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수퍼차저, 포드와 공유..미국 충전 표준 노린다

포드 전기차는 내년부터 테슬라의 전용 전기차 충전소인 수퍼차저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내년부터 포드는 자사 전기차 소유주들에게 수퍼차저 이용이 가능한 어댑터를 추가로 제공한다.

2025년부터 출시될 포드 전기차에는 현재의 CCS 포트를 대체해 테슬라의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 충전 포트를 장착한다. 이럴 경우 어댑터 없이 수퍼차저에서 충전이 가능하다.

테슬라는 현재 미국 전역에 약 1만 7000개의 충전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포드 전기차 소유주들은 내년부터 그 중 1만 2000개를 이용할 수 있다.

전기차 충전은 사람들로 하여금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테슬라 소유주에게 테슬라 차량을 구매한 이유를 물었을 때 상당수가 테슬라의 막강한 충전 네트워크로 귀결된다.

테슬라 수퍼차저는 전 세계 약 4만5000개 이상 설치돼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테슬라 차량은 어디에서든 편리하게 급속 충전이 가능하다. 또한 올해 1분기 미국 내에서의 수퍼차저 확장 속도는 2위 EVgo 5배 이상으로 급격히 확장하고 있다.

포드는 테슬라 다음으로 전기차 2위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급속 충전에 대한 접근을 매우 중요히 여겼고 이번 제휴를 통해 포드 전기차 소유주는 미국서 가장 큰 고속 수퍼차저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포드는 “수퍼차저 네트워크는 신뢰성이 뛰어나고 NACS 플러그는 더 작고 가볍다”며 “전반적으로 고객에게 우수한 경험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포드에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액세스를 제공하고 기타 소프트웨어 활용이나 필요한 모든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도울 것”이라고 발표했다. 테슬라의 글로벌 충전 인프라 책임자인 레베카 티누치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려는 우리의 임무를 수행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포드와 제휴 계약은 일부 테슬라 소유주들은 불만 사항이 될 수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지닌 상당한 이점이 감소할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테슬라는 포드와의 계약을 통해 전기차 충전 분야에서 앞서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현재 CCS 충전 포트가 북미 표준처럼 쓰이고 있으나 거대 자동차 기업인 포드가 CCS 대신 NACS 충전 포트를 사용하면 테슬라 수퍼차저가 북미 표준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테슬라가 2024년 말까지 미국 내에서 수퍼차저를 일부 다른 회사 전기차에 개방하기로 발표했을 때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때문에 억지로 개방했다기보다 정부 지원금 정책에 맞춰 개방 계획을 앞당겼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수퍼차저를 이용하려면 테슬라 플랫폼에 가입해야 해 테슬라 이외의 전기차 차주의 정보와 충전 데이터를 모으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테슬라는 충전 고객을 늘리고 매출도 증가할 기회를 잡은 셈이다. 또한 포드와의 파트너십이 아니라면 평생 테슬라를 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강력한 포드 팬들도 테슬라를 경험해 볼 기회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국내서도 수퍼차저 개방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강원도 영월군은 ‘테슬라 충전소 설치 협의 검토보고’에서 청령포주차장에 수퍼차저 8개를 설치할 것과 더불어 12월에는 “타 제조사 전기차 대상으로 충전이 가능하도록 업데이트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도 포드처럼 광범위한 수퍼차저 네트워크에 접근하기 위해 테슬라와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테슬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탑재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송현진 에디터 hj.song@carguy.kr