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충전 규격 NACS 뭐길래...현대차그룹 깊어지는 고심
새로운 충전 규격 NACS 뭐길래...현대차그룹 깊어지는 고심
  • 김태현
  • 승인 2023.06.21 15:00
  • 조회수 47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CS-1과 NACS 크기비교

전기차 북미 충전 규격이 새롭게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북미 표준인 CCS-1 커넥터는 국내에서 'DC 콤보' 커넥터를 의미한다. 한국 정부는 2017년 CCS-1을 표준으로 지정했다. 당시 현대차그룹뿐만 아니라 BMW, GM 등 다양한 글로벌 제조사에서 CCS-1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독자적인 규격을 사용한다. DC 콤보 대비 가벼운 무게와 미리 카드를 등록해두면 별다른 결제 과정이 필요 없이 충전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테슬라의 급속충전 시스템인 슈퍼차저는 V4 모델부터 2023년 2월 테슬라의 인프라 공개 정책에 따라 DC 콤보(CCS-1)를 장착한다. 따라서 다른 제조사의 전기차도 테슬라 충전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달 포드와 GM이 기존 DC 콤보 대신 테슬라 규격인 NACS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포드와 GM이 동참하면서 사실상 미국 전기차 충전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NACS(테슬라 포트)는 충전 포트가 더 작고 가벼운게 특징이다. 여기에 충전 과정이 편리하면서도 충전 속도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차량과 충전기 간의 통신 문제로 충전이 불가능한 상황도 일어나지 않는다. 테슬라는 그동안 자사 수퍼차저 충전기를 활용해 수많은 충전 데이터를 축적해 배터리 기술 발전에 사용하기도 했다. 다른 제조사에서도 이를 활용해 배터리 성능 향상에 활용하는 것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전기차도 변환 어댑터 등을 활용하면 2024년부터 테슬라 전용 충전소인 슈퍼차저를 이용할 수 있다. GM은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충전소 목록에 테슬라 슈퍼차저 1만 2000대를 추가한다"라고 지난 9일 발표했다.

 

2025년부터 출시되는 포드, GM의 전기차는 처음부터 NACS 방식의 충전포트를 탑재한 채로 출시한다. 이럴 경우 NACS를 탑재한 전기차는 미국 전체 전기차 판매량의 80%에 해당한다. 
 

포드와 GM에 이어 스텔란티스도 테슬라의 충전 표준을 선택하고 EV GO와 압테라 같은 외부 업체와 초급속 충전 시장 점유율 1위인 SK 시그넷도 테슬라 규격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장기적으로 기존 미국 충전 규격인 CCS-1 커넥터는 곧 멸종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DC-콤보(CCS-1)로 통일하기 이전 차데모, AC 3상 등 다양한 규격이 난립했던 것은 가, 제조사마다 규격이 달랐던 것은 국가마다 다른 전기 설비 인프라에서 기인한 문제이다.

 

가정용 전기만 하더라도 국가마다 100~120V, 220~240V로 나누어져 있는데 한국과 유럽의 경우에는 220V를, 일본과 미국은 110~120V를 사용하고 있다. 높은 V(볼트)일수록 송전 시 손실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한국과 동일하게 220V를 사용하는 유럽은 완속 충전에 유리한 CCS-2규격을 사용한다. 초창기 유럽산 전기차 대부분이 근거리 도심용 커뮤터 개념에 가까웠고 배터리 용량이 작아 급속충전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상 전기를 사용하는 DC 콤보(CCS-1)의 경우에는 완속 충전의 속도가 6~8kw 정도지만 3상 전기를 사용하는 CCS-2는 완속이지만 400V를 사용할 수 있다. 최대 22kw 수준으로 충전이 가능하다.

 

미국은 120V가 기본이라 3상 전기 인프라가 부족하다. CCS-2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없어 CCS-1을 사용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인 미국을 따라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는 전기차 충전 규격으로 CCS-1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다만 미국에서는 전기차 중 테슬라의 판매량이 대부분이라 상당수 다른 충전기에는 테슬라 방식인 NACS 포트와 CCS-1 포트를 겸비하고 있다.

 

한국은 유럽과 동일하게 220V를 사용해 CCS-2를 적용하는 것이 충전 속도나 손실 면에서 여러모로 유리했지만 CCS-1을 표준으로 삼은 데에는 미국 시장이라는게 크게 작용했다. 호환성이 좋은 급속 충전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함 뿐만 아니라 국산차 업체의 대미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스텔란티스와 메르세데스 벤츠까지 테슬라의 NACS 규격 도입을 검토하자 미국 충전 표준이 급속도로 NACS로 기울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CCS-1을 활용한 독자적인 충전 인프라를 2027년까지 구축하겠다고 올해 1월 발표했으나 NACS 도입을 검토하면서 계획 변경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세계 1위가 됐지만 여전히 미국 시장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올해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3위를 기록 중인 현대차그룹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 정부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정책에 따라 보조금에서 제외되면서 한국산 전기차의 경쟁력이 크게 낮아졌다. 

 

여기에 최신 충전 규격마저 따라가지 못한다면 현재 위상이 위태로와질 가능성이 높다. NACS를 도입하는 것 자체가 기존 제조사에게는 테슬라의 완전한 승리를 인정하는 형태라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이달  포드와 GM이 선수를 치면서 현대차그룹 역시 지금은 별다른 선택권이 없어 보인다.

 

이에 현대자동차 장재훈 사장은 20일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현대차는 800볼트 초고속 충전으로 설계돼 있고 테슬라는 500V로 설계돼 현대차의 전기차를 테슬라 슈퍼차저에 연결하면 오히려 충전 속도가 늦어져 충전 시간이 더 길어진다"며 다소 회의적인 의견을 보였다. 이어 "테슬라가 충전 시설 변화를 일으켜 좋은 충전 경험을 줘야 한다"며 "합의가 조금 더 필요한 부분이며 논의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외신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미국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미국 내에서 전기차 생산뿐만 아니라 충전 포트 또한 하루빨리 NACS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NACS가 사실상 차세대 미국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대차 그룹의 빠른 의사 결정이 필요해 보인다.

 

 

김태현 에디터 th.kim@carguy.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