, 2초대의 가속성능은 처음에는 놀랍지만 수준급의 트랙션 컨트롤과 조용한 모터 탓에 금세 적응하기 마련이다. 브레이크가 약해 고성능을 원하는 니즈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일상적인 용도에서는 롱 레인지와 비교했을 때 분명한 차별점을 찾기는 어려웠다.



이러한 아쉬움 들을 뒤로하고서 1천 마력을 가장 쉽고 저렴하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매력이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슈퍼카와 고성능 SUV를 당황시킬 만큼 짜릿한 가속성능으로 도로를 지배하는 1억원대 전기차는 모델 X 뿐이다.

 

한 줄 평

 

장점 : 1000마력의 가속을 경험하다..하차감 끝내주는 팔콘윙 도어

 

단점 : 신뢰도가 심각히 낮은 브레이크, 고속에서 팔콘윙의 잡소리

 

 

김태현 에디터 th.kim@carguy.kr

 

테슬라 모델X 플래드

 

모터방식

트라이모터 상시사륜

배터리

100kWh

전장

5050mm

전폭

2000mm

전고

1625mm

축거

2965mm

공차중량

2460kg

최대출력

1020마력

최대토크

93.1kg.m

완충 최대주행거리

439km

시승차 가격

1억 794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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