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충전표준 테슬라 NACS 유력..한국만 CCS1인데 어떡해
미국 충전표준 테슬라 NACS 유력..한국만 CCS1인데 어떡해
  • 서동민
  • 승인 2023.07.06 15:00
  • 조회수 3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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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차 충전 표준으로 테슬라 슈퍼차저 방식이 점점 유력해지고 있다. 이럴 경우 한국만 CCS1 충전 포트를 사용하게 돼 자칫 갈라파고스 섬에 갇힌 형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업체뿐만 아니라 미국내 충전 플랫폼과 몇몇 주정부까지 테슬라의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 충전 포트 탑재를 선언하고 있다. 테슬라 NACS가 공식적으로 미국 표준으로 자리잡는 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NACS로 전환하는 분위기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미국 전기차 충전 방식으로 NACS가 대세라는 점이다.

 

 

현재까지 미국 충전 표준은 CCS1(DC콤보)이다. 문제는 CCS1을 충전 표준으로 채택한 국가는 우리나라와 미국뿐이다. 전기차 시장이 활성화된 유럽연합, 일본, 중국은 각각 CCS2, 차데모(CHAdeMO), GB/T를 충전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다. 

 

CCS1이 충전 표준인 우리나라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유리했다. 큰 규모의 미국 전기차 시장의 울타리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로써 국산 자동차 기업들은 미국으로 전기차를 수출할 때, 미국 시장을 염두해 충전 포트를 바꾸지 않아도 됐다. 하나의 충전 포트로 우리나라와 미국 시장 모두를 충족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폭스바겐 등의 유럽 자동차 제조사는 미국으로 전기차를 수출하려면 자국에 판매할 전기차(CCS2)와 미국에 판매할 전기차(CCS1)를 나눠 생산해야 했다. 

 

 

미국 충전 표준 규격이 테슬라 NACS로 전환된다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는 CCS1을 충전 표준 규격으로 채택한 유일한 국가가 된다. 미국과 충전 표준이 같은 국가로서 수혜를 받다가 한순간에 직격탄을 맞게 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국내 전기차 시장을 위해 CCS1 커넥터를 탑재해야 할뿐 수출할 전기차에는 다른 커넥터를 달아야 한다. 

 

CCS1 기술 발전을 위한 개발도 차질이 생긴다. 한국만 유일하게 CCS1을 충전 규격으로 사용한다면 해당 기술을 개발하는 해외 업체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 기업이 단독으로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또 협업이 줄면 개발 비용은 배로 늘어난다. 

 

닛산 아리야
닛산은 아리야를 출시하며 차데모를 버리고 CCS 국제 연합에 합류했다

지난 2020년 차데모 개발·보급의 주축이던 닛산이 2021년 자사의 전기차 아리야(Ariya)를 출시하며, CCS1으로 충전 규격을 전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존까지 탑재해오던 차데모를 버리고 CCS1 커넥터를 탑재하며 CCS 국제 연합 합류를 공식화했다. 닛산의 이러한 결정은 차데모의 개발 동력이 저하돼 열세를 뒤집기 어려워짐에 따라 새로운 선택을 한 것이다. 


일본과 중국도 각각 자체 충전 표준 규격을 채택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 일본과 중국은 2018년 각국의 충전 표준인 차데모·GB/T와 호환이 가능한 새로운 충전 규격을 공동 개발할 것을 선언한 바 있다.

 

이어 2020년에는 양국이 공동 개발한 새로운 충전 규격 ‘차오지(ChaoJi)’을 공개했다. 양국은 향후 해당 규격을 사용할 예정이며 아직 전기차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동남아시아 지역에도 보급할 계획이다.

 

그렇다고 이미 채택한 충전 표준 규격(CCS1)을 당장 바꿀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미 국가의 세금으로 구축한 충전소 충전기가 수십만 대다. 조만간 우리나라의 충전 규격을 현행 CCS1으로 유지할지, 새로운 방식을 도입할지에 대한 논의는 필요해 보인다.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넘어가는 과도기다. 국제 충전 표준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다면, 현재 선택할 충전 규격은 두 가지로 좁혀진다. 유럽연합의 CCS2(3상 7핀)와 향후 미국 충전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은 NACS다. 

 

업계 전문가는 전기차 충전소의 평균 수명을 약 10년으로 보고 있다. 2013년 구축된 충전소는 교체 시기를 맞은 것이다. 새로운 충전 표준을 정하고, 새로 구축되는 충전소부터 새로운 충전 규격을 탑재하는 방법도 있다. 기존 충전소에 대해서는 어댑터로 대응이 가능하지만 효율이 떨어진다. CCS1에서 NACS로 전환하여 충전할 수 있게 해주는 테슬라 매직독이 대표적인 예시다.

 

NACS가 미국 충전 표준으로 공식화되기까진 1,2년이 걸릴 수 있다.  안전성과 브랜드 간 확장성 등에 대한 검증이 남아있다. 하지만 향후 국산 전기차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한국의 충전 표준 규격을 시급히 재검토해봐야할 시기다. 내연기관 시대와 달리 전기차는 디지털 국면이다. 1년 뒤쳐지면 10년 걸려야 따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 

 

서동민 에디터 dm.seo@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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